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갸리 Jul 04. 2017

만남

FI 초대 특강 100인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일은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도 하고 한편으론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과연 내가 그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또는 구석에서 짱 박혀 혼자만 멀뚱멀뚱허니 어정쩡한 자세가 될 것인지. 항상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는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나는 관계의 복잡 다양한 메커니즘이 어려워 많은 사람과 교류하는 쪽은 아니다. 서로의 관심사와 취향이 다른 사람들과 만났을 때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머릿속에서 무수히 많은 생각의 톱니바퀴가 돌아간다. 아!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상대방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쪽 이야기를 먼저 듣고 응수할까? 선뜻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들의 세계에선 관계 형성이란 무조건 재미와 노는 것에 포인트가 있다 보니 처음 본 아이끼리도 쉽사리 관계가 진행된다. 그 연결고리가 얇더라도 그 나잇대에 꺼낼 수 있는 생각들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10대, 20대, 30대, 40대를 지나오면서 점점 더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버거워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목적으로 사람을 대하게 되고, 오로지 내가 바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좁은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관계의 문을 닫아걸어두는 때가 많다는 것을 나 자신 스스로도 부인할 수 없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좀 더 많은 사람과 교류해라’라는 메시지를 보내지만 좀처럼 실행되지 못하고 생각으로 그치고 만다. 누군가 관계 맺기 노하우를 전수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찾아가서 배우고 싶을 때가 많다. 이런 문제에 관련해 항상 똑같은 결론은 나의 내성적인 성격 때문이라는 것에 다다른다. 결국은 내가 바뀌지 않고서는 관계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 이렇게 간단하고 명료한 진실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실행으로 옮기기엔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FI 초대특강 100인]

지난주 토요일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청중과의 만남 무대가 펼쳐졌다. [FI 초대 특강 100인]


FI 스튜디오에서 주최하는 전문가 특강으로 자신의 영역에서 나름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리다. 지금까지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청자(聽者) 쪽에 가까웠다.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만한 즐거운 스토리도 없을뿐더러 내 이야기를 남에게 한다는 것이 왠지 쑥스럽기도 하고. 그 흔한 SNS에서조차도 나의 의견을 내세우거나 피력하지 않고 눈팅족이 더 어울린다. SNS를 통해 자신을 내세우는 것을 아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심 부럽다. 나의 콘텐츠는 이러이러하고 이런 것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모습들. 나 또한 그들처럼 흉내라도 내볼까 하는 마음은 있어도 막상 내가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현실이 내 입을 더 굳게 만든다.


이번엔 화자의(話者) 위치에 서게 되었다.


이번 특강은 나에게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던 무대다. '우리 시대 웹툰 작가들의 생존기' 출간에 관련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그마한 자리. 7명뿐이었던 조촐한 자리였지만 청중 앞에서 내 스토리를 발표한다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발표하라고 시켰을 때조차 덜덜덜 떨면서 제대로 말 한마디 못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말할 수 있다. 나이 40 중반이 넘어서 초등학교 시절 덜덜 떨면서 쥐새끼 소리마냥 작은 목소리로 발표했던 그 무대에 설 기회를 잡았다. 


나의 이야기를 들으러 온 사람들에게 실망은 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 100%를 치달았다. TV에서 봤던 유명인의 강연 프로그램처럼 청중의 시선을 쏙쏙 빼앗는 강사의 달변까지는 아니어도 버벅거리지는 말아야 한다는 각오를 했다. 강연회라는 것이 참가한 이상 무언가 하나는 얻어가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 참석한 모두에게 만족감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한 사람만이라고 참석한 보람은 얻어 갈 수 있게 첫 강연의 목표를 잡았다. 


취업을 준비하는 애니메이션학과 대학생, 웹툰 플랫폼 대표, 애니메이션 디렉터, 사운드 디자이너, 영화 제작 PD, 그래픽 아티스트가 나의 첫 손님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한 명 한 명 강의실로 들어오는 참석자들과의 첫 만남은 어색한 공기로 시작한다. 이런 어색함을 참을 수 없어 먼저 말을 걸어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금 이 상황을 어찌할지 모르는 사람들은 멀뚱멀뚱 다른 곳을 바라보기도 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첫 번째 마주치는 장벽은 ‘어색함’이다.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은 자신이 주도적으로 어색한 벽을 허물지만, 내향적인 사람은 누군가가 그 벽을 깨주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내 인생을 돌아보면 후자 쪽에 가까웠다. 그런데 오늘은 어색함의 벽을 허무는 주체가 되어야 하는 자리다. 두근두근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심호흡 크게 한 번 또 한 번. 딱딱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아재 개그라도 준비해 뒀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만남엔 역시 음식이 필수

뭔가 이득을 얻기 위해 사람들과의 만남을 하다 보니 오히려 더 관계의 지속이 어려웠다는 FI 스튜디오 김민호 대표. 상대방을 만나서 얻어지는 이득보다는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 줄 수 있는 만남으로 만들어 가니 더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고 말한다. [FI 초대 특강 100인]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자신이 가진 스토리를 공유하고 나눠줌으로써 많은 사람과 교류하며 새로운 지식을 배워나가는 무대라는 생각이 든다. 이해타산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공간으로써…


득과 실을 계산하지 않는 만남이 오랜 친구를 만든다는 생각.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만난 웹툰 작가 [성인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