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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걍귤 Aug 14. 2020

미니멀리스트의 단골 가게

내가 아름다운가게에 가는 이유

미니멀리스트의 단골 가게

토요일에 가끔 들르는 가게가 있다. 무언가를 사기 위한 것은 아니다. 쓸만하지만 쓰지 않는 것들을 쇼핑백에 모으고 모아 ‘아름다운가게’에 간다.


미니멀라이프의 시작을 미루고 있는 맥시멀리스트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곳, 사도 좋고 안 사도 좋은 아름다운가게를 소개한다.







아름다운가게를 알게 된 것은 엄마를 통해서였다. 엄마는 한 번도 지구를 지켜야 한다던가 같은 재미없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엄마는 그저 우리가 쓰레기를 잘못 버릴 때마다 올바르게 분리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작아졌거나, 금방 싫증이 난 우리의 옷과 물건들을 매의 눈으로 선별해서 그냥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


그런 엄마의 장바구니에 한 두 개씩 짐을 보태던 나는 이제 혼자서도 장바구니를 채워 가져가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 짐을 줄인답시고 쓰레기를 만드는 것보단 조금의 귀찮음이 들더라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쪽을 찾게 됐다.


전에는 헌 옷 수거함에 휙 하고 넣었지만, 개인 사업자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아무도 이웃들에게 기증된다고 얘기한 적 없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저번 달에도 혼자 아름다운가게를 다녀왔다.




입지 않는 옷과 머리가 짧아져 못 쓰게된 새 헤어핀


나의 비우기 1순위는 당근마켓이다. 비우기 아쉬운 마음이 든다면 1순위로 분류한다.

당근마켓으로 만난 할머니 이야기


그다음 2순위가 바로 아름다운가게다. 중고거래를 하기 위해 글을 올리고, 연락을 기다리고 약속을 잡는 과정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을 때. 그래도 누군가가 값을 지불할 정도로 깨끗하고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될 때 딱 알맞은 곳이다.


아름다운가게는 우체국 5호 박스 기준 세 개를 채우면 집에서 편하게 방문수거가 가능한데, 이제는 정리가 많이 진행되어 그만큼 찰 때까지 기다리기는 어렵다. 올해부터는 쇼핑백 하나가 차면 토요일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아름다운가게에 간다.




기부영수증을 신청하고 일주일 뒤 받은 문자


물품을 사도 좋다. 기증된 물품은 분류작업 후 매장에서 판매되며, 그로 발생한 수익금은 국내외 이웃들을 위해 사용된다. 보호 종료 아동, 홀몸노인가구,  해외 난민 등 다양한 대상을 지원하고 있다.


물품을 안 사도 좋다. 기증자를 위한 혜택 역시 있다. 물품을 기증하고 기부영수증을 신청하면, 기부인정금액의 15%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기부금은 물품의 평균 판매단가를 기준으로 산정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시들해진 물건에게 다시 가치를 만들어준다는 점에 있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품의 수명이 연장된다는 사실은 미니멀리스트의 한 줌짜리 죄책감을 덜어준다.




매우 오랫동안 주인의 사랑을 받은 듯한 기증품들  / 한국일보


쓰레기는 기증품이 될 수 없다

기증자로서 유의해야 할 사실은 딱 하나다. 위 사진은 폐기처리된 '기증품'들이다. 누군가가 돈 줄게, 이거 써! 해도 미쳤냐고 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 보인다.


이밖에 폐기물로는 토스트를 해 먹으면 병 걸릴 것 같은 녹슨 토스터기, 그림은 상상으로 그리라는 건지 색연필은 하나도 없는 색연필 케이스, 심지어 입던 속옷까지 나온다.


아름다운가게 기부품의 약 70%가 폐기물이라고 한다. 아름다운가게는 공짜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곳이 아니다. 기증을 하기 전에 가족이나 친구가 이걸 돈 주고 샀다고 한다면 어떨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으로 보내주자.



이번 글을 쓰다 얼마나 기증했는지 궁금해져 지금까지의 기부금을 확인해봤다. 그동안 꽤 많이 가져갔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액수가 적었다.


가끔 엄마의 이름으로 기증했던 물품들을 내 앞으로 했으면 얼마쯤 됐을까, 하다가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객관화와 수치화는 회사에서나 열심히 하고 내 삶은 의미 그 자체로 채우자.





사도 좋고 안 사도 좋은

아름다운가게 구경하기


운영시간 월~토 10:30~18:00

(일요일, 공휴일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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