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트윈세대 공간을 고민하는 사람들: 세종시 도서관건립 TF 인터뷰
C Program, 도서문화재단 씨앗이 함께 공공 도서관에 트윈세대 전용 공간을 만드는 'space T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여기서 트윈세대란 10대(Teenager)와 사이(Between)를 결합한 단어로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의 '12~16세 아이들'을 의미합니다. 작년에 개관한 전주시립도서관의 '우주로1216'을 시작으로 올해에는 세종시, 수원시와 함께 새로운 space T를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소식을 기대해주세요.
Q. 두 분을 소개해주세요! 두 분의 역할은 각각 어떻게 다른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도서관건립 TF를 총괄하고 있는 박현숙 사무관입니다. 인사, 총괄 계획, 예산 등 전체적인 그림을 짜는 일을 담당하고 있어요. 제 옆에 있는 한유리 주무관은 실무 담당으로 장서 개발, 프로그램 기획 운영, 정보화 관련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인터뷰 자리에 함께 있진 않지만 저희 TF에는 건축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선경 주무관도 있어요.
Q.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도서관건립 TF팀이 궁금해요. 어떤 팀인가요?
세종시에서는 2018년부터 공공도서관, 복컴(복합커뮤니티센터) 도서관, 아파트 단지 내 작은 도서관을 지원하고 도서관 정책을 개발하는 일명 '도서관팀'이 생겼어요. 그런데 세종시가 신생 도시이다 보니 시립도서관 등 도서관 건립 업무 비중이 커진거예요. 그러면서 인프라를 조성하는 일에 집중하는 도서관건립 TF가 생겼어요. 도서관건립 TF는 도서관 건립, 도서관리시스템 연계, 정보화 시스템, 장서 개발 등 도서관의 물적 자원을 구축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잠깐, 여기서 장서란 도서관의 컬렉션을 의미하나요?
맞아요. 장서 개발이란 시립도서관과 관련한 컬렉션을 의미해요. 보통 복컴은 4만 권에서 5만 권 정도 규모인데 도서관 규모가 큰 만큼 시립도서관은 장서가 40만 권이 넘거든요. 그래서 정교한 정책을 수립해서 책을 수집하고 있어요. 물론 구입을 하기도 하지만,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이 갖고 있는 좋은 자료를 기증받기도 하고 세종시는 국책 연구기관, 연구소가 많아서 정책 보고서나 기획자료, 연감 등을 수집해서 특화된 섹션을 만들기도 합니다.
Q. 어떻게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트윈세대 공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박현숙 사무관: 세종시가 워낙 아동 인구가 많은 젊은 도시인만큼, 청소년에 대한 고민도 많은 도시예요. 특히 아이들이 청소년으로 성장함에 따라 그들의 문화적인 욕구나 여가 활동, 학교나 집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을 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에 대해 고민이 많았거든요. 도서관이 그런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는 시민들의 의견도 있었고요. 그러다 마침 전주시립도서관의 우주로1216 사례를 보았고 스토리스튜디오 혜화랩에도 다녀왔어요. 이번에 운좋게도 연이 닿아 space T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되었고, 오랜 기간 바라 온 숙원 과제인 만큼 너무 기뻐요. 시립도서관뿐 아니라 세종시 전반적으로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시립도서관에서 먼저 다양한 실험들을 해보고 추후에 복컴이나 작은 도서관을 위한 보급안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한유리 주무관: 전주시립도서관의 우주로1216에 방문했을 때 이런 특별한 공간이 세종시에도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함께 하게 되어 정말 기뻐요. 책장으로 가득 찬 일반적인 도서관과 달리, 우주로1216에서는 아이들이 그물에서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천장에 철봉이 있어 매달릴 수도 있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이렇게 도서관이지만 도서관이 아닌 것 같은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함께 할 수 있어 기대됩니다.
책장으로 가득 찬 일반적인 도서관과 달리, 우주로1216에서는 아이들이 그물에서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천장에 철봉이 있어 매달릴 수도 있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이렇게 도서관이지만 도서관이 아닌 것 같은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함께 할 수 있어 기대됩니다.
Q. 두 분은 어렸을 때, 도서관에 자주 가셨나요? 도서관과 관련한 추억이 있는지 궁금해요.
박현숙 사무관: 너무 옛날 얘기인데(웃음)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따로 있지 않고 학교 안에 교실 1~2개를 터서 도서관으로 만들어 놨었어요. 학급 문고에 가까웠죠. 책을 정리하는 도서부원으로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읽은 책의 60% 정도를 그 때 읽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엔 명동성당 안에 있는 학교를 다녔는데 거긴 학교 도서관이 따로 있었고 사서 수녀님도 계셨어요. 당시 수녀님이 십진분류법을 설명해주셨는데 이렇게 많은 책, 지식을 숫자화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해하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어요.
책은 어느 시기에나 중요하겠지만 특히 어렸을 때 많이 읽어두는 게 인생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책을 한참 좋아할 때엔 만화도 그리고 소설도 쓰곤 했거든요.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책을 읽으면 무언가 하고 싶어지는, 만들어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책을 읽고 싶게끔 만드는 일, 혹은 책을 봄으로써 무언가 하고 싶어지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한유리 주무관: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는 중학교 때 도서관이 있었는지조차 몰랐어요. 전집, 백과사전을 사서 집에서 보던 세대여서인지 트윈세대 때 도서관에 가본 기억이 없어요..(웃음)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책을 읽으면 무언가 하고 싶어지는, 만들어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책을 읽고 싶게끔 만드는 일, 혹은 책을 봄으로써 무언가 하고 싶어지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Q. 요즘 트윈세대에게 책은 어떤 존재일까요?
한유리 주무관: 책을 좋아해서 자발적으로 읽지 않는 일반적인 아이들에게 책은 공부처럼 읽어야 되는, 해야 하는 숙제 같은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주변에서 자꾸 읽으라고 하기도 하고, 문학책도 '고등학교 가기 전에 여기까지 읽어야 해'처럼 짜여진 것들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그런 의무감이 느껴지는 존재이지 않을까 싶어요.
박현숙 사무관: 아이가 둘 있는데 첫째는 책을 정말 좋아해요. 완득이 책을 읽었으면 완득이 영화도 찾아보고, 그 작가가 쓴 신간을 읽기도 하고. 책을 통해서 영화, 유튜브 등 계속 확장해서 무언가 알고 싶어하는 스타일이에요. 반면 둘째는 책을 많이 읽지 않아요. 같은 책을 10번 이상 읽는 스타일이에요. 둘째의 경우 중학교 때 영화를 보고 장면에 대해 토론하면서 철학을 공부하는 동아리를 했는데 무척 좋아했어요. 그걸 보면서 요새 아이들에겐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소재가 되겠구나, 꼭 책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주제, 콘텐츠를 가이드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새 아이들에겐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소재가 되겠구나, 꼭 책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주제, 콘텐츠를 가이드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그렇다면 트윈세대에게 도서관은 어떤 공간일까요?
박현숙 사무관: 둘째를 떠올려보면, 도서관은 가서 공부하는 곳인 것 같아요.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건 자기 방에서 하고, 친구들과 만나도 PC방, 편의점, 공원 정도를 가다 보니 도서관에 갈 일도 없고 도서관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도 세종시의 아이들은 도서관이 워낙 가까운 곳에 있다 보니 학원 a에서 b로 가는 여분의 시간에 도서관에 머무르는 시간도 종종 있는 것 같아요.
한유리 주무관: 팀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복컴에서 근무할 때를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아이들은 학원 가기 전에 혹은 주말에 엄마가 다녀오라고 해서 오는 경우나 시험 기간일 때만 와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은 볼 수가 없어요. 아마도 시간이 없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거고 시간이 있을 때에도 오지 않는 이유는 도서관의 구조가 책을 읽거나 아님 각자 공부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2~3명씩 몰려다니며 서로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하는데 도서관에선 떠들면 안 되니까 별로 오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박현숙 사무관: 대부분의 도서관 공간은 유아실, 어린이실, 종합 자료실, 일반 열람실 정도예요. 제가 청소년이라면 어린이실은 유치하고 일반 열람실, 종합 자료실은 책만 많고 어른들이 있어서 눈치가 보일 것 같아요. 이처럼 도서관 내에 청소년이 갈 수 있는 곳이라는 명칭을 가진 공간이 없다 보니 배제되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그들이 환영받고 있다고 생각하긴 어려웠을거란 아쉬움이 들어요.
대부분의 도서관 공간은 유아실, 어린이실, 종합 자료실, 일반 열람실 정도예요. 제가 청소년이라면 어린이실은 유치하고 일반 열람실, 종합 자료실은 책만 많고 어른들이 있어서 눈치가 보일 것 같아요. 이처럼 도서관 내에 청소년이 갈 수 있는 곳이라는 명칭을 가진 공간이 없다 보니 배제되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그들이 환영받고 있다고 생각하긴 어려웠을거란 아쉬움이 들어요.
Q. 트윈세대에게 집, 학교가 아닌 '제3의 공간'은 어떤 의미일까요?
박현숙 사무관: 가족보다 친구가 더 좋아지는 시기, 친구들을 제일 좋아하는 시기인만큼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일 것 같아요. 아이들이 고민이든 즐거운 일이든 같이 모의하고 기획하고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갈 데가 없다 보니 요즘엔 그런 걸 온라인으로 하거나 카페를 가는 게 전부잖아요. 공공 공간에서 이런 경험을 담아주면 좋겠어요.
한유리 주무관: 아이들이 정말 무언가 하고 싶어졌을 때, 혼자든 삼삼오오 모여서든 막상 갈 수 있는 곳이 없어요. 기쁠 때뿐만 아니라, 마음이 울적할 때에도 혼자 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혼자서도 갈 수 있는데 위험하거나 무섭지 않은 공간, 그런 제3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트윈세대에게 도서관이 어떤 제3의 공간으로 인식되면 좋을까요?
박현숙 사무관: 아무 때나 가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 만만한 공간, 마음 편한 공간,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공간, 제약이 별로 없는 공간, 공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한유리 주무관: 도서관이라고 아예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기존의 도서관과는 다른 느낌으로 뭉칠 수 있는 그들만의 공간이면 좋겠어요. 저희는 눈 감을 준비가 되어 있어요. (웃음)
도서관이라고 아예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기존의 도서관과는 다른 느낌으로 뭉칠 수 있는 그들만의 공간이면 좋겠어요. 저희는 눈 감을 준비가 되어 있어요. (웃음)
Q. 가장 기본적인 질문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도서관에서 운영자들은 왜 중요할까요?
만약 시설은 시설대로, 콘텐츠는 콘텐츠대로만 존재한다면 그건 각각 물체로 남아있을 뿐이잖아요. 그걸 연결해서 필요한 누군가에게 제시해줄 수 있는, 시설과 콘텐츠를 살아 움직이게 해 주는 게 운영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운영자를 통해 이용자와 이용자를 연결해주고, 책과 이용자를 연결해주고, 적절한 장소와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안내하는 '연결자'의 역할이 도서관에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운영자는 트윈세대 친구들에게 어떤 어른으로 인식되면 좋을까요?
박현숙 사무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아이들이 무엇이든 같이 도모해보고 싶은, 도모해볼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어른이면 좋겠어요. 비슷한 경험을 얼마 전까지 했었을 것 같은 그런 (젊은) 분들이 운영자로 곁에 있으면서 뭐하고 싶은지, 뭐할지 같이 궁리해줄 수 있으면 아이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친구 같으면서도 아이들에게 관대한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관대하다는 의미는 무엇이든 이야기해도 별 상관없을 것 같은, 나를 질책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잘 들어주고 공감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뜻이에요.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고등학교 때 만났던 사서 수녀님이 딱 그런 어른이셨어요. 당시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수녀님은 항상 '아, 그랬구나'하고 잘 들어주셨고 평소엔 말을 아끼셨지만 가끔씩 슬쩍 던져주셨던 한 마디 한 마디가 저에게 정말 필요한 이야기였던 적이 많거든요. 맨날 찾아가진 않더라도 어려울 때, 다운될 때, 뭔가 생각해야 할 때 스스럼없이 찾아가 이야기할 수 있는 어른이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한유리 주무관: 저에겐 어렸을 때부터 삼촌이 친구 같은 존재셨어요. 세대차이로 인해 이해를 못하시는 부분이 있어도 삼촌이 항상 '그래, 그럴 수 있지'라고 공감해주시고 적당한 거리를 지켜주셔서 좋았거든요. 이렇게 너무 친구 같지 않으면서 적당히 쿨해질 수 있는 그런 어른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말을 걸고 싶은 사람이면 좋겠어요. 꼭 직접 말을 걸지 않더라도 눈빛만 줘도 좋은 사람, 에너지와 온기가 느껴지는 사람, 밝은 감성으로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있고 호응해줄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엔 알려줄 수도 있는 사람,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고 아이들로부터 많은 것을 이끌어낼 수 있는 그런 어른이면 좋겠습니다.
무엇이든 같이 도모해보고 싶은, 도모해볼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어른
친구 같으면서도 아이들에게 관대한 어른
적당히 쿨해질 수 있는, 거리를 지켜주는 어른
말을 걸고 싶은, 에너지와 온기가 느껴지는 어른
Q. 어떤 공간이 되면 가장 뿌듯할까요?
아까 '제3의 공간'을 이야기해주셨는데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너무 입시나 공부 위주로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꼭 그 길로 가지 않아도 돼', '이 시간만큼은 자유롭게 정말로 좋아하는 걸 한번 해봐도 돼'라고 말을 거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혹은 아직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친구가 오더라도 뭘 좋아하는지 한번 탐색해볼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강요하지 않는 공간. 평소에 바라보던 방향과 살짝 벗어나도 안전한 공간. 혹은 벗어나 보니까 더 좋다는 걸 깨달을 수 있는 공간. 그런 시도를 응원해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도서관에 이런 공간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기고, 이런 시도로 청소년들이 사회적으로 더욱 주목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강요하지 않는 공간. 평소에 바라보던 방향과 살짝 벗어나도 안전한 공간. 혹은 벗어나 보니까 더 좋다는 걸 깨달을 수 있는 공간. 그런 시도를 응원해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글: C Program Play Fund 김정민 매니저
인터뷰: 세종시 도서관건립 TF 박현숙 사무관님, 한유리 주무관님, C Program Play Fund 신혜미 매니저
앞으로 세종시가 C Program, 도서문화재단 씨앗과 함께 만들어갈 space T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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