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아닌 곳에서의 분리수거 방법
우리 가족은 분리수거에 까다로운 편이다. 그래서 유리병 라벨 스티커를 떼고 남은 끈끈이를 박박 닦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던 어린이는, 박스에 붙어있는 테이프를 안 뜯은 채 내놓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었다.
그렇다면 집에서 까다롭게 분리수거를 하는 나와 가족들은 밖에서도 똑같이 노력하고 있을까?
막 입사했을 때 회사 건물 분리수거 방법이 신기했다.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만 분류해서 배출하면 된다. 그 말인즉슨 종이, 비닐, 플라스틱, 캔, 유리가 전부 뒤섞인 봉투를 내놓고 있다는 소리다. 이렇게 분리수거를 하는 것이 아직도 낯설다.
"이거 플라스틱으로 재활용되는 건데.. 모르고 봤을 때는 그냥 일반 쓰레기 같지 않아요? 작업하는 분들이 아실까요?"
분리수거통 뚜껑을 열며 걱정하는 나에게 동료가 한 마디 해준다.
"그분들이 더 잘 알 거예요."
맞는 말이다. 그래도 아직 분리 작업하시는 분들이 이걸 왜 여기에, 하고 일반 쓰레기로 휙 버리실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한다. 그냥 속 편하게 집에서처럼 알아서 종류별로 분류해서 내놓고 싶다.
남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절대 내 맘이 네 맘 같을 순 없다. 쓰레기를 버리려고 뚜껑을 열 때마다 순간 드는 생각들이 있다.
'음식물 묻은 편의점 도시락은 씻어야 분리수거할 수 있는데..'
'페트병이랑 일반 쓰레기를 같은 봉지에 묶어서 버리면 안 되는데..’
내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실제로 상대에게 전하면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사람이 되고, 말 안 하면 신경 쓰인다. 포인트는 그렇다고 내가 남의 쓰레기를 전부 뒤처리 해주기에는 게으르다는 거다.
쓰레기들이 재활용될 수 있도록 다른 분들 역시 완벽히 분리수거를 해주길 바라지만, 남이 먹은 우유팩이나 편의점 도시락을 씻을 생각은 없다. 남이 묶어놓은 봉지를 풀어 쓰레기를 다시 분류할 생각이 없다. 묶으려고 할 때 '분리수거 제대로 해주세요!'라고 할 용기도 없다. 그래서 아직은 분리수거에 대한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고민이 된다.
“내가 안 하면 다른 분들이 고생하셔야 하는 것”
김숙 님이 예능 프로그램과 라디오에서 분리수거에 대해 한 말이다. 맞는 말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쓰레기를 만든 사람이 해야 하는 게 분리수거다. 집에서 하는 최대한의 노력을 밖에서 똑같이 하기엔 아직은 어렵다. 그래도 내가 해야 하는 일이기에, 밖에서도 작게나마 꼭 지키는 <분리수거 약속>이 있다.
1. 일반 쓰레기는 일반 쓰레기통에, 재활용 쓰레기는 분리수거통에 버린다
-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실천하기 쉽다. 특히 길거리 쓰레기통도 일반/분리수거로 따로 놓아져 있음에도 그 순간이 귀찮아서 한 곳에 버려지는 쓰레기들이 많다. 따로 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꼭 분류해서 버린다.
2. 나름대로 올바르게 정리한다
- 요즘은 분리수거 편의를 고려한 제품 디자인이 눈에 띈다. 특히 흔하게 구입하는 플라스틱병 음료수의 라벨을 자세히 보면 절취선을 만들어 놓았다. 택배박스는 송장과 테이프를 깨끗하게 뜯고 납작하게 접어 버린다. 공간을 차지하는 부피도 줄일 수 있다.
3. 내가 만든 쓰레기는 내가 책임진다
- 음식물이 묻은 플라스틱은 재활용을 할 수 없다. 편의점 커피나 도시락 등 무언가가 담겨있던 쓰레기는 헹궈서 버리는 게 환경에도, 사무실 청결에도 좋다. 음식물 묻은 쓰레기가 쌓이면 쓰레기통을 열 때마다 숨을 참아야 한다.
자아도취형 인간이라, 최소한의 책임감으로 한 사소한 행동에도 성취감을 느낀다. 세상을 너무 행복하게 사는 건 아닌가 싶지만, 변화를 만드는 것은 결국 작은 행동이다. 오늘도 열심히 행복 회로를 돌린다.
이보다 가성비 좋은 성취감은 있을 수 없다. 오늘도 클렌징 로션 병을 깨끗이 씻고 라벨을 뗐다. 라벨이 한 번에 깨끗히 떨어졌다. 분리수거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려한 제품이 늘어나고 있음을 느끼며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딱히 큰 행복 없는 일상 속에서 이런 소소한 기쁨이라도 느끼는 게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