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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니 May 06. 2021

어쩌다. 제주도

 코로나는 많은 사람들의 삶과 행동 패턴을 바꿔놓았다. 외식보다는 배달이 늘어났고, 밖에 돌아다니기보다는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또한 미세먼지가 심해도 마스크를 쓰지 않던 내가 매일 마스크를 챙겨서 쓰고 다니게 되었고, QR코드 체크인은 일상이 되었으며 해외하늘길은 막혀 해외여행을 다닐 수 없게 되었다. 이전의 일상은 기억 속으로 희미해져 갔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해외여행을 다니던 내가 해외하늘길이 막힌 이후에는 여느 사람들과 비슷하게 코로나 블루를 겪기 시작했고 그 해결책은 결국에는 다시 여행이었다. 여행으로 살아났던 내가 다시금 여행에 빠져들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던 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해외로 나갈 수는 없었기에 그 대체로 선택된 곳이 제주도였다. 강릉, 전주, 부산 등 다른 국내 여행지도 좋은 곳이 많은데 왜 제주냐? 하고 물어보면 사실 할 말은 없지만 비행기 타고 가는 곳이기도 하고 정보를 쉽게 많이 찾을 수 있는 곳이 제주도이기도 했다.

 제주도는 어릴 때부터 많이 다닌 곳이긴 했다. 가족여행을 다니던 곳이 보통 제주도였는데 사실 나는 제주도를 싫어했다. 어릴 때는 집 외에 나가는 것을 싫어하기도 했고 여행을 좋아하게 된 이후로는 동남아 여행과 같은 돈을 주고 제주도를 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제주도를 싫어했었다. 하지만 해외하늘길이 막혀 동남아조차 가지 못하는 상황이 오니까 결국에 눈을 돌리게 될 곳은 제주도밖에 없기에 제주도로 떠났고 그곳에서 다시 만난 제주는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고 시간을 돌리고 싶을 만큼 재미있었고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제주에 빠져들었다.

 처음으로 혼자 도착한 제주공항의 날씨는 무척이나 좋았다. 파란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푸른 하늘과 바람 따라 흔들리는 야자수들, 따뜻한 햇빛과 반대되는 시원한 바람은 제주에 왔지만 날씨 좋은 동남아에 도착한 것 같은 느낌을 줬다. 렌터카를 찾아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여기저기 뛰돌아다니는 아이들 사이로 운전을 못했던 나는 예약한 스쿠터 매장을 향해 움직였다. 스쿠터는 자전거와 비슷해서 운전하기 쉬웠지만 제주의 날씨를 무시한 나는 앞 가리개가 없는 스쿠터와 헬멧으로 인하여 고통받고 크게 돌아다니지도 못 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쨍쨍 내리쬐는 햇빛, 푸른 물빛과 놀러 온 듯한 커플, 초록빛을 한껏 머금은 풀잎은 왜 제주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는 날씨였지만 스쿠터를 타고 움직이는 나에게 보이는 것은 없었다. 왜 하필 스쿠터를 탔을까 그냥 뚜벅이 할걸.... 앞가리개가 없는 스쿠터와 헬멧 덕분에 60km의 속도로만 달려도 바람에 눈이 시렸고, 옆을 쌩하니 지나쳐가는 자동차들과 빵빵거리며 육중한 몸을 끌고 오는 화물차들 그리고 가을에 고개 숙인 벼처럼 쓰러지는 핸드폰 거치대에 나는 주변의 광경을 즐길 수도 없었다. 이렇게 한 시간을 달려 숙소에 도착하고 나니 온몸이 지쳐서 다른 해변가까지 관광 갈 자신이 없어졌고, 내 최애가 될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을 했다. 그곳은 생각이 많은 두 청년이 제주로 내려와 차린 게스트하우스였고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안 하지만 마피아 게임과 루프탑이 아주 유명한 곳이었다. 사람 많고 시끄러운 곳은 싫어하는 편이라 고른 곳이었는데 친절한 스탭과 사장님들 덕분에 편히 쉴 수 있었고 2박을 하는 동안 좋은 게스트들을 만나서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중간에 비가 많이 와서 시외 반납으로 스쿠터를 반납하고 여행을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사장님의 도움으로 스쿠터를 쉽게 반납할 수 있었고, 그 날 묵었던 게스트들 덕분에 차를 얻어 타고 여행을 하고 다음 숙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혼자 와서 만났던 게스트하우스가 그곳이어서, 새로 만났던 게스트들이 모두 좋은 사람들이어서 제주에 대한 기억이 그렇게 좋게 남았고, 다시 가고 싶어 지는 여행지가 된 것 같다. 어쩌면 모든 여행의 완성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날씨가 좋지 않고 비가 와서 우울한 날씨지만 옆에 있어줬던 다른 게스트들 덕분에 제주의 기억은 행복한 기억들만 남게 됐다.

 그렇게 나는 제주러버가 되어 매일 제주로 떠나는 꿈을 꾸고, 지금도 짐을 싸서 제주도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어떤 것에 빠지는 것에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저 거기가 좋아서, 그 날의 분위기와 행복을 잊지 못해서, 그때의 사람들이 좋아서... 아니 그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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