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리 버스 365일 [비 오는 날... 버스 안은 후끈

19금 상한선만 지켜주길 바라며….

by 갸리

뽀뽀도 한 때야



퇴근길에 내리기 시작한 비가 땅바닥에 부딪혀 튀어 올라 바짓가랑이를 흠뻑 적실 정도로 퍼붓는다. 비바람이 불어 아침에 입었던 반소매 탓에 바깥으로 드러난 맨살에 살짝 닭살이 돋아나고 우산 살 하나가 천 밖으로 튀어나온 헌 우산은 내 몸 전체를 막아주지는 못한 채 버스 정류장에 서 있다.


버스 안의 승객은 많지 않다. 빈자리가 드문드문.

제일 뒷자리에 거구의 사내가 다리를 쩍 벌린 채 혼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그 앞으로 젊은 연인 커플, 그리고 바로 옆자리가 내가 앉은자리다.


잠시 후 옆자리 커플의 얼굴이 포개지는 듯한 기운이 느껴진다. 살짝 곁눈질로 보니 둘의 간단한 뽀뽀가 몇 차례 이어진다. 하물며 바로 뒤에 거구의 사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뭐 저 정도 뽀뽀야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아주 가벼운 스킨십 정도로 생각해야 하나?


신이 도운 건지 모르겠지만 젊은 커플의 방해자인 거구의 사내가 버스에서 내렸다. 이제 커플의 방해자였던 제일 뒷좌석에는 아무도 없는 상태가 되고, 옆에 앉은 나만이 남녀의 진한 멜로드라마의 방해자가 되어버린 기분이다.


옆에 아저씨가 본단 말이야! | make by ToonBoom Harmony

바로 이때를 노렸다는 듯이 젊은 남녀의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하려 한다. 닭살이 돋았던 조금은 쌀쌀했던 바깥 날씨가 갑자기 내 몸도 후끈거리는 느낌. 내가 옆에 있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녀의 입술은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둘의 얼굴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점점 더 수위를 높인다. 남녀가 사귀면 이런 경험 한 번쯤은 해본 사람들은 많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딱! 이 순간 여러 가지의 생각과 추억이 떠오른다.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아! 부럽다. 장소를 가리지 않는 용기. (시기 질투)


배 나온 40대 중반의 아저씨에게 이런 흔치 않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젊은 커플이 부럽고 즐거운 감정이 인다. 이제는 내가 저들과 같은 경험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에 마냥 부러운 생각이 든다. 대형 마트 에스컬레이터에서 카트를 끌며 애정행각을 벌이는 커플도 보았고, 젊은이들에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소는 한계가 없어진 지 오래된 듯하다. 그리고 한 편으론 얄밉기도 하고.



두 번째 든 생각은


아니! 이것들이 어디 공공장소에서 이런 짓을 (꼰대 감각)


이런 모습을 보고 머릿속에 언뜻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이. 이제는 나도 꼰대의 길로 접어든 것인가? 나만 시대를 못 따라가는 것인가? 옛날을 생각해 보면 나 또한 이럴 때가 있었는데 나이 한 살 한 살 먹다 보니 자꾸만 이런 기억은 사라지고 기성 사회에 젖어 생각도 낡아지는 기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세 번째 든 생각은


끌어 오름! (아빠의 슬픔)


나도 이제 두 아이의 아빠. 내 딸이 나중에 저 아가씨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남자 친구와 버스에서 저런 행동을 한다는 생각을 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젊은 남녀가 서로 좋아서 하는 행동이 이상할 것은 없지만, 아빠가 되다 보니 왠지 모를 끌어 오름이 가슴속을 파고든다.


버스에서 우연히 마주친 젊은 커플은 나에게 시기와 질투, 꼰대 감각, 아빠의 슬픔. 이 세 가지 감정을 동시에 깨우쳐 줬다. 오늘도 어딘가의 버스 안에서 러브러브 한 상황을 연출하는 많은 연인에게 딱 한 마디!


19금 상한선만 지켜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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