추석이다. 그런데, 날이 어둡다. 하루 종일 해는 어디로 숨었는지, 날은 침침하고 어둡다. 이런 가운데, 우리 가족은 명절때마다 가는, 집 뒷산을 갔다. 거기에 할머니 뼈가루를 아버지가 아주 쬐금 뿌려놓은 곳이 있다. 성묘하듯, 거기를 가는 것이다. 나는 그곳에 할머니가 있다고 믿지도 않고, 솔직히, 할머니와의 관계도 좋지 않았기에 딱히 내키지는 않지만, 아빠가 원하기에 가는 것이다. 운동하러 가는 셈치고 가는 것이다. 슬슬가면, 1시간 안되게 걷고 오는 거니까.
매번 갈 때 거긴, 등산로이자 산책로이기에 사람이 많았다. 오늘은, 비가 추적거리는 날이기에 그렇게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미국 고모와 고모의 딸과 딸의 친구까지 합세한 이 길. 언니네 가족과 아빠, 그리고 한국에 사는 한나 고모부까지.
같은 길을 갔다. 같은 어둠을 지나고 있다. 이 시간에 다들 어떤 모양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까. 나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내 마음조차 항상 알 수 없기에 그렇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내 마음을 잘 통제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내 몸을 통제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그럴 수 있다고 착각을 하고 살고 있다. 그러나 사건은, 사고는 어처구니없게 일어나곤 한다. 내가 아무리 잘 살았다고 해도 말이다.
누구에게나, ‘어둠의 시간‘은 찾아온다. 그 안에서 무엇을 선택하는지는 자신의 몫이다. 컴컴한 곳. 추적거리는 길을 걸어서, 할머니 있는 곳까지 갔다. 거기서 우린 매번 단체 가족 사진을 찍는다. 아버지가 원해서다. 각자 다른 생각, 다른 마음으로 왔어도 잠시 한마음이 되어 한 곳을 바라본다.
그리고 내가 서있는 곳을 다시 한번 살펴본다. 내가 누구인지, 누구와 있는지를.
홀로 어둠의 시간을 보내는 것같아도, 이렇게 누가 있다고. 손 뻗으면 잡을 누군가가 있다고.
손내밀기를 주저하지 마라.
어둠의 시간에 같이 있든,
아니면 꺼내주든,
그 손 잡기를 바래본다.
누구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