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리 버스 365일 [쓰레기차보다는 똥차가 좋다.]

우웨엑! 우웨엑! 푸웁! 우우웁~

by 갸리

우웨엑! 우웨엑! 푸웁! 우우웁~


퇴근길 버스 안.


앞쪽에 앉은 아가씨가 손으로 콧구멍을 막으며 구역질을 한다.


잠시 뒤.


내 콧구멍 안으로도 구역질의 본체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어흐흡! 나도 모르게 그 냄새를 들이마셔 버렸다. 구웨엑!


아! 숨막혀 죽을 거 같아 | made by ToonBoom Harmony

나의 대각선 오른쪽 앞에 앉았던 그녀의 바로 앞자리에 정말로 몇 달은 씻지 않았을 꾀죄죄한 아저씨가 앉았다. 너덜너덜한 진한 밤색 잠바에 낡고 닳은 배낭 하나. 떼 국물이 좔좔 흐르는 허름한 코르덴 바지. 머리는 떡이 져 마치 드래곤볼의 손오공 머리처럼 삐쳐 있고, 얼굴을 말할 것도 없다. 검은 떼 자국과 세탁이라고는 해봤을까 싶은 옷차림.


오바이트를 쏠리게 하는 냄새를 유발하는 아저씨가 앉자마자 그녀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푹 파묻은 채 구역질만 해대고 있다. 뒤에서 지켜보니 그녀 앞에 폭탄이 떨어진 상태가 딱 어울린다. 그런데 지금 이런 상황에서 다른 승객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 다들 핸드폰에 빠져 있어 다른 사람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그제서야 아저씨의 향기로운 냄새를 알아차린 승객들의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여기저기서 코를 막는 시늉이 일어난다. 바로 뒤에서 폭탄을 맞은 그녀는 그 자리를 벗어나고자 자꾸만 뒤를 돌아 빈자리를 살핀다. 하지만 그녀가 움직일 공간은 바로 옆자리밖에는 없다는 사실이 실망스러운지, 하루 일과에 지쳐 서서 가기는 싫은지 몇 차례 계속 돌아보는 행동은 이어지고, 나 좀 이 구렁텅이에서 건져달라는 신호를 보내듯.



담배 쩐내보다 참기 힘든 것이 씻지 않은 사람에서 풍기는 살 썩은 내. 이 냄새보다 더 심한 악취를 풍기는 것은 아마도 쓰레기와 똥. 으으윽! 맡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그 냄새.


구역질을 나게 하는 대표적인 두 가지는 쓰레기와 똥이다. 그런데 이 두 냄새에서 느꼈던 나의 어릴 적 감정은 약간은 다르다.


똥 퍼 어 어~~~ | made by ToonBoom Harmony

어린 시절(국민학교 4,5학년쯤) 동네에서 자주 봤던 쓰레기차와 똥차는 안 좋은 냄새의 표본이라 말할 수 있다. 지금 어린 친구들은 ‘똥차’라는 말을 아마도 모를 것이다. 변소의 대변을 거둬 가는 차다.


동네 어귀에 퍼런색 똥차의 등장은 남달랐다. 저 멀리서 띠로리로~~ 리로리~~ 띠로리리~~ 띠로로로~~ 하는 신호음만으로도 똥차가 왔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렸다.


그 시절 쓰레기차와 똥차는 동네에 매달 한 번씩은 찾아오는 고정 손님이다. 똥 묻은 긴 호스를 똥차에 몇 바퀴 휘감은 채 동네 골목 바닥에 똥 국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지나가는 똥차. 각 집 화장실에 똥차 호스를 집어넣고 쭈욱 빨아들인다. 치렁치렁 바닥에 늘어진 호스는 왕구렁이 뱃속으로 먹이가 빨려 들어가듯 꿀럭 꿀럭 이상야릇한 소리와 함께 화장실의 똥통은 바닥이 드러난다. 똥차가 한 바퀴 돌고 간 동네는 며칠간 똥냄새가 진동했다. 무엇이 그렇게 재밌고 즐거웠던지 동네 아이들과 개들은 더러운 냄새조차 신나 했다.


아! 똥차 왔다!라고 외치며 똥차 호스 사이를 이리저리 왔다 갔다 뛰며 놀았던 기억.

이상하게 더럽고 냄새나는데 그래도 즐거워했던 기억이 가물거린다.


하지만, 쓰레기차는 달랐다. 똥차는 말 그대로 사람의 똥 냄새에 불과했다면, 쓰레기차에서 떨어지는 온갖 쓰레기가 섞인 국물이 떨어지며 흩날리는 냄새는 그야말로 독가스에 가깝다. 특히 날 더운 여름이면 그 냄새의 지독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각종 음식 쓰레기에서 나오는 발효 돼서 썩은 냄새는 똥차가 왔을 때 즐겁게 뛰어놀았다면, 이 쓰레기차가 오는 날이면 무조건 피하고 봐야 한다.


쓰레기차 똥차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똥차라고 말하고 싶다.


피곤에 지친 저녁 버스 안에서 아저씨의 쉰내 나는 악취는 그야말로 온갖 쓰레기 국물이 범벅된 냄새가 떠오를 만큼 강력했고, 피곤함에 짜증까지 더해지던 상황. 그나마 구역질하던 그녀의 자리에 내가 있지 않았다는 것에 위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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