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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랑도서관 사서 Mar 30. 2020

도서관은 책으로 말을 거는 공간!

도서관이 마을과 청소년의 고민이나 의제를 잘 담아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공터의 사서들은 새롭게 바뀌는 공간 속에서 조금 더 개방적이고 매력적이며, 눈에 잘 들어오는 도서 추천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청소년의 시선을 끌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지점이었죠. 정말 막막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방법은 청소년이 읽으면 좋을만한 책, 사서가 추천하는 도서, 영화로 만들어진 책을 소개하는 방법 등 다른 도서관과 다르지 않은 소개 방식이었습니다.

도서관이 추천 하는 책. 책. 책. 그러나......


 열심히 준비하지만 그저 알록달록하고 글자 많은 벽지로만 받아들이는 듯 누구에게도 쉽게 관심받지 못하는 우리 사서들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죠.

도서관의 청소년 도서추천 코너, 알록달록한 그저 벽지 같은 전시물들


  그러다 우리보다 앞서 고민을 시작하고, 이를 마을 속에서 실천하는 곳인 용인시 ’ 느티나무도서관’의 사회를 담는 컬렉션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시점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적 현상과 관련하여 도서관이 이용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으로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사회를 담은 컬렉션'

  새롭게 열리는 우리 공터도 마을의 의제와 고민을 도서관 속에 담아보고 싶다, 또 청소년들의 관심사나 흥미, 호기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될 것 같다는 마음에 덜컥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이다지도 머리 아픈 일이 될 것이라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말입니다. 아무튼 시작은 그랬습니다.


  시작단계에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어떤 주제를 잡아야 하지? 청소년들을 응원하는 컬렉션? 아니면 그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돌 현상?,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만한 책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볼까? 무엇 하나도 쉽게 잡히지 않는 구상 속에서 공터는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공터와 함께 성장한 청소년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며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 우리의 시선으로 청소년을 재단하려 한 것은 아닐까? 그동안 고민했던 주제나 방향이 혹시 청소년을 대상으로만 보고, 그들을 위한다고 말하면서 청소년을 미성숙한 인간으로, 지도하고 이끌어주어야만 하는 수동적 주체라고 보는 것 아니었을까? 우리 공터는 청소년도 충분히 스스로 사고하고 자신의 주관을 통해 자발적인 주체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고, 그렇게 믿으며 청소년을 만나고 있다는 점.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컬렉션이 아니라 청소년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컬렉션을 만들자!


 그렇게 방향을 정하고 나니, 조금은 더 재미있고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사서들의 머리를 모아 나온 주제들도 매우 흥미로왔죠.


   청소년 대상 주제 1차 목록  

     주제 1 –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추동력)

     주제 2 – 새로운 일상을 만나기 위하여 (일상 타파, 일탈)

     주제 3 – 우리는 모두 아티스트입니다(일상의 예술)

     주제 4 – 오늘 내 기분은? (오락가락하는 감정, 누가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주제 5 – 존엄과 다양성의 가치(함께 살아가는 법)



 주제를 정하고 나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할 차례입니다. 우리가 마을에 던지는 의제를 마을이 함께 공감하기 위해 어떻게 풀어내면 좋을지 주제와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고, 주변의 자원활동가와 청소년 그룹에게 정해진 주제에 관한 의견을 물어보기도 하며 방향을 잡아가던 차, 또다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정한 주제가 정말 청소년들에게 공감할 수 있을까?


  청소년과 함께 만드는 도서관이라고 하며, 그들과 가깝게 소통하고 있지만 정말 청소년들의 고민을 묻는 게 낫지 않았을까? 지금 정한 주제가 그들의 의견을 잘 담아내는 컬렉션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고민과 준비과정은 잘 접어두고(ㅠㅠ), 정말 마을의 고민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기로 했습니다. 공터가 가진 가장 큰 힘은 관계이고, 그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의견들을 모아 보면 정말 그들의 관심사나 고민이 담기지 않을까 말이죠.

컬렉션 설문 참여자 비율

질문은 세 가지였습니다.

요즘 마을 주민의 관심사,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 그리고 주변과 나누고 싶은 질문으로 구성하고, 약 2주간의 기간을 통해 의견을 취합하였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다양한 연령의 주민들이 설문에 참여해주셨고, 이를 통해 우리의 방향을 이끌어갈 수 있는 귀중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너희의 고민을 보여주렴

  청소년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친구나 가족과 같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 외에도 학습에 대한 고민이나 진로, 또 현재 위기상황인 코로나19와 관련하여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았습니다.


  주민들은 연령별로 고민하고 있는 지점도 다양했고, 함께 나누고픈 이야기도 달랐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과 공터의 사서들은 각각의 의견들을 취합하고 분류하여 진짜 컬렉션 주제를 선정할 수 있었습니다. 먼 길을 돌아왔지만, 청소년의 의견을 더 생생하게 담을 수 있는 주제가 나온 듯하여 뭔가 더 뿌듯했습니다. 이렇게 나온 주제들은 이전 우리가 선정했던 것보다 깊이 있는 고민들을 품고 있었죠.


역시 청소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성숙하고 주체로서 사고하고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렇게 모인 의견들을 통해 컬렉션 주제를 확정하고, 만나는 청소년 그룹과도 이야기 나누며 주제를 잘 설명할 해시태그를 붙여보기도 했습니다.



 청소년 대상 주제 2차 목록  

     주제 1: 프로존중러로 살아가기

        -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

      #사람이100명이면삶도100개 #네삶도옳고내삶도옳다 #너는다계획이있구나

      #시민으로살아가기 #나도나를모르는데 #네가나를알겠느냐 #달라달라_itzy아님

      #더이상의혐오는없다


    주제2: 어떻게 살면 좋을까?

       - 지금을 잘 살아가게 하는 나와 비슷한 누군가의 이야기

     #공부 #진로 #배움 #선택 #나를찾아서 #이게 정말 나일까? #꿈꾸다 #나를 아는법

     #자기관리 #어떻게살아갈까 #자립 #내가가는이길이어디로가는지알수없지만알수없지만

     #나는왜이길에서있나 #현재를살아가는힘 #경험적치유 #성장통 #성장기

     #오늘의가장아름다운페이지 #위로 #삶의가치 #미처몰랐던


   주제3: 책상 위로 올라 선 청소년

     - 정치 및 사회적 주체로서의 청소년. 이제 행동하다!

    #청소년사회참여 #시민으로성장하는청소년 #청소년투표권 #선거하는고3

    #주변을바꾸는것이정치 #자기삶의주체로일어서 #내목소리가안들리나요?

    #우리가살아야할세상이라고요!


  주제4: 이게 정말 마음일까?

    -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르락내리락하는 내 감정

   #저기압엔고기앞으로 #건드리면문다 #그래도모른척하면안돼ㅠㅠ

   #나도내맘을모르겠어요 #우울할땐울면 #짜증날땐짜장면 #비가와서그래

   #햇살이너무좋아서그래 #나만그래


  주제5: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지구는 항상 아프고 인간은 항상 위기이다. 그렇지만 우린 항상 그랬듯 답을 찾을 것이다.

   #위기극복이종특 #우리만힘드냐 #예나지금이나 #언제는안힘들었나 #사회문제

   #전쟁기아환경오염경제 #우선은먹고사는게 #인간답게사는게 #인종이달라도지구인


  이렇게 청소년 대상으로 한 다섯 가지 주제와 함께 주민들의 고민도 함께 정리하여 만들어질 컬렉션은 ‘세상과 마을을 담는 컬렉션(책장)’으로 이름 붙이고, 마을 주민 및 이용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살아있는 컬렉션이 되고자 합니다.

 

 앞으로 책 선정 및 정리 등 오조오억가지의 과정들이 남아있지만 이 시간들이 나중에는 주민들의 고민과 마을의 의제를 담을 수 있는 더 나은 공공도서관이 되는 첫걸음이 되리라 믿으며, 공터의 내딛는 한 발을 함께 응원하고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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