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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갸리 May 04. 2017

맛집 깨기

브루클린 더 버거 조인트 정말로 가볼만한 맛집인가?

TV에서 떠들어대는 맛집! 과연 믿을만한 것인가?


나는 맛있는 걸 좋아하는 잡식성의 식성을 갖고 있다.


무엇이든 잘 먹는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음식을 고르는 데 있어서 약간은 까다로운 스타일이다. 점심 메뉴 하나 고르는 일도 내 머릿속에서 금방 나오지 않는다. 회사 근처 식당 뻔한 거야 어딜 가나 마찬가지. 맛없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왔을 때의 기분은 비싼 음식점에서 후덜덜 손을 떨며 카드를 내밀었을 때보다도 후회가 막심하다.


그만큼 맛있는 식당을 좋아한다.


'뭐! 나도 그래’라며 동조하는 사람도 있고
'뭐하러 생고생하면서 찾아다니며 먹어야 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맛집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는 멘트를 치며 맛있다는 제스처를 할 때면 나는 꼭 그곳에 가서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그렇게 호들갑을 떨 정도의 맛을 보여줄지?


나의 뇌 안에는 ‘맛집’ 세포가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다. TV 프로그램에 맛집이 나오면 꼭 찾아가지 않더라도 머릿속 어딘가엔 항상 세이브되어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맛집이 있는 근처에 가면 나의 맛집 세포는 바로 작동한다. 일부러 맛집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동네 볼일이 있어 우연히 가게 되는 경우 볼일이 끝나고 잊지 않고 바로 맛집으로 발이 움직인다. 굳이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자시고 필요 없다. 자연스레 발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골목골목 좁은 일방 도로를 돌아서 겨우 찾아간 수제 버거의 지존이라 불리는 브루클린 더 버거 조인트.


수제버거 정말 맛있어? | make by ToonBoom Harmony

서래마을은 큰 도로가 없이 전부 넓어 봐야 왕복 1차선 좁은 길이 굽이굽이 이어진 마을이다. 일단 내가 찾아간 이곳은 그랬다. 도로 바로 아래에 인도도 없는 곳에 자리 잡은 가게 정문에는 대기자 명단을 적는 공책이 준비되어 있다. 이미 가게 안에는 빈자리 없이 꽉 차 있고 대기 명단에 이름을 적어놓고 기다리는 손님들이 네다섯 명. TV에 소개된 맛집 치고는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편이다. 

순간 맛집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


그렇게 TV에서 맛있다고 떠들어 대더니 정작 손님이 많지 않은 걸 보니 이곳 또한 그냥 한 번 지나가는 맛집이라는 느낌이 팍 온다.


여기서 지나가는 맛집이란? 한 번 가고 가지 않는 나만의 맛집이라 말하고 싶다.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다른 가게에 비해 버거의 가격은 좀 센 편. 비싼 동네에 자리 잡았으니 이 정도 가격은 이해하고 넘어가자.


TV에서 맛있다고 이야기 한 치즈 스커트 버거 대용량과 칠리치즈 프라이 주문. 잠시 뒤 테이블에 올려진 버거의 사이즈는 놀라웠다. 일부러 큰 사이즈를 시켰는데 버거킹의 주니어 와퍼를 받은 느낌이다. 일단 사이즈에서 마이너스 1점을 줄 수밖에 없다. 여성들이야 그런대로 만족하겠지만, 남자는 이거 먹으면 배고프다. 버거를 들었을 때 빵의 감촉은 몰캉몰캉 힘이 없는 반죽. 개인적으로 이런 식감은 별로다. 아삭아삭한 약간은 하드 한 질감의 빵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드디어 한입 베어 물었다. 그런데 웬걸!


고기에서 냄새가 난다. 아! 이런 기본적인 것을 빠트리다니 치명적인 마이너스 감점이다. 힘들게 찾아온 맛집이 이런 대접을 한다면 나에겐 더는 맛집이 아니다.


내 기준의 맛집은 어렵게 찾아가 오랜 시간 기다려도 기다린 만큼의 보상이 따르는 맛을 느끼게 해주면 그 집은 맛집이다.


'브루클린 더 버거 조인트’는 그냥 지나가는 맛집으로 선정!


기다림의 인내심을 이길 수 없었던 수제 버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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