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건 타인의 마음이 아니라 내 주제가 아닐까?
어쩌다 보니 운영까지 하게 된 독서모임을 운영한 지 4년 차가 되었다. 참여했던 2년을 포함하면 6년째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독서모임으로 수익화를 해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수익화라는 키워드에 꽂혀 버렸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돈독이 올라서 부자가 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돈이 될까 고민하기 때문에 부자가 되는 것 같다. 남들이 모두 몰린 곳에서도 남들이 보지 못하는 돈구멍을 발견해 내는 게 부자더라. 그 사실을 알고 돌이켜보니 나는 뭔가 수익화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더라. 그게 노골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노골적으로 사람들의 주머니를 탐하는 건 싫다. 그러나 그 사람이 스스로 자기 카드를 꺼내 제발 결제 좀 하게 해 주세요 하게 만드는 건 좀 대단하지 않을까?
원래 이 독서모임은 소모임이라는 앱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모았다. 앱 사용료가 월 15,500원인데 돌이켜보니 이게 광고비인 셈이었다.
수십 번의 콘텐츠 보강이 있었다. 인수받기 전에 내가 이 독서모임에 왜 참여했나 싶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모임이었다. 단지 일주일에 한 번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유일한 콘텐츠였다. 제대로 책 읽어오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완독 하는 사람들은 열에 한둘 정도였다. 그중에 나는 항상 완독을 해오는 사람이었다.
속상한 점은 완독도 하지 않은 사람의 언변과 통찰이 뛰어나서 완독자인 나의 의견을 압도할 때가 있다는 것이었다. 완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책에서 생성되는 대화 과정에서 발휘되는 통찰력이다.
모든 글이 그러하듯 저자의 의도대로만 읽히지 않는다. 저자의 손을 떠난 글은 소유권은 저자에게 있을지 모르지만 독자에게는 저마다 다르게 읽힌다. 심지어 저자조차도 자신의 글을 부끄러워하거나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더 독하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1년에 100권 읽기를 포기하고 대신 책 한 권을 적어도 세 번 읽기 시작했다. 독서량은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책에 대한 이해도가 부쩍 올라갔다. 모임원들과 함께 북톡을 이어나가면 막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심지어 읽었던 책들의 정보들이 누적되어 과거의 책들까지 모조리 소환된다. 이제야 독서 모임의 리더다운 모습이 드러난다. 사방으로 흩어진 독서의 조각들이 나선환으로 뭉쳐진다. 그 환이 한 점이 되면 지식이 폭발한다.
문득 이 독서모임을 인수받는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냥 내가 다시 기획하고 처음부터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
월 5천 원이던 목요일 독서모임을 1만 원으로 회비를 올렸다. 그리고 이번 4월부터는 화요일, 토요일까지 개설했다. 가격은 3개월 3만 원이지만 1개월 회비는 1.2만 원으로 올렸다. 화요일, 토요일은 3개월 등록 시 5만 원으로 책정했지만 현재 가입자가 없다. 이것도 홍보비라고 해야 할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우선 사람이 모이는 게 먼저다. 적어도 토요일 오후 모임은 사람이 조금씩 모이고 있다.
오늘 현타가 온 것은 오프라인 독서모임 때문이다. 알고는 있었다. 내 독서모임은 엄청 저렴한 모임이라는 걸.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격이 저렴한 이유로도 저평가받을 수 있다. 저렴한 게 메리트였다고 말한 분도 있고, 주 1회 모이는데 3개월에 3만 원이나 하냐고 최종가입을 취소한 사람도 있었다. 처음엔 고작 월 1만 원 부담하는 게 아깝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3개월 등록하고 매주 참여하면 실제론 하루 2500원짜리 모임에 불과한데. 강남, 홍대의 독서모임들은 1회 참가비가 적게는 2만 원에서 많게는 10만 원씩 하는 곳도 있다. 독서모임이 10만 원이라니. 솔직히 나도 그런 모임에 참여해본 적은 없다. 월 2회 총 6회에 5만 원 하는 독서모임엔 가본 적이 있지만.
회당 10만 원씩 하는 독서 모임은 기본적으로 좋은 장소가 마련된다. 장소 대관료가 포함된 셈이다. 특별한 경우엔 유명인사가 진행을 맡기도 한다. 전문성이 생기고 흥미 유발 지수가 올라간다. 그래도 10만 원을 내야 하는 당위성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누군가 나의 뒤통수치는 말을 했다. 그 모임엔 적어도 독서모임에 회당 10만 원씩 쓸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알려줬다.
가장 좋은 소고기는 1++ BSM9 등급의 한우이다. 이런 소고기를 가장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은 직판장이다. 내가 아는 가까운 정육식당에 가면 600g의 꽃등심을 약 9만 원에 먹을 수 있다. 반대로 강남의 한우 전문 식당 프라이빗 룸에서 먹으면 100만 원도 넘게 나올 수도 있다. 똑같은 재료지만 가격은 10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 선택은 자유지만 선택을 하려면 그만큼 추진력과 담이 필요하다. 과연 100만 원짜리 소고기를 먹으러 오는 사람이 있을까? 과연 10만 원의 독서모임을 참여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면 그런 모임은 만들 수 없다. 그럼 공짜 대접받는 1만 원짜리 독서모임을 운영할 수밖에 없고 시장에서 9만 원짜리 정육식당을 차릴 수밖에 없다. 물론 그들을 비하하거나 나무라는 건 결코 아니다. 9만 원짜리 정육식당의 월매출도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월 1만 원 독서모임도 상상이상의 매출을 올리면 될 일이다. 아니면 사업 실패를 인정하고 빠르게 접으면 된다. 미련을 두지 말자.
내가 먼저 명품이 되어야 한다. 싸구려 마인드를 버리자. 싸구려 마인드를 버리지 못하니 지금까지도 싸구려인 셈이다. 샤넬 재킷 이야기가 생각난다. 적당한 옷 10벌 20벌 사는 대신에 샤넬 재킷 한 벌을 샀다는 할머니 이야기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는 주변 아줌마들이 할머니 샤넬 재킷은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는 유가족의 이야기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진주는 흙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흙 속에 묻힌 진주는 그 누구도 봐주지도 알아주지도 않기도 하다.
정진하자. 정진하고 스스로를 드러내자. 가난에 갇혀있지 말자. 나는 가난뱅이가 아니다. 나는 부자다. 먼저 선언하자. 김연수 작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는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건 미래라는 상상을 한다. 미래는 바뀔 수 있는 게 아니고 정해져 있다. 그렇게 정진하면 된다. 그리 결정하면 그리 된다.
오늘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우연히 인스타그램 7만 인플루언서를 알게 되고부터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는 최근 2~3년 동안 부각을 드러낸 북크리에이터다. 블로그 이웃이 1천 명도 안 되는 걸 보면 블로그는 단지 인스타그램의 부족한 글 부분을 메꾸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 같다. 그녀의 인스타피드가 매력적이어서 벤치마킹을 하다가 지금은 그녀의 모든 걸 따라 하는 중이다. 그리고 오늘 알게 된 건 그녀의 독서모임 중 하나인 "월간수북"이란 월간 북클럽 프로그램이다. 온라인 독서모임으로 진행되며 월 두 권의 책으로 진행하는 모양이다. 온라인 줌 미팅으로 단지 월 1회에 카카오 채팅방만 운영하는데 가입비 2만 원에 월회비 3만 원이나 한다. 즉 초기 진입 시 5만 원이나 필요하다. 책당 30~60명 정도로 선착순 인원 제한이 있고 이미 두 개의 채팅방이 운영 중이라고 한다. 직접 봐야 알겠지만 만일 풀멤버를 가정하면 120명 월회비만 360만 원이다. 장소를 따로 섭외할 필요도 없고 단지 온라인 클래스만 1회 진행하고 톡방만 운영하는데 월 기대 수익이 저렇게 높게 잡힌다.
그뿐만 아니라 딥인고 전, 딥인글 이라고 고전문학 모임과 글쓰기 모임도 운영 중이다. 심지어 나 같은 크리에이터를 위한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으니 총 4가지의 독서 관련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전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었다. 나는 생각만 했고 이 사람은 기획하고 실천했다. 기획력과 실행력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심지어 앞서 소개한 월간수북보다 뒤의 두 모임은 회비가 더 비싸다. 즉 온라인 모임 3개를 운영했을 때 기대 수익이 1천만 원이 넘는다. 모임은 상시 모집이 아닌 매월 선착순으로 모집하는데 이것도 전략을 잘 썼다고 생각한다. 나의 독서 모임은 상시 모집인데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기 시작했다. 선착순이라는 말 자체가 사람이 조바심 나게 만드는 심리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나의 독서모임도 원래 20명 정원이었기 때문에 자리가 빌 때까지 기다리시던 분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의도치 않았지만 그때의 전략이 더 좋았던 것 같다. 다만 월 예상수입이 10만 원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정원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나이 제한도 있었다. 나이 제한을 풀었더니 연령대가 순식간에 다양해졌다. 연령제한은 결코 좋은 수단이 아니었던 것 같다. 연령 제한 모임은 대카테고리 안에서 그룹활동으로 가야지 처음부터 연령제한부터 두는 건 진짜 동네 모임에서 할 법한 제한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나의 독서모임 인원은 방금 가입한 99년생을 포함해서 40명이다. 나와 운영진을 제외하면 37명이다. 그리고 이달부터는 등록하지 않아도 단톡방에 머무를 수 있고, 3개월권이 아닌 1개월권과 1회권도 있다. 1회권은 없앴다가 다시 부활시킨 제도인데 역시 없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현재 등록인원은 26명이다. 결국 한 달 회비로 26만 원 정도의 수익을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나는 같은 책을 3 회독을 해야 한다. 에세이와 서평을 써야 하고 대략 30개의 질문을 만들어야 하는 한편 스토어 관리와 더불어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업로드까지 해야 한다. 단톡방도 관리해야 한다. 이번주도 목요일 2시간 토요일 2시간 모임을 주최해야 한다. 한 달이면 16시간이다. 진짜 가성비 안 나온다...
괜찮다. 애초에 이 북클럽은 돈 벌려고 만든 클럽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책을 통해 대화를 통해 일상 중에서도 평일의 한 꼭지를 충만히 채워갈 수 있기를 바랬을 뿐이다. 그리고 그 충만함이 나를 통해서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그들에겐 아낌없이 모두 퍼주리라.
퇴고하는 과정에 이 인플루언서는 2만 명을 더 채워 9.5만 명이 되어있는 걸 확인했다. 북크리에이터가 심지어 인스타그래머가 팔로워 10만이면 엄청난 효과가 생긴다. 아마 그녀에게 출간제의 나 협업문의가 끊이지 않으리라. 그에 반해 힘겹게 1천을 모은 나의 계정은 그녀가 2.5만 명을 끌어 들일동안 500명도 더 늘리지 못했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사는 게 참 즐겁다. 가난한 건 불편한 거지 그 인생이 재미없는 건 아니다. 가난해도 즐거운 인생에 부가 개입되는 순간 즐거움이 폭발하리라. 그날까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