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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Oct 07. 2020

어린이도서관에 트윈세대 전용 공간이 생긴다면?

수원시 트윈세대 공간을 고민하는 사람들: 슬기샘어린이도서관팀 인터뷰

C Program, 도서문화재단 씨앗이 함께 공공 도서관에 트윈세대 전용 공간을 만드는 'space T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여기서 트윈세대란 10대(Teenager)와 사이(Between)를 결합한 단어로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의 '12~16세 아이들'을 의미합니다. 작년에 개관한 전주시립도서관의 '우주로1216'을 시작으로 올해에는 세종시, 수원시와 함께 새로운 space T를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소식을 기대해주세요.



C Program, 도서문화재단 씨앗, 수원시가 함께하는 space T 프로젝트, 수원시 슬기샘어린이도서관 속 트윈세대 전용 공간


슬기샘어린이도서관 송현수 관장님, 이은정 차장님과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트윈세대처럼 15살이 된 슬기샘어린이도서관


Q.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슬기샘어린이도서관을 소개해주세요!

송현수 관장님: 슬기샘어린이도서관은 2005년 12월 개관했고 장서는 약 15만권 정도 보유하고 있는 도서관이에요. 연면적 800평 정도의 규모로 서울에 있는 어린이도서관들에 비해 규모가 큰 편이죠. 지금은 개관한 지 15년 정도 된 터라 시설이 많이 노후되고 예산적인 한계로 인해 여러모로 변화가 쉽지 않지만 전문가 그룹과 함께 하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제대로 바뀐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제가 이은정 선생님과 2014년 처음 슬기샘어린이도서관에 왔을 때엔 어린이도서관인데 떠들지 못하고 굉장히 조용히 해야 한다거나.. 그런 분위기가 있어서 다소 놀랐어요. 그래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이 도서관에 '정숙'이라고 붙어 있는 스티커를 다 떼는 일이었습니다. 독서문화프로그램도 일방향의 교육, 강의 형태가 많았는데 놀이와 체험 중심으로 바꾸는 등 이용자 중심의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물론 가끔은 조용히 해야 할 필요도 있지만... (출처: 도서관의 주인)


Q.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슬기샘만의 키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송현수 관장님: 나이에 관계없이 지역 주민들과 아이들이 모두 함께 만날 수 있는, 세대 간의 소통을 북돋는 프로그램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절기 행사나 단오, 동지 행사와 같은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저희들은 이런 프로그램을 펼칠 때 '공장 돌린다'라고 표현하는데 (웃음) 그만큼 정말 많은 분들이 뜻을 모아 함께 참여해주고 계셔요. 전통행사뿐 아니라, 안녕달 그림책에서 영감을 받아 '수박 수영장'을 도서관 앞마당에 설치해 먹거리 장터를 열고 수익금을 수원 미혼모시설에 기부하는 프로그램을 매년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요. 이처럼 슬기샘어린이도서관에서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지역 주민들이 다 같이 참여하는 자리, 기회를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슬기샘 어린이도서관의 대표 프로그램, 수박수영장과 동지 행사 사진



도서관, 트윈세대 그리고 제3의 공간


Q. 어렸을 때 도서관에 자주 가셨나요?

송현수 관장님: 아니요!! 아, 가긴 갔어요. 중, 고등학교 때는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간 게 아니라 공부하러 갔어요. 그런데 정작 공부하러 가서 우동 먹고 책은 펼쳐놓고 나와서 놀았던 기억만 나네요. (웃음)

이은정 차장님: 지금의 아이들도 그런 것처럼 제가 어렸을 때에도 봉사활동을 하러 도서관에 갔어요. 중학교 이후엔 대개 봉사활동 목적으로 도서관에 가거나 시험기간 때 공부방 가듯 도서관에 갔던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는 어린이실이 따로 없었거든요. 들어가면 사서 선생님이 주의 주고 혼내는 그런 딱딱한 경험이 많아요. 그래서인지 도서관과 관련한 추억이라고 하면 그나마 공공도서관에서 봉사활동하면서 친구들이랑 매점에서 놀았던 소소한 기억, 그리고 학교 도서관에서 도서부 동아리 활동했던 기억이 남아있어요.


Q. 트윈세대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어린이, 청소년과 어떻게 다를까요?

이은정 차장님: 질풍노도의 시기요! 조카들이 지금 딱 중학교 1, 2학년이거든요. 초등학교 때부터 봐온 조카들인데도 확실히 6학년과 중학생은 다른 것 같아요. 1년 사이에 아이들의 말수도 많이 줄어들고 개인 공간을 열심히 찾아다니고 혼자만의 시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고요. 그런 시간을 기다려줄 수 있는, 이해가 필요한 시기의 아이들인 것 같아요. 제가 중학교 다닐 때를 돌이켜보면 저도 제가 다 큰 줄 알았거든요.(웃음)


확실히 6학년과 중학생은 다른 것 같아요. 1년 사이에 아이들의 말수도 많이 줄어들고 개인 공간을 열심히 찾아다니고 혼자만의 시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고요. 그런 시간을 기다려줄 수 있는, 이해가 필요한 시기의 아이들인 것 같아요.


방해받지 않고 혼자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개인 공간을 원하는 아이들  


Q. 트윈세대에게 도서관은 어떤 공간일까요? 트윈세대에게 도서관은 어떤 의미일까요?

송현수 관장님: 책을 빌리는 공간이나 봉사하는 공간? 독서습관이 형성된 친구들에겐 책 빌리러 가는 곳, 독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에겐 공부하는 곳, 봉사활동하러 가는 곳, 공원에 가다가 급할 때 화장실 가는 곳, 혹은 친구들과 만나는 약속을 정할 때 '도서관 앞에서 보자' 정도의 공간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은정 차장님: 그래도 긍정적이라고 보는 부분은 슬기샘처럼 2000년대 초반부터 어린이도서관들이 본격적으로 생겼으니까 지금의 트윈세대 아이들이라면 어렸을 때 어린이도서관, 어린이실이라는 것을 경험해봤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에요. 부모님을 따라 영유아 대상의 프로그램을 한 번이라도 참여했던 경험도 있을 것 같고요. 그래서 제가 어린 시절에 느꼈던 딱딱한 도서관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느꼈을 거라고 기대해요. 영유아 시기엔 엄마 손에 이끌려 도서관에 왔다가 청소년이 되면서 공백이 몇 년 생겼을 거란 아쉬움이 있지만, 이 친구들에게 어린이 도서관, 도서관이란 공간이 아주 낯설거나 불편하거나 경직된 공간은 아닐 거라 기대합니다.


그래도 긍정적이라고 보는 부분은 슬기샘처럼 2000년대 초반부터 어린이도서관들이 본격적으로 생겼으니까 지금의 트윈세대 아이들이라면 어렸을 때 어린이도서관, 어린이실이라는 것을 경험해봤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에요. 이 친구들에게 어린이 도서관, 도서관이란 공간이 아주 낯설거나 불편하거나 경직된 공간은 아닐 거라 기대합니다.


 Q. 트윈세대에게 집, 학교가 아닌 '제3의 공간'은 어떤 의미일까요?

송현수 관장님: 간섭받지 않고 방해받지 않는 공간일 것 같아요.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집에 있으면 부모님이 잔소리하지, 학교 가면 선생님이 잔소리하지, 학원 가면 공부해야 하지..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자기들끼리 모여서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을 찾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도서관이라는 가장 안전한 공간 안에 트윈세대 전용 공간을 만든다는 취지에 정말 공감해요. 다만, 취지에 맞게 아이들이 그 누구에게도 방해, 간섭받지 않고 충분히 편하게 즐기다가 가야 하는데 도서관이란 공간이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 공간인만큼 어느 정도의 규칙은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어떻게 적절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이은정 차장님: 저도 비슷한데요. 트윈세대에게 제3의 공간은 물리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안전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공간을 만들어줘야 것 같아요. 그리고 도서관이야말로 민주주의에 가장 대표적인 공간, 아이들이 정말 평등해지는 공간이잖아요. 요즘엔 어릴 때부터 빈부격차 등 여러 가지 수준을 서로 재단한다고들 하는데 이 공간에서만큼은 모든 게 무료이고 누구든지 다 참여 가능한 공간. 12~16세 안에선 학년 차이, 나이 경계도 허물어지는 '서로 평등해지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간섭받지 않고 방해받지 않는 공간일 것 같아요.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집에 있으면 부모님이 잔소리하지, 학교 가면 선생님이 잔소리하지, 학원 가면 공부해야 하지..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자기들끼리 모여서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을 찾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도서관이라는 가장 안전한 공간 안에 트윈세대 전용 공간을 만든다는 취지에 정말 공감해요.


Q. 북유럽 도서관 투어를 다녀오셨다고 들었어요! 가장 인상적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진봉 부장님: 도서관 자체가 굉장히 많고 이용자도 진짜 많았어요. 그리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행태가 우리나라와 다른 맥락으로 생활화되어있다는 점, 실내 공간이 넓고 인테리어 등 내부 시설에 공을 많이 들여 매력적인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또한 운영자들이 도서관 서비스에 적극적이며 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공유하려는 성향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은정 차장님: 함께 일하고 있는 최진봉 부장님이 대표로 다녀오셔서 사진과 함께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주셨는데요. 저는 일단 엄청 어두웠던 조도가 파격적이었어요. 그리고 도서관인데도 책보다도 자동차처럼 디자인적인 구조물로 가득 차 있다는 것도 파격적이었어요. 운영자들이 사서가 아니라 문화 기획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요. 여러모로 도서관에 대한 나의 인식이 굉장히 갇혀있었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공간도, 사람도 파격적(?!)이었던 비블로 퇴이엔 (이미지 출처: 송지은 주무관님)



트윈세대 공간 운영자로서의 마음가짐


Q. 도서관 운영자가 갖춰야 하는 자세는 무엇일까요?

송현수 관장님: 저는 기본적으로 도서관은 서비스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해요.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간인만큼, 또한 '도서관'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는 최전선에 있는 사람으로서 마인드와 사명감을 가지고 진정성 있게 이용자들을 대하는 것이 운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해요. 일례로 이용자를 대할 때도 도서관이 정해놓은 틀, 정책, 규정에 한해서 딱딱 맞춰서 이야기하는 것과 진심을 다해 설명하고 소통하는 것은 경험의 차이를 만들잖아요. 그래서 업무 스킬이 뛰어나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운영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진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Q. 트윈세대 공간 운영자라면 어떨까요?

이은정 차장님: 크게 보면 같을 것 같아요. 물론 디테일은 다르겠지만요. 가장 중요한 건, 운영자가 어떤 생각과 마음, 목표치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같은 공간도 전혀 다르게 운영될 수 있기 때문에 슬기샘어린이도서관의 스태프들이 모두 함께 서로가 가진 생각의 결을 충분히 공유하고 공감하며 트윈세대 공간에 대한 일관된 생각을 만들어야 제대로 된 운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운영자는 트윈세대 친구들에게 어떤 어른으로 인식되면 좋을까요?

송현수 관장님: 츤데레 같은 어른이면 트윈세대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친구 같으면서 배울 점이 있는 어른, 아이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어른, 그런 어른이면 좋겠습니다.

이은정 차장님: 꼰대처럼만 안보였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꼰대란 안된다고 하는 사람, 뭔가 가르치려고 드는 사람을 의미해요. 물론 아이들에겐 자기 맘에 안 드는 사람은 다 꼰대일지도 모르지만요(웃음). 그땐 몰랐지만 나중에라도 생각나는 사람, 편하게 말을 걸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리고 '닮고 싶은 어른'이면 좋겠어요. 트윈세대일 때가 엄마, 아빠도 싫고 선생님도 싫고 BTS만 좋고 그런 시기잖아요. 그래도 트윈세대 공간에 있는 저 어른처럼 되고 싶다, 저 사람 같은 어른의 모습을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어른이면 좋지 않을까요?


'닮고 싶은 어른'이면 좋겠어요. 트윈세대일 때가 엄마, 아빠도 싫고 선생님도 싫고 BTS만 좋고 그런 시기잖아요. 그래도 트윈세대 공간에 있는 저 어른처럼 되고 싶다, 저 사람 같은 어른의 모습을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어른이면 좋지 않을까요?


Q. 어떤 모습을 보면 가장 뿌듯할까요?

송현수 관장님: 최근에 전주시립도서관에 가봤는데 근래 가본 공공도서관 중에 가장 좋았고 우주로1216도 정말 좋았어요. 공공시설에서 그런 인테리어, 공간 구성을 한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공공 공간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건강한 자극을 퍼뜨릴 수 있는 진정성 있는 프로젝트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은정 차장님: 저는 단순해요. 이 프로젝트 성공한다고 제 월급이 2배가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요.(웃음) 저는 그냥 이 공간에서 아이들이 진짜 그냥 여기 너무 좋다고 두 번 세 번 찾아오는 장면을 보고 싶어요. "진짜 여기 너무 좋아서 친구들 데리고 왔어요"라는 이야기, 꼭 열 마디, 백 마디 말로 하지 않더라도 표정에서 다 드러나니까, 그런 모습만 봐도 정말 뿌듯할 것 같아요.


훈훈한 마무리는 언제나 인터뷰 인증샷!


글: C Program Play Fund 김정민 매니저

인터뷰: 슬기샘어린이도서관 송현수 관장님, 이은정 차장님, C Program Play Fund 신혜미 매니저




앞으로 수원시가 C Program, 도서문화재단 씨앗과 함께 만들어갈 space T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 매거진 보러 가기: https://brunch.co.kr/magazine/between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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