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리 버스 365일 [아기가 자꾸 나를 쳐다본다]

젊은 엄마와 아기

by 갸리

퇴근길 버스 안.

대각선 방향 오른쪽 앞에 앉아 있는 스물쯤 돼 보이는 젊은 엄마. 아기 띠에 폭 쌓여 엄마 얼굴을 마주 보고 있는 아기. 목에 힘을 줄 정도는 된 것으로 보아 100일은 넘은 듯하다.


'귀요미'라 쓰인 이쁜 머리핀이 정수리에 꽂혀있고, 두 발엔 하얀색 리본으로 발목을 묶은 작고 귀여운 양말이 여자 아기라 말한다.

건들건들하는 목을 가까스로 유지하며, 아기 띠 옆으로 목을 내밀고 엄마 옆에 있는 버스의 주황색 봉을 두 손으로 꼭 잡고 있다. 피에로가 부는 기다란 풍선의 마디마디와 같이 아기의 손가락 마디마디와 팔의 접히는 부분들도 그렇다. 실로 묶었다 풀어 자국이 선명한 금이 그어진 모양.



이 또래 아기들은 버스에 타면 칭얼대기 마련이다. 이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버스 안의 답답한 공기는 아기가 숨쉬기도 힘들고 흔들리는 버스에서 아기 띠에 꼭 쌓여있는 상황이라면 칭얼대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아기가 아니다. 특히 여름철 더럽고 냄새나는 버스 에어컨 바람이 세차게 나오는 날은 더 심하다.


아기의 1차 칭얼거림에 아기 머리에 꽂혀있던 머리핀을 빼서 아기 손에 쥐여주는 엄마.

바로 입속으로 쏘옥.

이런 아기의 칭얼거림은 당연한데도 엄마는 이때부터 불안해진다. 조용한 버스 안에서 혹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모든 시선이 자기한테 쏠리는 듯한 느낌으로 왠지 죄인이 된 느낌일 것이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있었으니.


아기에게 머리핀의 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2차 칭얼거림의 시작.

기어코 자리에서 일어나는 엄마. 버스 가운데 통로에 서서 아기를 어르고 달래 본다.

잠시 조용해진 아기.


3차 아기의 칭얼거림. 무언가 불편하다는 증거다.

이번에 엄마가 할 수 있는 수단은 자리를 옮기는 것. 바로 내 앞자리로 왔다.

아기와 나는 더 가까워졌다. 말똥말똥 큰 눈으로 나를 똑바로 쳐다본다. 무엇이 그리 신기한지 내 눈을 파낼듯한 기세다. 그런 아기의 시선에 눈싸움이라도 해볼까 하는 장난기가 발동한다. 하지만, 이런 싸움은 백 전 백폐다. 동그랗고 큰 검은 눈동자, 순수하고 깨끗한 아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왠지 더러운 세상의 못 볼 꼴을 많이 본 아저씨의 눈이 아기의 맑은 눈을 오염시킬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인지. 나도 모르게 아기의 눈을 피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속마음은 한 번쯤은 까꿍 하고 아기를 즐겁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는 겁먹은 똥개마냥.


아 졸려 큰 하품 한 번.

아 졸려 또 한 번 하품.


여기저기 더러운 먼지 있는 버스 창문 틈새를 만지작만지작.

엄마의 지지 지지 소리에 다시 한번 칭얼.

머리 위 뚫린 구멍으로 나오는 에어컨 바람이 아기에게 해로울까 옆으로 앉는 엄마.

장난감 그려있는 하얀 손수건을 아기 머리 위로 살포시 덮는다.

머리 위에 얹은 손수건 한 장 이불 삼아 잠이 든다.

이제야 안심이 되는 어린 엄마.



첫아기를 안고 버스에 탄 어린 엄마는 많이 당황했을 것 같다.

말 못 하는 아기의 울음과 칭얼거림은 당연한 일이니 버스에서 이런 상황이 일어나면 우리 모두 즐겁지는 않아도 시끄럽다는 듯 짜증 내는 목소리는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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