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리 버스 365일 [장갑 떨어졌어요]

아저씨 장갑 떨어졌어요.

by 갸리
아! 내 장갑 | make by ToonBoom Harmony

버스 문은 닫히고 이미 정류장을 떠나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상태로 멈추었다.


"아저씨 장갑 떨어졌어요.”


어떤 아줌마의 외침이 전해진다.


갑자기 아줌마가 내 앞에 앉은 여자 창 쪽으로 다가와 아래쪽 도로 바닥을 내다본다. 갑자기 왜 이러지?


"아저씨! 장갑이 떨어졌는데요."


버스 타고 자리에 앉자마자 장갑 한 짝이 정류장에 떨어진 걸 안 아줌마의 한 마디 외침이었다.


버스는 이미 가고 있고 어쩌란 말일까? 떨어진 장갑을 주워 오기라도 한다는 것 인가?


다시 한번


"아저씨! 장갑이 떨어졌어요.”

세 번째 아줌마의 큰 목소리가 버스 안을 울렸다.


기사 아저씨는 잘 안 들리는지

뭐라고요?
아줌마 거요?
누구 거요?


네. 제 장갑이 떨어졌어요.


그럼 가서 주서 와야쥬.


버스를 세우고 문을 열어주는 기사 아저씨.


다행히도 버스 안의 승객은 자리에 빈자리가 많이 보일 정도.


아줌마가 비닐 봉다리를 자기 자리에 올려둔 채 허겁지겁 장갑을 가지러 갔다.


"제 짐 버스에 있어요."


이 한 마디는 자신을 버리고 출발하지 말라는 아줌마의 신의 한 수.


내가 만약 그 아줌마였다면 그냥 아저씨한테 내려달라고 얘기하던가 아무 소리 못 하고 그냥 타고 갔을 가능성이 크다. 나의 사정으로 타인을 기다리게 하는 용기를 낼 수 없다. 손해가 나더라도 바보같이 말 못 하거나 그랬을 텐데 그 아줌마의 용기는 대단하다. 아줌마의 입장에서 보면 용기가 아니라 당연한 행동일 수도 있지만, 승객 입장에선 자신들의 시간을 빼앗기는 상황이라 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나에게 온다면 과연


"아저씨 장갑 떨어졌어요.”라고 외칠 수 있을까?



살아가며 내 행동으로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상황은 한 번 또는 그보다 많은 상황이 찾아올 수 있다. 내 행동은 당연하게 생각이 되더라도 그로 인해 타인에게 불편함을 준다면 한 번쯤은 미안함의 표시는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버스를 멈추어 떨어진 장갑을 찾아온 아줌마에겐 당연히 기사 아저씨가 고맙겠지만, 그 안에서 기다려 준 승객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쳐가며 승객이 타고 있는 버스를 멈추고 내 물건을 찾아올 수 있는 용기가 살면서 꼭 필요한 날은 한 번쯤은 오리라 생각한다.


그때는 “미안합니다." 한 마디 외쳐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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