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출근하기 싫다... 내일이 금요일이면 좋을텐데 아니면 회사건물이 갑작스럽게 무너지거나"
매일 저녁 퇴근 후에 잠들기 전에 생각하며 잠드는 말이다. 물론 생각은 이렇게 하지만 몸은 정직하게 6시에 일어나 씻기 시작한다. 세수하고 머리 감고 양치하고 짐싸서 출근길에 오른다. 피곤에 쩔어있지만 출근루틴에 지배당한 몸은 꾸역꾸역 출근길 버스로 옮겨간다. 집에서 신사역에 있는 회사까지 편도 2시간을 걸려서 출근하다보면 피곤하기는 하지만 기분 좋아지는 광경을 많이보게 된다. 환하게 밝아오는 아침 햇빛부터 쌀쌀하지만 시원함을 한껏 머금고 있는 공기, 이른 아침부터 운동하는 사람들, 피곤한 눈을 비비며 좀비처럼 버스정류장으로 걸어오는 사람들, 여러 광경은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06:00 기상
예전부터 잠귀가 밝아서인지 알람의 시작과 동시에 몸이 튕겨져 일어나고 만다. 알람은 1초동안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후 바로 종료! 시끄러워...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동일한 행동을 반복한다. 일어나서 잠깐의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고 화장실로 씻으러 간다. 물론 눈도 못뜬 상태지만 5년째 반복해온 행동에 눈을 뜨지않아도 몸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06:25 출근
짐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쌀쌀하다 못해 추웠는데 지금은 시원함이 가득한 공기가 잠을 깨운다. 내가 지겨운 출근길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이 시간대이다. 피로가 가득한 몸이 따뜻한 집안에서 시원한 밖으로 나가면 졸립긴해도 서서히 잠이 깬다. 그리고 저 멀리 사라지는 새벽어스름까지 바라보며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다보면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여행을 가면 늦은밤이나 새벽에 일어나 주변 산책을 자주하는데 새벽의 시원한 공기가 좋아서인 것 같다.
06:30 버스
기점에서 출발한 버스는 끝을 모르는 괴물처럼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잡아먹는다. 꾸역꾸역 잡아먹은 사람들은 서울로 가기 위한 전철역에 내려준다. 이 작은 버스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릴 수 있다니 출근길에 항상 신기하다. 기점에서 타는 나는 대부분 좌석에 앉아서 갈 수 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좌석은 앞쪽 출입구 쪽 좌석이다. 사람들에 최대한 덜 치일 수 있고 피곤한 눈을 비비며 앞문으로 타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고 또한 털털거리며 달려나가는 버스의 길을 모두 볼 수 있어서 좋아한다. 이리저리 꺾어서 정해진 길을 달리던 버스는 해가 뜨는 방향으로 달리고 있고 어느새 새벽어스름을 걷어내고 고개를 내민 해는 부끄러워 쳐다보지 말라는 듯이 눈을 부시게 만든다. 그렇게 잠시를 달리면 이제 내려야할 시간이다.
07:00 전철
서울로 들어가는 가장 편하고 익숙한 방법은 전철이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칸에서 타다보면 항상 같은 사람들과 마주한다. 금발로 염색한 여학생은 매일 똑같은 가방을 매고 버즈를 끼고 전철에 오른다. 그 옆에는 깔끔하게 머리를 올린 정장 입은 직장인이 타고, 뽀글거리는 파마의 할머니가 구부정한 허리를 두드리면서 노약자석으로 향한다. 매일 같은 사람들과 타다보니 아는 사람도 아니고 이름도 모르지만 누구 한명 안나오면 괜시리 걱정된다. 여기서 타야되는데 왜 안타지? 무슨일 있나? 하지만 출근에 바빠 금새 잊기 마련이다. 출근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을 마주하는데 이른 새벽부터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다보면 피곤했던 몸에 활력이 도는 느낌이다. 나만 이렇게 바쁘고 또 힘들게 사는게 아니구나... 다들 힘들구나 그래도 열심히 출근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환승하다보면 사람이 많아서 짜증이 날때도 많다.
아 좀! 밀지 마세요!
08:20 신사역
신사역에 도착하면 어느새 해는 머리 위로 올라와서 어두운 곳이 없어진다. 이제 새벽의 시원한 공기는 없고 서울의 퀴퀴한 매연냄새와 빌딩 숲 사이를 헤쳐지나오는 바람이 머리칼을 휘날리고 지나간다.
하루의 시작은 역시 아이스아메리카노다. 지친 몸의 직장인에게는 커피만이 하루를 시작하는 안식처가 되어준다. 물론 안먹어도 문제는 없지만 요즘은 항상 출근길에 들려서 오는 것 같다. 이게 중독인가?
08:30 회사
하... 퇴근하고 싶다... 퇴근시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