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만들기] EUS+건축, 트윈 정서와 이야기가 곳곳에 담길 도서관
[공간 만들기]에서는 트윈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이유에스플러스 건축이 아빠건축가로서 아이들의 생각을 건축가의 지혜로 해석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트윈세대의 잠재성과 다양함을 고려한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에스플러스 건축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전주도서관 트윈세대공간인 '우주로 1216'을 디자인 하는 과정의 이전 포스팅 (https://brunch.co.kr/@gradation/6) 에 이어서 구석구석 담긴 이야기를 설명하겠습니다. 이 공간은 지난 2019년 1월 9일 추진단과 전주시의 킥오프 미팅으로 본격 시작하여 10개월여가 흐른 11월 8일 '우주로 카운트다운' (트윈세대의 공간 테스트)를 끝으로 설계와 시공의 전 과정을 마무리 했고 12월 20일 정식 개관식을 앞두고 시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이 우주로1216은 기존의 우리 공공건축이 가지지 못한 아카이빙을 위한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위의 공간조성 과정을 비롯하여 공간을 짓기 위해서 직, 간접적으로 참여한 모든 분들의 이름을 정확히 기재하려 노력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만나게 되는 '톡톡'(모두소통) 영역에는 전주 한옥마을 인근인 '충경로 사거리'를 중심으로 한 지도를 책장 형식으로 만들어 배치 했습니다. 그 전주지도책장 (톡지)의 가로 축인 '충경로'에는 공간조성 타임라인을, 세로 축인 '팔달로'에는 참여자들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만드신 분들이 그들의 자녀를 데리고 왔을때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나머지 칸은 앞으로 만들어질 트윈세대의 이야기들이 전시, 기록 될 것이고 그들이 꼽는 북 셀렉션도 담길 수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세대들과 소통하는 그들의 창의력을 기대합니다.
기존의 전주도서관 평면은 가운데서 둔각으로 꺾여있는 모습이었는데 바로 그 지점에 사서의 인포메이션 데스크가 놓여있습니다. 이 데스크는 공간과 마찬가지로 꺾여있는 평면인데, 공간의 모형을 그 지점에 놓았을때 가장 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소해 보일 수 있는 것이지만 건축가는 건축과, 실내공간과, 가구와, 모형이 일치하는 이런 장면을 기대했고 목격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우주로1216'이라 이름 지어진 전주도서관 트윈공간은 트윈세대들이 마음껏 탐험할 수 있는 그들의 우주 같은 장소로 인식되길 바랬습니다. 탐험을 하는 것이니 개척도 해야하고 때로는 막힐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도와주는 운영진이 있고 그분들을 '지구인'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전체가 우주인의 공간이지만 지구인이 머무를 스테이션이 필요하고 그 역할과 건축적인 디자인을 어떻게 할지 추진단과 EUS+팀 내에서는 많은 논의와 고민을 했습니다. 전통적인 사서 영역인 인포데스크의 역할도 하지만 간섭으로 느껴지지않는 따뜻한 안내자의 역할을 하는 공간, 우주에 있는 등대 같은 곳이어야 할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에서 나와서 마주하게 되는 '톡톡' 영역에 작은 지구인의 스테이션을, 무언가 창작을 하는 '슥슥' 영역에 메인 지구인 스테이션을 두게 되었고 이어지는 트윈가로와 같은 모티브 이면서 안심이 되는 집의 모습이 등대의 역할을 하게 했습니다. 추진단 내에서는 이 장소들을 '지구인 출몰지역'이라고 이름을 붙이기로 했습니다. 재료도 검은 벽돌벽과 하얀 타일벽으로 구분이 되면서 단단한 느낌을 주게 하였습니다.
두 지구인출몰지역에는 각각 시계가 하나씩 부착되어 있는데 한곳은 아날로그 시계, 다른 한곳은 디지털 시계를 둔 작은 아이디어도 있었습니다.
사실 많은 도서관 뿐 아니라 공공의 실내 공간들이 그 장소가 갖고 있는 도시적 컨텍스트와는 무관하게 원하는 기능과 개인적 취향에 맞춰 실내디자인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곳은 도서관 건물의 3층에 위치한 실내공간이지만 도시적인 특징이 실내로 연결이 되길 바라며 디자인을 했습니다. 그 중의 하나는 전주의 대표 산인 '모악산'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창이 여러개 있다는 점을 착안하여 그 창 근처에 마치 자연의 지형처럼 불규칙한 단들을 만들어 여러 자세와 목적으로 창을 통해 모악산을 바라볼 수 있게 했고 산을 닮은 쿠션 언덕을 그 다음 놓아서 역시 산의 은유를 표현하였습니다.
도서관은 흔히 무엇을 배우거나 책을 읽는 곳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이 세대의 우주인들이 감성에 빠져 있을 곳도 필요합니다. 그 감성이 핸드폰이나 미디어의 컨텐츠로만 흡수되기 보다 창을 통해서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와 자연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감성을 키울 수 있는 곳이었으면 했습니다. 다행이 기존 건물의 조건이 아래위로 꽉 찬 창문들이 줄지어 있으므로 그곳을 트윈세대와 함께하는 공간 워크샵에서 주로 물어봤고 설계에서도 세심하게 계획을 했습니다. 유리라는 것은 그 자체는 차갑지만 그 주변과 앞에 따뜻한 재료와 편한 자세, 다양한 각도를 만들어 줌으로 본인이 원하는 장소를 찾아서 앉을 수 있게 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모습은 의외로 다양하지 못합니다. 특히 트윈세대들이 주로 머무는 학교, 학원, 심지어는 집에서도 자신의 영역을 선택하기란 쉽지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도서관에서 만큼은 다양한 장소를 그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주고자 했습니다. 흔히 '이것도 넣어주시고, 저것도 넣어주시고..' 식의 공간은 혼란스러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다양성을 주되 혼란스럽거나 랜덤하지 않게 디자인 어휘와 재료를 다듬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이 공간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동시에 몸이 좀 불편한 친구들을 함께 배려할 수 있도록 조절을 했습니다.
당연히 실내 공간에 놓인 의자와 테이블, 소파 같은 가구들은 움직일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좀더 시스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장치들이 몇군데 계획되었는데 그들로 인해 공간의 다양한 이용성을 높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슥슥' (같이창작) 영역과 '곰곰' (혼자사색) 영역에 그런 시스템이 있는데, 다소 정적인 활동을 하는 이 영역들의 활용하는데 다양함을 줄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슥슥 영역에는 전원 코드 또한 천정에 매달아서 당겨 쓸 수 있게 하여 공간의 활력을 주었습니다. 반대로 좀더 동적인 영역인 '쿵쿵' (함께발산)인 경우는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므로 실내요소는 고정되어 있도록 계획했습니다.
우주로1216을 디자인하면서 재료를 선택할때는 크게 세가지 원칙이 있었습니다.
첫번째, 트윈세대 공간이지만 흔히 어린이 공간에서 사용되는 포장용 재료보다는 재료의 그 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재료를 쓰자.
두번째, 영역별 성격에 맞춰 섬세하게 재료의 차이를 느낄 수 있게 하자.
세번째, 사용자가 기능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하자.
그에따라 실내이지만 도시의 거리를 느낄 수 있는 거친 벽돌타일, 자석을 이용하여 게시물을 부착할 수 있는 구로철판, 핀을 사용할 수 있는 타공합판, 목재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osb합판과 자작나무합판 등이 쓰였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프로젝트를 마무리 하며 공간 설계의 소회와 네이밍 이야기를 서술하고자 합니다.
*맨 위 커버사진은 스튜디오917의 주현동 사진작가의 사진입니다. 사진에 포함된 청소년들의 초상권에 대한 동의를 받은 후 촬영했음을 밝힙니다.
*이유에스플러스건축 지정우 소장이 서민우 소장, 이소림 매니저를 대신하여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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