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무언가를 사고파는 것

가난이 무서운 이유는 순진하기 때문이다

by 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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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라고 말하면 되게 거창하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거의 평생 그렇게 살아왔고 나는 내 인생에 사업은 꿈도 꾸지 않았었다. 바보 같으니라고.


사업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일을 의미하는 ”사 “ 자와 직업을 의미하는 ”업“을 사용하며 어떤 일을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짜임새 있게 지속적으로 경영한다고 쓰여 있다. 그러고 보면 연애 사업, 인생 사업 등등 굳이 돈과 관련되어 있지 않아도 사업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우리는 어떤 단어를 쓸 때 그 관용적인 쓰임에 주목해야 한다. 사전적으로 쓰임을 걸고넘어진다면 우리가 얻고자 하는 답에서는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가 사업이라는 말을 쓸 때는 “돈 버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 풀어쓰자면 스스로 경영자가 되고 먼저 사비를 투자해서 시장에 뛰어들어 판매를 통해 직접 수익을 창출하는 행위 라고 할 수 있다.


쉽게 생각하면 물건을 사서 팔고, 팔아서 받은 돈으로 사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런 행위를 하는 일종의 회사를 직접 차리면 사업이 되고 타인의 회사에 소속이 되면 근로가 되는 것이다. 근로도 따지고 보면 노동력이라는 재화를 파는 행위로 볼 수 있으니 개인사업자인 셈이다. 사업은 유무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세상 모든 것이 다 사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모름지기 사업이라면 타인으로부터 돈이든 물건이든 마진을 남길 때 진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은 지적 가치든 물건이든 그것을 효과적으로 팔아서 마진을 남기는 것이다.


마진이 남으면 마진을 미천 삼아서 더 좋은 상품을 만들거나 개발할 수 있다. 심지어 자본주의 사회는 마진이 남지 않거나 적자가 나더라도 사업이 잘 흘러간다는 사실만으로도 투자를 받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타인에게 사업의 흐름이 원활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능력 있는 사업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업가들은 마진이 없음에도 투자를 받을 목적으로 사업을 지속하기도 한다. 특히 국가에서 장려하는 사업을 진행하면 국가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사업도 해본 놈이 한다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일반인이 퍼뜩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니다. 그리고 국가지원 사업 관련 서류를 검토한다거나 그에 맞는 사업을 구상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실 이런 걸 잘하는 사람들을 문과라고 해야 맞다. 우리가 접하는 문과인들은 그냥 이과를 선택하지 않아서 자연스레 문과와 된 사람들일 뿐 엄밀히 말하면 일반인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과인들은 어디 가서 함부로 문과라고 놀리지 마라. 듣는 문과인 기분 나쁘다.


문제는 사업 밑천 즉 시드 머니다. 시드 머니가 없으니 사업을 시작하기 힘들다. 금수저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돈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본인 스스로는 아주 열심히 노력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노력할 수 있는 사업체를 차린 것 자체가 노력으로 쉽게 되지 않는 일이다.


우리네 흙수저 들은 새로운 대안을 찾아냈다. 인터넷이다. 흙수저도 뭔가 해 볼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인터넷 쇼핑몰은 진화해서 플랫폼에서 쉽게 창업할 수 있게 되었다. 대 마케팅 시대가 도래했고 이제는 인플루언서 sns마케팅이 효과적인 마진을 남기는 수단이 되었다. 초소형 초고성능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이제는 우연히 얻어걸린 여행영상 만으로도 유튜브 수익창출이 가능하게 되었다. 주부들은 네이버 블로그와 티스토리를 통해 쿠팡파트너스, 애드포스트, 애드센스를 통해 노트북 하나로 월 100만 원씩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게 되었다.


출판은 어떨까? 그 시작이 어찌 되었든 블로그와 sns는 수많은 사람들을 작가로 만들어 주었고 전자책뿐 아니라 출판계까지 공급이 넘쳐나고 있다. 이제는 유튜브 영상도 길어서 지루하다고 한다. 틱톡, 쇼츠, 릴스를 활용해 10초짜리 영상으로도 수익화가 가능해졌고 방에서 스마트폰 하나로 모바일 홈쇼핑 채널을 운영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흙수저 혁명, 알고리즘 혁명의 시대가 되었다.

아주 특별한 사례 몇 개를 두고 사기를 치는 것 같지만 실제로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이며 내 노력 여하에 따라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에서 인터넷 수익창출은 로또 당첨 같은 허황되기만 한 꿈은 아니다. 물론 100만 유튜버가 된다거나 100억 매출 쇼핑몰을 만드는 건 여전히 아주 특별한 사례인 것은 맞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나를 포함해 세금에 대해 매우 인색하고 눈이 어둡기 때문에 수입 좀 생겼다고 돈 펑펑 쓰다가 말아먹는 케이스도 있다. 그래도 돈 펑펑 쓸 만큼 수입이 생겼다는 건 그만큼 사업이 잘 되었다는 강력한 증거 아니겠는가.


나는 독서모임을 그저 좋아서 참여했고 그 모임이 좋아서 순수한 마음으로 지금까지 이어왔다. 수익을 창출하면 왠지 윤리적으로 어긋나는 것 같고 모임원들을 배신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회의감이 느껴졌다. 하나는 대형 북클럽의 갑질 뉴스 때문이었고 또 하나는 새롭게 시작한 스마트스토어 때문이다.


나는 자본주의 앞에서 여전히 멍청했고 쥐뿔도 없는 주제에 있는 척했다. 내가 목표로 삼은 대형 북클럽은 알고 보니 클래스 리더들의 열정페이를 요구해서 돈을 벌었고,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서 돈을 벌려면 우선 결제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북클럽이니 뭐니 해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그 일에는 자금이 흘러야 하는데 나는 나의 열정을 갈아 넣었을 뿐이다. 나는 몇십만 원 하는 멤버십 커뮤니티 보다 열정적으로 일했음에도 그것을 상품화하는 것이 두려워 내 인생을 갈아 넣기만 했다.


가난이 무서운 이유는 순진하기 때문이다. 내가 열심히 하면 언제 가는 알아주겠지 하는 순진함이다. 무가치한 것이어도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내가 1만 원에 샀어도 100만 원에 팔면 그 물건의 가치는 100만 원의 가치가 있다. 그러나 가난은 99만 원의 마진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미안해한다. 마치 사기를 친 것만 같다. 그래서 가난한 줄도 모르고.


비싸면 사람들은 사지 않는다. 내가 비싼 값을 불렀는데 상대가 샀다면 그 사람에겐 그게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사실을 30 후반이 되어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열심히 상품 개발하고 있다. 여전히 양심의 가책을 품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 가책 아닌 가책도 떨쳐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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