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1차 목표였던 100일간의 글쓰기는 오늘로써 딱 100일이 되었고 절반을 겨우 채운 55개의 글로 마무리되었다. 글쓰기에 투입된 시간은 55시간이다. 과연 나는 55시간의 글쓰기 노동력으로 얼마 큼의 추가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실제로 글을 쓴 시간은 55시간이지만 책으로 만들려면 그 보다 오래 걸릴 것이다. 헤밍웨이는 퇴고에 거의 90% 시간을 쓴다고 했다. 과연 나는 퇴고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게 될까? 만일 45시간을 투자했다고 치면 총 100시간을 투자한 꼴이 된다. 물론 45시간으론 턱도 없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 그 노력으로 다음 작품에 투자하는 게 옳다. 퇴고는 끝도 없이 할 수 있지만 결정을 빠르게 내리면 된다. 만일 내 글이 출판사에 그리고 독자에게 받아지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원인을 찾고 다음 글쓰기에 적용하면 된다. 고작 55시간이며 3일도 안 되는 시간이다.
2023년 최저시급은 9620원이다. 100시간을 투자했다면 최소 962,000원은 벌어야 한다. 요즘은 에세이 한 편도 1.5만 원 정도 하는데 운 좋게 10% 인세를 받게 된다면 권당 1,500원이니 7권을 팔면 1시간 최저시급을 살짝 넘긴다. 즉 나의 한 시간은 책 7권 판매분이다. 그렇다면 700권을 팔아야 한다. 운 좋게 투고에 성공해서 2천 부 찍어내고 운 좋게 2천 부 가까이 다 판매가 된다면 300만 원 가까이 받을 수 있으니 그렇다면 진짜 성공적이다.
과연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보면 얼마나 욕을 할까. 저 놈은 돈에 미쳐서 글을 돈으로만 보고 심지어 숨기지도 않고 다 떠벌이고 다닌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나도 내가 가난을 팔게 될 줄은 몰랐다. 가장 궁금한 건 가난에 대한 이야기가 돈이 될까이다. 과연 누가 내 이야기에 공감해 줄까? 가난에 대한 이야기를 가난한 사람이 읽고 싶어도 가난해서 책을 못 사지 않을까? 운 좋게 도서관에 납품된다면 진짜 멋진 일이겠지? 세상의 모든 가난한 사람들이 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볼 수 있다면 아주 멋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늘 말하지만 가난은 상대적이다. 스스로가 가난하다고 느끼면 그것이 가난이 된다. 잘못된 카드 사용 습관으로 카드빚이 쌓이고 신용 불량에 파산 지경에 이르러도 가난하다고 느끼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나처럼 모아둔 잔고가 바닥을 향해 가고 있어 불안감을 느끼고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이리저리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은 가난을 체감한다. 그래서 가난은 태도다.
나는 늙어서까지 일하고 싶지 않다. 적어도 50살에는 은퇴하고 싶다. 이제 10년쯤 남았는데 웬만한 수단으론 어렵다. 지금이야 아직 젊으니까 반도체 공장이나 막일판, 쿠팡, 배민 라이더, 야간 대리운전까지 뭐든 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한정적이다. 언젠간 일도 바닥나고 체력도 바닥난다. 그리고 나에겐 애초에 저 일들을 장시간 지속할 체력이 없다.
나는 나의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열심히 해야 한다. 열심히란 말은 적당히 수고했으니 일 끝나고 가볍게 한잔 하는 정도로 턱도 없다. 너무 힘들고 잠 오고 지쳐서 쓰러져서 손하나 까딱 밥 한술 뜰 힘이 없을 때까지 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열심히 노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따지자면 나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dec2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면 하루에 3~4시간만 자도 램수면 따위 없이 우주의 심연을 들여다볼 만큼 깊이 잠들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저게 없기 때문에 미라클 모닝 챌린지 같은 걸 한다. 나도 두 달 정도 이어서 한 적이 있다. 한동안 포기하고 지냈다가 최근에 다시 슬쩍 그 카드를 꺼냈다. 솔직히 미라클 정도는 아니지만. 미라클 모닝을 이루려면 출근 전 4시간 정도는 확보해야 하는데 반대로 미라클 모닝을 위해서 너무 일찍 잠들면 그건 그거대로 실패다. 즉 12시 늦어도 1시에 잠들어서 새벽 5시에는 일어나야 진짜 미라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처럼 숙취에 빠지면 30시간도 자는 사람에게는 1시에 자고 7시에 일어나는 것조차 미라클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건 유전자 탓이니까 뭐라 하지 말자. 진짜 축복은 역시 유전자 인가.
고작 100일 밖에 안되지만 이 짧은 시간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기록이라는 수단 없이 보낸 100일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인생과 같다. 어렴풋이 기억에 나는 정도로는 반성이 안된다. 불렛저널, 프랭클린 플래너, pds다이어리 등등 다양한 다이어리 시스템이 더 나은 삶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내 낡아 빠진 저장장치를 보조해 준다. 낡은 주제에 보정기능은 재멋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쉽게 기억을 미화시키고 때로는 폄훼시킨다. 일기 쓰기도 있는 그대로의 진실은 피해서 쓰기도 하고 미화시키기도 한다. 온전히, 적나라하게 스스로에 대한 글을 쓰는 건 많은 용기와 시간 그리고 연습이 필요하다. 시뮬레이션은 시뮬레이션일 뿐이다. 실제로 한번 해보면 안다. 생각처럼 안 된다는 사실을.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 되었든 일단 시작부터 해야 한다. 그래서 시작이 반인 거다. 우리는 반만 고민하면 될 것을 늘 전체를 고민한다. 그놈의 생각과 걱정 때문에. 우리가 인간인 탓이다.
생활문제
5월이다. 거의 11개월째 적자늪에 빠져있다. 내가 하는 일은 매년 7월부터 10월까지 늘 비수기였다. 그래서 올해도 10월까지는 눈치도 채지 못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눈치챘어야 했는데 많이 늦었다. 11월이 되었어도 매출은 회복되지 않았다. 4월부터는 하는 일이 성수기다. 3월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작년 4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처참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전망이 어떤지는 확신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나는 이 일을 놓아줄 때가 다가온 것 같다. 어느 순간 힘들어지기 시작했다면 변화할 때가 됐다는 신호다. 그 신호와 체계적으로 다가온 비수기 때문에 눈치채는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아직은 시간도 힘도 조금은 있다. 이직을 별로 해본 적이 없어서 이것마저도 참 마음을 힘들게 한다.
온라인셀러
내 주업은 안마의자 판매다. 부업으로 독서 모임을 하나 운영하고 있다. 독서 모임 덕분에 단행본도 하나 냈지만 저작권 문제로 출판은 못해서 지인 잔치만 했다. 150권 팔았다. 40만 원 정도 남았다. 들어간 노력에 비하면 수익금은 형편없지만 자비 출간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걸 알게 되었으니 그 경험적 지식과 지혜가 언젠가는 돈이 되겠지. 1일 1 블로그는 못하지만 가끔씩 터지는 글이 있어서 블로그에서도 아주 약간의 수입이 난다. 가장 많은 수익은 25만 원 정도 된다. 그렇지만 평균적으론 5만 원도 안된다. 1년 합치면 그래도 50만 원은 넘으니 기록용으로 올리는 블로그치곤 꽤 수익이 좋다. 정보성 없는 에세이는 여기 브런치로 옮겼기 때문에 블로그에서는 앞으로 정보성 글만 올리면 될 듯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온라인 위탁 판매를 시작했다. 솔직히 이 위탁 판매 덕분에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제품 소싱, 키워드, 해외 구매 대행, 중국 사입의 높은 진입장벽과 여러 가지 주의할 점, 제조에서 브랜딩까지 정말 많은 공부가 되고 있다. 40일 정도가 되었고 솔직히 지금까지도 단 하나밖에 판매하지 못했으니 실제로 올린 수익은 6천 원뿐이다. 그럼에도 자신감이 생기는 것은 자본주의와 무역, 그리고 판매자의 고충과 초보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배웠기 때문이다. 비단 판매뿐 아니라 인생도 rpg게임과 다른 게 하나도 없다는 게 놀라웠다. 나는 한 사람의 게이머로써 인생을 게임하듯이 그러나 리셋이 불가한 하드코어 게임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임해야겠다. 이번달부터는 매출이 좀 나왔으면 좋겠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 100일 만에 월 순수익 100만 원을 달성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현직에서 가장 잘 나가는 사람들이 매주 피드백과 레슨을 해주는 학생도 겨우 100만 원을 넘길 정도면 이 시장에서 초보딱지를 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조금만 방치해도 랭킹이 낮아지고 메타가 바뀐다는 사실을 알 거다. 그러니까 자리를 뜰 수도 없다. 이 게임은 죽어라 노력해야 한다. 죽어라 죽어라. 하루를 살더라도 원 없이 살자.
돈은 그 자체로 의미이며 노력이어야 한다. 블로그로 돈 벌겠다 음악으로 돈 벌겠다 유튜브를 해서 돈 벌겠다 등등 무언가를 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이미 틀린 생각인지도 모른다. 자본주의는 결국 무언가를 파는 것인데 팔기 위해선 팔 것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이 팔 것을 아무에게나 주지 않는다. 디테일한 역사의 과정은 말할 필요도 없이 이 팔 것은 이미 많은 앞서 존재했던 사람들이 먼저 가져갔다. 그들은 팔 물건을 만들어내거나 보관하는 것만으로도 힘들기 때문에 대신 팔아줄 사람을 구한다. 전문 판매자는 그래서 필요하다. 만들고 지키는 것에 재능 있는 사람이 있다면 파는 것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팔 것은 있다. 판매 조건이 나쁠 뿐이다. 판매 조건이 개선되려면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게임에서 슬라임 같은 하급 몬스터만 잡아도 언젠가는 초보탈출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의 초보탈출은 바구니에서 탈출하는 게의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 크랩 멘탈리티라고도 불리는 이 게바구니 이야기는 게는 바구니에서 탈출하기 위해 올라가는 게의 발을 집게로 붙잡아서 다시 끌어내리기 때문에 바구니 뚜껑이 없어도 게는 탈출할 수 없다고 한다. 나의 크랩 멘탈리티의 주범은 가난과 술이다. 내 노력을 무너트리는 것의 5할은 혼술이고 나머지 5할은 가난한 마인드다.
지금 내가 알려 줄 수 있는 건 가난밖에 없다. 가난한 이들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은 저런 가난함도 있구나라는 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의 말에 경청해야 한다. 물론 그 부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 반은 사기일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의 말이 허황되지 않고 심금을 울렸다면 그 말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그들에게 하는 유료결제는 스스로에 의해서이지 그들의 유혹에 의해서여선 안된다.
부자들의 습관을 익히고 부자의 마인드를 가진다고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적어도 돈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부자와 같은 태도로 살아간다면 내 차가 20년 넘은 아반 떼면 어떠하겠는가. 부자가 되려면 운이 필요하지만 부자와 같은 태도로 삶에 임하는 것은 지금이라도 당장 할 수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하루에 1시간 글쓰기는 다양한 이유로 힘들었다. 대부분은 사건 사고가 발생해서였다. 꾸준하게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는 생각보다 큰 결심이 따른다. 지인은 없다는 듯이 살아야 하고 일상을 벗어나는 일을 삼가야 한다. 그러나 그런 사건 사고가 없으면 글감도 없으니 참 난감하다. 하루키 작가님은 어떻게 그런 일상 속에서 그런 글들을 써 나가는 걸까? 위대한 하루키도 하루에 1시간씩 에세이를 쓰는데 나는 뭐가 잘나서 하루 1시간도 글을 쓰지 못하는가. 차고 넘치는 LP판과 위스키들 그리고 안락한 집과 걱정 없는 잔고?
나는 그럼에도 정진한다. 어제 하루 글을 쓰지 못했다면 그다음 날에 쓰면 된다. 100%가 안 되면 어떤가. 삶에서 중요한 건 달성률이다. 어떤 일이 되었든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 그래야 뒤돌아 반성할 수 있다. 나처럼 55번째 글을 쓰면 이번 프로젝트의 달성률은 55%다라고 확정 지을 수 있다는 말이다. 바꿔 말하면 다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적어도 60%는 달성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