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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갸리 May 11. 2018

더 브레인 [삶에서 뇌는 얼마나 중요한가?]

당신의 뇌가 궁금하다면


이 책은 한 마디로 놀라움의 연속이다. 


인간의 뇌 속에는 뉴런과 교세포가 각각 약 860억 개씩 있다. (교세포 - 뇌 속에서 뉴런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고 노폐물을 제거하고 뉴런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 세포) 이 뉴런들은 각각의 뉴런들과 연결하기 위해 시냅스라 부르는 연결 통로를 가지고 있다. 하나의 뉴런은 약 1만 개 이상의 연결부를 가졌다고 추정된다. 종류에 따라서는 20만 개를 가진 뉴런도 있다고 한다. 인간 뇌의 뉴런을 대략 1000억 개로 추정하고 계산하면 1000조 개의 뉴런 세포들이 1.4kg에 불과한 조그마한 하드웨어에서 셀 수 없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모든 사고가 뉴런을 통해서 전기 신호를 주고받으며 이루어진다는 사실. 우리는 모르지만, 뇌 속에서는 이렇게 방대한 양의 정보가 전기 신호를 통해 매초 셀 수 없이 이루어진다. 예컨대 인간 뇌 하나의 고해상도 구조를 저장하려면 제타바이트(10의 21 제곱 바이트)의 용량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양은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디지털 데이터의 총량과 같다고. 인간의 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사람은 어떻게 생각을 하고 그 생각들은 나의 몸을 어떻게 조정하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인간의 뇌 속에 있는 뉴런들은 전기신호로 다른 세포들과 소통한다는 것. 다시 말해서 지금의 과학 기술을 이용하면 아주 미약하게나마 뇌를 해킹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뇌에서 어떤 신호를 보내는지 그 신호를 완벽하게 파악하기에는 현대의 과학 기술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있다는 것. 그러나 언젠가는 인류의 과학 기술이 발전해서 인간의 뇌가 보내는 전기 신호를 100% 분석하게 될 날이 온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의식이 디지털화돼서 다른 장치로 전이될 수 있다는 가정에 도달한다. 그런 날이 언제 닥쳐올지 모르지만, 왠지 끔찍하다는 느낌이 든다. '나'라는 인간이 가진 사고와 의식이 언젠가는 다른 몸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좋다는 감정보다 꺼려지는 기분이 든다. 누군가 돈이 많은 사람들은(재벌이 될 수도 있고) 영생을 위해서 자신의 육신을 냉동으로 보관해서 먼 미래에 다시 살아날 꿈을 가진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흔히 공상과학 영화에서 냉각 통에 들어가서 잠자는 인간들이 언젠가는 되살아나는 장면을 보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도 알코어 생명 연장 재단 Alcor Life Extension Foundation에서 이 같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129명의 시신을 생물학적으로 부패하지 않게 냉각 보존 중이다. 먼 미래에 혹은 가까운 미래가 될지도 모를 어느 날 깨어나길 바라며. 


인간 뇌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한다. 그만큼 복잡하고 인간의 윤리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과학이 발전해서 인간의 뇌를 그대로 복사해서 다른 장치나 또는 다른 유기체에 함부로 이식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므로. 과학 발전과는 별개로 이런 윤리를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에 따라서 인간에게 해가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인간이 가진 육체의 한계로는 저 먼 우주까지 인류가 간다는 건 한계가 있다고 한다. 언젠가는 지구라는 행성이 못 쓰게 되었을 때, 몇 백억 광년이 걸리는 다른 행성에 인류가 이주를 해야 한다면 지금의 인간이 가진 육체로는 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 가정 하에서는 과학 기술의 발전은 분명히 좋은 점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인간이 불멸의 생을 살기 위해 내 육신에 있는 자아를 다른 개체로 옮기는 행동은 하고 싶지 않다. 


저자가 마지막에 던진 화두는 다음과 같다.

지금 우리 종은 우리 자신의 운명을 주무를 수단을 발견하는 중이다. 우리가 누가 될지는 우리 자신에 달려 있다.


지금의 인류는 인간의 뇌가 가진 비밀을 하나 씩 파 해쳐 나가고 있다. 언젠가는 그 비밀이 완벽하게 드러날 날이 올 것이다. 그 미래가 끔찍할 수도 환상적일 수도 있다. 다만 환상적인 미래로 만들 것이냐 끔찍한 미래로 만들 것이냐는 각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해석된다. 이 책은 "과연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한 번쯤 생각하게 한다. 그 해답을 찾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뇌'라는 것. 정말 곁에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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