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가난선언4 02화

삶은 예외 없이 실전

시작이 반이고 마감이 그 나머지 절반이다

by 정우



그 이야기를 했던가? 나는 일주일 중 수요일 하루만 쉬고 나머지 6일은 주말까지 포함해서 일해야 하는 자영업자다. 더 자세하게는 안마의자 매장을 지키며 방문객들에게 체험을 시켜주고 판매까지 연결시키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손님이 많이 올 때는 주말 하루에 10팀씩 오기도 한다. 한 팀당 대략 1시간씩은 소모되니 10팀이 오면 10시간을 꼬박 서서 안마의자의 기능과 금액에 대해 브리핑을 진행해야 한다. 반대로 한가할 때는 평일에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한가하고 지켜보는 상사도 없다. 그렇다 보니 평소에는 거의 백수처럼 글을 쓰고 또 책을 읽는다.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있는 만큼 보수는 적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브 프로젝트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서브 프로젝트는 있어 보이는 말이고 사실은 투잡 더 정확하게 부업이다. 부캐를 만든다고 할 수도 있다. 서브 프로젝트는 본업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예비로 살길을 만들어 두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투잡은 본업의 벌이가 부족해서 하는 일이지만 좀 더 본업에 무게가 실려있다면 서브 프로젝트는 마음만 먹으면 갈아탈 수 있는 일로 명확한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서브 프로젝트라면 역시 글 써서 작가가 되는 것과 콘텐츠를 잘 찍는 부지런한 유튜버가 되는 것이 아닐까. 지금도 유튜브를 하겠다는 직장인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천까지 연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더라. 그리고 아시다시피 작가는 돈이 안되니 그냥 취미 활동으로 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까지 두 번의 유튜브 시도를 했다. 첫 번째 유튜브는 솔로 캠핑을 중심으로 한 여행이 주제였고, 두 번째 유튜브는 책리뷰였다. 그리고 두 콘텐츠 모두 성공적이지 못하고 지속적이지도 못했다. 캠핑 유튜브는 초기 비용과 노동력 그리고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수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을 때 그만두었다. 적당한 아저씨가 적당한 장비로 캠핑하는 영상은 아무도 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예쁜 아가씨 캠퍼들은 썸네일만 조금 자극적으로 뽑아도 1천 조금 더 열심히 하면 1만 구독자는 기본으로 확보하더라. 그래서 현타가 왔다. 남자 캠퍼가 유튜브로 궤도에 오르려면 요리와 장비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합니다. 그럼에 투자대비 수익을 올리는 캠핑 유튜버는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제대로 마음먹고 투자를 하거나 아니면 진짜 자신의 행적 기록용으로 업로드할 것이 아니라면 캠핑 유튜버가 되는 것은 접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책리뷰 영상은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영상 촬영을 통해 스피치를 다듬고 좀 더 보기 좋은 영상을 위한 시도가 이어가는 것이었다. 10편 정도 제작하고 얻게 된 결론은


"나는 카메라를 엄청 의식하는 사람이구나"


였다. 태생이 경상도 사람인지라 사투리도 여전하고 카메라도 잘 보지 못했다. 대본은 따로 없었고 그냥 직접 작성한 블로그의 에세이를 읽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걸 그대로 따라 읽는 방식으로 하다 보니 말투가 문어체적이었다. 딱딱했다.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고 분량은 많은데 결정적으로 딱히 유익해서 두 번 듣고 싶지도 않았다. 때로는 유익하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결과물들이 내가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인기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면 옆에 앉아 있는 사람처럼 말을 편안하고 쉽게 하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유익하거나 재미있거나 뭔가 사람을 붙잡아두는 요소가 있다. 그러나 그런 걸 다 분석하고 적용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또 아니다. 분석처럼 가능하다면 대기업 유튜브 채널들은 전부 100만 구독자를 넘어섰겠지.


유튜브 영상이 잘 되려면 우선 좋은 콘텐츠가 있어야겠고 말을 편안하게 잘해야 한다. 좋은 목소리와 외모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더라.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전달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내가 유튜브 찍겠다고 미러리스 카메라부터 샀으니 말 다했다. 진짜 인생에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한 적이 있던가?

캠핑 영상을 잘 담기 위해선 좋은 카메라가 있어야 했지만 지금 내가 하려는 콘텐츠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다. 솔직히 고프로 하나만으로 촬영해도 100만 찍는 채널은 부지기수다. 나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었던 건데 어쩌다 보니 아트 디렉터가 될 것처럼 영상 공부를 했었다.


이연이라는 그림 유튜버가 아이폰으로만 촬영을 하고 지금은 월 천만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말이 귀에 쏙 들어오는 건 기본이고 무엇보다 글을 잘 쓰고 대본을 잘 만든다. 하버드 글쓰기인 OREO요건도 잘 맞추고 그에 맞는 에피소드도 잘 적용한다. 썸네일에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문장과 본인의 그림이 있고 유튜브 제목으로 썸네일 어그로를 해소한다. 그럼에도 영상을 끝까지 시청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가장 가성비가 안 좋은 유튜브는 "너 진짜 똑똑하다" 같은 채널이 아닐까. 고급 소재를 위한 방대한 자료 조사와 풀애니메이션, 그리고 드립까지 들어간다. 제작비가 진짜 많이 들어갈 것 같더라. 반대로 "슈카월드"는 진짜 ppt도 아니고 그림판과 슈카 본인의 말발이 전부입니다. 이런 채널이야 말로 극가성비로 채널이 아닐까 싶다. 물론 콘텐츠가 진짜 좋아야 하기 때문에 유튜브각 콘텐츠 회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고 소재에 따라 조회수가 판이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을 수 있다. 소재가 계속 반복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차피 경제는 반복되기 마련이니까.


프라이버시 문제는 있겠지만 예쁘고 몸매 좋은 여성분들의 캠방도 가성비는 최고다. 한때 유행했던 제로투 댄스 챌린지 영상들을 찾아보면 얼마나 많은 조회수를 올렸는지 알 수 있다. 예쁘고 몸매 좋은 여성이 내 채팅을 읽어주고 안 읽어주면 후원을 해서라도 나를 언급하게 만드는 캠방 콘텐츠는 남자의 원초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본능적인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가질 수 없기에 더 집착하게 되는 그런 거겠지.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나는 지난 토요일에 김훈 작가의 <하얼빈>을 읽고 작성한 에세이와 질문을 바탕으로 영상을 촬영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결국 영상을 만들지 못했다. 첫째로 단순히 자료를 읽는 영상은 잘 보지 않는다는 결론과 ppt 자료를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우선 마이크와 맥북과 아이폰이 있기 때문에 비록 조명은 없지만 다시 한번 도전해보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니 참 멍청하다. 그냥 읽는 영상이라도 마감에 맞춰서 올려야 했는데 쓰고 보니 멍청했다. 다시 도전한다. 반드시 마감을 정해놓고 반드시 지킨다.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최근엔 인스타그램에 열중하고 있는데 인스타 피드의 통일감을 주기 위해 카드뉴스를 만들고 있다. 키노트라는 맥용 ppt프로그램을 쓰고 있는데 아주 유용하다. 최근에야 내게 필요한 기능들을 쓸 수 있게 되었는데 확실히 익숙해지니 작업속도가 빨라졌다. 인스타그램 피드 사이즈로 제작을 했기 때문에 유튜브 용으로 재사용하려면 16대 9 비율의 ppt 사이즈로 제작을 해야 한다. 쉬운 게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자꾸 해보니까 실력이 는다. 개똥 같은 거라도 완성해야 다음엔 저 개똥보다 나은 걸 만들 수 있으니까.


내가 사람들 앞에서 말을 더 잘하는 편이란 걸 알게 되었는데 무생물인 카메라랑 친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것도 아니라면 아무도 없더라도 채팅창을 켜두고 라이브로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인스타 라이브를 그렇게 하는 것 같던데 다음 독서모임 때는 인스타그램 라방이라도 한번 해봐야겠다. 솔직히 내가 운영하는 독서모임에서는 꽤 진행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과 카메라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다. 반응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금세 어색해진다. 차라리 라이브 방송을 해서 독서모임에서처럼 현장감 있게 질문도 주고받고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어쨌든 지난 토요일 유튜브 촬영 마감은 실패했다. 가장 큰 실패요인은 만족스럽지 않을 것 같으니까 하지 말자는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안되더라도 촬영은 했어야 했다. 이래서 가난한가? 실패할게 뻔하더라도 마감이 주어졌으면 해내야 한다. 뭐 내가 말하긴 했지만 나도 다 못 지킨다. 그거 다 지켰으면 가난이 아니라 부에 대해 이야기 했겠지.


더 이상 나태해지면 안 된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목표가 확고해졌다. 유명해지기. 그래서 여러 곳에 불려 다니기다. 좋은 차 타고 전국 순회하며 강연 다니고 싶다. 책 홍보도 하고 영상촬영도 꾸준히 하고. 나는 새로운 사람들과 술 한잔 하는 거 너무 좋다. 새로운 음식도 너무 좋다. 편안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내 집이 있는 게 좋다. 갈 길이 멀다. 그래도 발은 디뎠으니 다행이다. 길이 있다는 건 알게 되었으니까. 시작이 반이고 마감이 그 나머지 절반이다. 달성률? 높으면 좋지. 그렇지만 달성률은 시작하고 끝맺어야 생긴다.


오늘은 유튜브 촬영 실패를 핑계 삼아 결심 같은 걸 떠들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가 버렸다. 요즘엔 이 글작업을 하면서 제 생각을 정리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문장이 아름답지도 않고 두서도 없다. 그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퇴고하면서 다 수정해야 하니까.


삶은 예외 없이 실전이니 오히려 그 모든 것이 연습이라고 치부해도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 더 잘하려면 내가 한 일이 별로라도 눈치챌 수 있게 완성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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