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다는 것

by 주렁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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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물었다. ’행복했던 순간이 있어?‘ 어린 날의 나는 이 질문에 대답을 잘하지 못했다. ’그러면, 힘들거나 고통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야?‘ 이 질문에 나는, 굴비 엮듯 줄줄이 나의 고통을 나열할 수 있었다.


또 누군가 물었다. ’좋아하는 게 있어?‘ 어린 날의 나는 이 질문 역시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면, 싫어하는 건?‘ 이 질문에 나는, 명확히 대답할 수 있었다.


나는, 싫어하는 것과 고통에 더 예민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언제나 죽고 싶었겠지. 하나님을 믿은 후 가장 힘들었던 건,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보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었다.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나라고 생각했던 걸까. 그러니 내가 제일 싫었겠지. 그런데 자꾸 하나님이 가장 싫어하는 나를 나더러, 사랑하란다.


어제 한강에 다녀왔다. 가는 내내, 그리고 한강 둔치에 앉아, ’하늘 너무 예뻐!! 너무 좋아!!’ 를 무한 반복했다. 가을에 충분히 젖어들어서, 행복했다. 같이 간 친구는, 나의 같은 말 반복에 어떠했을까. 하지만, 나는 진심, 정말 좋았다.


고통과 싫어하는 것이 감싸던 어린 날을 지나왔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물찾기 하듯 하나 하나 발견해가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바다이고, 또 하나가 하늘이다. 사람이든 무엇이든 좋아한다는 건,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삶에 당면한 문제는 그저 당연히 늘 존재하지만, 그것에 짓눌리지 않는 힘을 준다.

그렇게 어느새, 나는 나를 사랑하는 순간들을 만나게 된다. 하늘을 사랑하듯, 바다를 사랑하듯 나는, 싫은 내가 아닌 무언가를 좋아하는 나를 다시, 사랑한다.


좋아하는 걸 찾을 수 있어서 좋다. 갯수로 따지자면, 여전히 고통과 싫어하는 것이 이기지만. 그래도 고통의 어둠 속에서 별처럼, 좋아하는 것이 반짝 거린다. 별이 하나둘 늘어가는 게 좋다.


오늘도 내 안에

가을 하늘이란 별이

반짝거린다.


반짝.


다시,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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