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립도서관에 트윈세대 전용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C Program X 아르떼365]에서는 SEE SAW 뉴스레터가 1달에 1번,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뉴스레터 아르떼365를 통해 소개하는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제3의 공간을 공유합니다. 넘나들며 배울 수 있는 성장과 자극의 기회를 제공하는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과학관의 사례와 함께,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공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소개합니다.
전주시립도서관(중화산동) 3층에 만들어지고 있던 트윈세대 전용공간이 12월에 문을 연다. 이 공간 이름은 ‘우주로1216’, 프로젝트 시작부터 참여한 트윈세대들과 함께 지었다. 공간 이름엔 트윈세대가 상상한 공간의 모습과 이 공간을 구상한 전문가 어른들이 지향한 공간 콘셉트가 잘 담겨 있다.
트윈세대 친구들이 프로젝트 시작부터 상상한 공간의 모습은 그들만의 아지트 같은 공간이자 다양하게 탐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다. 공간 이름을 고민할 때 친구들은 #탐험하고 개척하는 느낌, #우리들만의 공간(우리가 주인인 공간) #넓은 공간이 허락된 #신비로운 느낌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려주었다. 처음 후보였던 ‘space T’는 전주 트윈세대들의 의견에 따라, 그 의미를 훨씬 잘 살릴 수 있는 한글 이름이 되었고, 트윈탐험의 ‘길'을 콘셉트로 공간을 구성해주신 설계자분들의 의도와 ‘나아간다’의 의미도 지니는 ‘로', 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연령대를 일컫는 숫자를 함께 붙여 완성했다.
앞으로 이 공간에선 트윈세대 친구들을 우주인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주인, 우주로1216의 주인, 우주를 탐험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친구들은 우주인이 된 것을 기념하는 배지를 나눠가졌다.
우주인들을 만나는 운영자들은 지구인이라고 부른다.
지구인은 자유롭게 탐험하는 우주인의 반대말이기도 하면서 우주인을 지켜주는 조력자, 지켜주고(필요한 자원을) 구해주는 어른들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런 아이디어는 프로젝트 진행 내내 우주인의 첫 번째 지구인이 되어 아이들의 목소리,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아이들을 만나는 어른들에게 필요한 가이드를 만든 진저티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다. 늘 트윈세대가 주체가 되어야 하고, 운영자는 아이들을 조력하는 사람이어야 하지만 운영하다 보면 운영자인 어른이 원하는 방식대로 운영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진저티 프로젝트는 우주인이 주인인 공간이 지속할 수 있도록 가장 중요한 가이드로서, 트윈세대를 우주인으로, 운영자를 지구인으로 정하고 자연스럽지만 재미있게 가장 중요한 원칙을 체화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우주인이 스스로 탐험하는 공간을 위해 공들여 기획한 건 특히 ‘프로그램'이다. 청소년을 위한 공간은 체험 프로그램을 고심하여 만든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할’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가장 조심했다. 트윈세대들은 무엇보다 전환기를 겪으며 독립적으로 사고하기 시작하고, 취향이 생기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짜여진 대로 활동하는 체험보다 스스로 선택하는 경험이길 바랬다. 존 듀이에 의하면 경험은, 경험의 주체(개인)와 환경이 상호작용하며 성립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주인들이 우주로1216에서 공간의 환경을 접하며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공간을 기획하는 어른들은 우주인이 하고 싶은 경험을 도출해보고 그 경험을 촉진하는 환경을 잘 구성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 공간의 콘텐츠를 고민한 진저티프로젝트는 도서관 옆 근영중학교 친구들과 1학기 동안 동아리 활동을 진행하고 집중 워크숍을 통해 아이들이 원하는 경험과 환경을 제안했다.
이 네 가지 경험은 혼자 또는 함께 하기도 하고 내적으로 생각하고 느끼기도 하고 외적으로 표현하고 발산하는 경험이기도 하다. 그리고 서로 영향을 주고 넘나들며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 또한 알아서 잘하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경험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해주는 장치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진저티프로젝트가 제안한 건 ‘패시브 프로그램(Passive Program)'이다.
패시브 프로그램은 정해진 프로그램 시간이나 진행 보조자가 필요 없는 프로그램으로, 이용자가 자기만의 시간계획을 가지고 언제든 자유롭게, 짬짬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우주인들이 공간에 와서, 약간의 자극과 장치가 있는 환경에서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때로는 지구인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프로그램의 시작과 끝을 스스로 정한다는 점, 기획을 더하여 프로그램을 확장해볼 수 있다는 점, 결과물의 수준을 내가 원하는 만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기존의 프로그램과 다르다.
이 공간은 패시브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우주로1216 트윈 운영단과 함께 프로그램을 런칭하기 전,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필요한 과정과 환경을 준비하고, 운영하며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이 공간의 특별한 또 하나의 콘텐츠는 트윈 컬렉션이다.
우주인들이 흥미로워하고 관심 있어하는 분야의 도서, 영화, 음악 등을 골라 주제에 제목과 태그를 붙여보며 함께 만들어보고 다른 우주인들에게 소개해보는 콘텐츠 컬렉션이다. 우주인들이 관심 있어할 만한 주제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또는 할 것 같은) 콘텐츠들을 제시하며, 필요한 정보를 주기도 하고, 새로운 경험의 씨앗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우주인과 지구인이 함께 정기적으로 트윈 컬렉션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트윈 컬렉션을 통해 관심 있는 주제의 새로운 콘텐츠를 발견해 관심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길 기대해본다.
우주인들에게 기지가 되는 이 공간은 크게 4가지의 존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공간을 설계한 EUS+건축은 네 개의 존을 통해 혼자 또는 여럿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톡톡존은 우주인이 만든 작품을 전시하거나, 전용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는 공간이다.
쿵쿵존은 여럿이 다양하게 모여 관심 있는 콘텐츠를 감상하거나 서로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멋진 무대가 있다.
슥슥존은 다양한 재료와 도구를 활용하여 무엇이든 만들 수 있고, 슥튜디오에서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할 수도 있다.
곰곰존은 혼자 또는 여럿이 집중하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중요한 것은 이 4개의 존을 방이나 벽으로 구분하지 않고, 트윈가로를 중심으로 구분하여 다양한 경험에 관심을 갖는 우주인들이 서로의 경험을 엿보다가 자연스럽게 넘나들 수 있도록 열린 공간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최초의 선택한 활동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간을 누빌 수 있다. 또한 다른 반 출입금지인 학교와는 달리, 아이들은 이런 공간에서 새로운 친구들과도 다양한 접점을 갖고 만날 수 있게 될 거라 기대한다.
또한 공간 곳곳에 다양한 자세로 편안하고 안락하게 머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공간을 꼼꼼히 둘러보면 앉거나 누워있을 수 있는 자세를 적어도 몇십 개는 떠올려볼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의 형태나 가구들이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다. 어쩔 수 없이 책상과 의자를 사이에 두고 한 가지 자세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우주인들은 이 곳에서 유연하고 편안한 자세로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공간이 완성되었던 11월 8일 저녁, 기획 과정부터 함께 참여한 우주인들을 초대하여 공간이 잘 조성되었는지 확인하는 감리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어른들이 공간을 검사하는 것보다, 아이들의 검사가 중요한 공간이라 생각했던 EUS+건축의 세심한 아이디어였다. 아이들은 공간 구석구석을 들어가 보고, 만지고 살피며 새로운 공간을 들여다보았다. 신기했던 건 정말 늘 봐왔던 공간처럼 자연스럽게 공간을 사용하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매력적인 공간일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 아이들이 상상을 잘 반영했다는 의미기도 했다.
공간을 감리하는 것을 시작으로 우주인이 정말 주인이 되는 공간이 되기 위해 우주로1216 트윈 운영단을 만들어 함께 운영할 예정이다.
1기는, 기획 과정에서부터 참여한 친구들의 자원으로 구성되었는데, 이 공간을 이용할 규칙을 트윈의 언어로 만드는 과정을 이미 거쳤다. 우주로1216 트윈 운영단은 패시브 프로그램 기획, 컬렉션 제작, 운영 및 홍보 팀으로 나누어 활동하게 되며 공간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함께 참여하게 된다.
이 공간이 우주인들에게, 책임감을 갖고 탐험해야 할 사회에 나가기 전, 자유롭게 편안하게 이것저것 탐험해볼 수 있는 든든한 기지가 되어주길 바란다. 또한 이 공간이 우주인들 각각의 탐험으로 더욱 풍요로운 공간으로 운영되길, 그래서 더 많은 지역에 이 친구들을 위한 공공의 공간이 많아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씨프로그램, 도서문화재단 씨앗은 트윈세대 공간 프로젝트를 space T 프로젝트로 이름 짓고, space T의 첫 번째 기지인 전주시립도서관 우주로1216의 운영 과정을 함께 돕고 모니터링하며,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두 번째, 세 번째 기지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트윈세대에, 그리고 그들을 위한 공간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건축가들, 운영자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글: C Program Play Fund 신혜미 매니저
이번 글은 아르떼365 뉴스레터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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