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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랑도서관 사서 Mar 24. 2020

과몰입오타쿠가 도서관을 바꾼다3

야, 너두 희곡 쓸 수 있어. 마라탕 4단계 매운맛...2차시 이야기

불타는 마라맛으로 돌아온 2차시... 과연 어떤 내용으로 진행이 되었나? 


1차시가 시식용 마라탕이었다면... 2차시는 마라전문점 4단계 마라맛이야...☆

자료실에 비치된 '비밀의 숲'시나리오와 영상자료를 함께 보며 등장인물의 대사처리 방식에 익숙해지는 방법을 익히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황시목 역할의 경우 대본보다 어조가 강하고, 다른 조연들은 대사 외 애드리브 부분이 많아 눈으로 대본을 훑어가며 영상을 감상했다. 느낀 점을 공유한 뒤 어떻게 대사를 써야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의견을 나누었는데 아무래도 시나리오를 함께 본 경험이 없어서인지 다들 감을 잡기가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 재미를 잡기 위해 시작한 것이? 바로 소리가 없는 영상에 더빙해보기였다. 직접 더빙 시나리오를 만들어보며 극중 상황에 몰입하고 대사를 쓰는 훈련을 하기 위해 프로그램에 넣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매우 좋았다.

먼저 더빙의 나쁜 예... 를 보고 연습용으로 애니메이션 빨강머리앤 즉흥 더빙, 실전용으로 드라마 미생 더빙 시나리오 만들기 스텝을 밟았다.

더빙의 나쁜 예... 목소리 톤... 연기... 상황해석... 모든 더빙을 뒤집어 놓으셨다... ho...! 역시... 광희선배님...
앤이 즉흥더빙을 듣고 화가 난 나머지 길버트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jpg.

대머리가 되어버린 앤, 오 차장에게 혼이 나 바지에 오줌을 싸버린 장그래까지... 참여한 친구들의 창의력이 돋보이는 시간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시나리오를 쓰기 전 인물의 성격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이쯤되면 궁금해질 수 있다. 그래서 과몰입오타쿠가 도서관을 어떻게 바꿨는데?


연극, 뮤지컬 등 공연 예술을 즐기고 희곡을 써보는 창작활동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을 도서관 프로그램에 녹임으로써 참여 청소년의 예술적 감각을 기를 수 있었다. 책을 읽기만 하는 소극적 활동이 아닌 자료를 활용하고 직접 시나리오를 써보는 과정을 통해 도서관에 다양한 자료가 있음을 알게 되고, 꾸준히 도서관을 찾아올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변화를 끌어냈다고 생각한다. 도서관 풍경을 떠올려보면 성인 혹은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이들이 주 이용자로 떠오른다. 청소년에게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면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창구로 도서관을 찾지 않을까? 그리고 청소년기에 도서관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되살려 성인이 되어서도 꾸준히 도서관을 찾게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다.

이 말을 한 사람도 오타쿠라는 점에서 신뢰도가 약간은 하락하지만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라고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분야를 남들과 함께 공유하고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도서관에 작은 변화를 주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청소년 이용자를 도서관으로 유인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 고민이 많은 다른 사서 선생님들과 이런 생각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더빙 시나리오 속 장그래씨의 수난을 지워보며...

(*시나리오를 직접 써보고 느낀점에 대해 공유했던 마지막 차시에 대한 글은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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