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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갸리 May 26. 2017

맛집 깨기 2탄 [양재 닭집]

서울 3대 닭집



서울 3대 닭집 중 하나인 양재 닭집이 내가 타고 다니는 버스 노선에 있다는 것을 최근이 돼서야 알 게 되었다. 양재역에 내리면 SPC 고층 건물 옆 골목 초입 부분에 그야말로 시골스러운 빨간색으로 양재닭집 간판이 보인다. 지하로 내려가는 닭집 입구에는 '생닭 튀김닭 도매’라는 문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치킨집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지하로 연결된 계단을 내려가 입구에 서면 마치 옛날 푸줏간을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깔끔한 치킨집을 상상했다간 큰 실수. 입구 오른쪽 낡디 낡은 무쇠 기름 솥이 두 개. 그리고 생닭을 해체하는 통나무로 만든 커다랗고 둥근 도마. 그 위에 꽂혀 있는 녹슨 식칼. 흰색 앞치마를 두른 주인아저씨처럼 보이는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열심히 닭을 튀겨내고 있다.  


서울3대 닭집이라고? | make by ToonBoom Harmony

브랜드 치킨집에서 봤던 광경과는 너무나도 다른 이미지. 시골 오일장 시장에서 장사하는 닭집을 그대로 이곳으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에 조금은 망설였다.


두 번째 방문.


첫 번째 방문은 뭣도 모르고 무작정 찾아갔다. 닭집이 뭐 다 똑같겠지 하는 생각으로 들어가 한 마리 주문했더니 5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단다. 


“흥! 3대 맛집이라고 하니 이해하자."


미리 주문하지 않으면 시간이 걸린다는 여종업원의 이야기. 그렇다고 가게 밖에 사람들이 줄을 선 것도 아니고 나 외엔 아무도 없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아 기다리기도 뭐해 그날은 그냥 나왔다. 


두 번째 양재 닭집을 찾은 날은 30분 전에 미리 전화 예약. 주문받은 상대방의 전화 목소리는 남자.

저녁 7시 30분쯤 주문한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를 찾으러 지하 계단을 내려가 입구로 들어서니 이미 테이블은 만석. 대략 세어보니 70명 정도의 직장인들이 생맥주와 치킨을 먹으며 시끌시끌하다. 손님이 이렇게 꽉 들어찬 것을 보니 맛집임이 분명해 보인다. 입구 바로 오른쪽 주방에선 주방장 혼자서 두 대의 무쇠솥에서 닭을 튀기고 있다. 이 많은 손님이 먹는 닭을 혼자 튀기다니 무언가 이 집주인만의 닭 튀기는 기술이 있어서인지 오로지 혼자서 이 많은 닭을 튀기고 있었다. 


무쇠 가마솥에서 생닭 튀기기 | make by ToonBoom Harmony

한 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주방장 아저씨의 귀에 이어폰이 꼽혀있고 매장으로 걸려오는 주문 전화를 받아가며 닭을 튀기고 있다. 홀에서 일하는 직원 3명은 손님들의 밀려드는 주문으로 바삐 움직이고 있어 아마도 주인인 듯한 닭 튀기는 아저씨가 전화까지 받아가며 생닭을 손질하며 튀긴다.


전반적인 가게의 분위기는 잘되는 가게의 특징인 시끌벅적. 하지만 깔끔하지 못하고 지저분한 전반적인 느낌. 역시 주방은 기름 떼의 흔적으로 상쾌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위생적인 부분은 많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10분 정도 기다린 끝에 예약 주문한 닭 한 마리가 나왔다. 13,000이라는 가격은 최근의 닭 가격을 봤을 때 저렴한 편. 어릴 적 아버지가 종이봉투에 사 온 치킨을 생각나게 하는 누런색 종이봉투에 담아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아줬다. 


닭 한 마리 봉투를 들고 탄 버스에선 많은 사람들의 후각을 자극시키고도 남을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딱 저녁 먹을 시간에 왠지 사람들에게 미안해지는 기분에 종이봉투 입구를 틀어막을 수밖에 없는 상황. 살며시 입구를 접었다.



양재 닭집 후라이드 치킨 | make by ToonBoom Harmony

맛.


집에 도착해 봉투를 뜯어보니 사각 무와 소금, 빨간색 소스가 들어있다. 튀긴 닭의 겉모양은 다른 치킨과 별 차이 없고 튀김옷은 얇은 편. 


빨간색 소스는 맵지 않아 아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수준으로 이 집만의 특징 소스인 것 같다. 튀긴 닭은 소금을 찍지 않으면 약간은 싱거울 정도. 튀김옷이 딱딱해 소금은 잘 찍히지 않고 한입 배어 물어야 속살에 소금을 찍을 수 있다. 


이 집의 특제 빨간색 소스가 어린아이들이 있는 온 가족이 즐기기에 충분히 맛있다. 양재닭집은 닭보다는 빨간색 소스에 방점이라 생각한다.  



최종 결론 


괜찮은 가격. 적당한 양. 빨간색 특제 소스. 딱 한 가지 걸리는 점은 튀김옷이 딱딱해 약간은 씹기 어려운 식감.


다시 한번 방문할 것이냐?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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