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빠건축가 Nov 10. 2019

전주도서관 내 트윈공간의 건축설계

[공간 만들기] EUS+건축, 실제 설계의 재미난 이야기

[공간 만들기]에서는 트윈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이유에스플러스 건축이 아빠건축가로서 아이들의 생각을 건축가의 지혜로 해석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트윈세대의 잠재성과 다양함을 고려한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에스플러스 건축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지난 번 브런치 글 (https://brunch.co.kr/@gradation/5)에서는 사용자 참여 디자인워크샵이 어떻게 공간의 설계로 이어지는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건축설계'란 어떻게 발전이 되어서 실제 공간이 되는지 설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019년 6월21일 전주시장님과 운영진, 이용자인 트윈세대들에게 계획안 모형을 발표했다. (사진 EUS+ Architects)

"이런 컨셉은 도대체 어떻게 잡아요?"

가끔씩 듣는 이야기 이기도 한데 건축가가 아닌 분들이 보기에는 공간의 개념을 세운다는 것이 신기한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디자인 컨셉은 어느 한순간 딱! 하고 잡히는 것이 아닙니다. 건축가마다, 디자이너마다 방식은 물론 다르겠지만 대부분 시간과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번 전주도서관 트윈공간은 그 진행과정이 충분히 길었고 다양한 전문가와 이용자들이 여러 방식으로 소통과 발전을 해왔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건축가인 우리는 그것들을 수용하면서 중심을 잡다보니 자연스럽게 도출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오게 된 공간의 개념은 '트윈탐험'. 

트윈탐험이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네개의 영역을 구상했는데 비슷한 시기의 추진단 중 컨텐츠를 담당하고 있는 '진저티'에서도 거의 비슷한 경험과 환경의 종류들을 도출해 내고 계셨다.

'탐험'이라는 것은 프로젝트 초기의 인터뷰에서도 '탐험을 떠나는 일종의 전초기지이기도 하면서 공간 자체가 탐험의 대상이 되는 우주'라는 우리의 답에서 처럼 처음부터 떠오른 키워드였습니다. 그렇다면 탐험을 어떻게 할 수 있게 하느냐가 건축가의 할 일이었고, 그때 트윈세대들과의 'ㅁㅁ워크샵'과 사서분들과의 'ㅇㅇ워크샵'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들을 느슨하게나마 '연결'하여, 파편적인 우리 도시들과 같은 환경이 아닌 각각의 탐험의 길들이 생기게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전주'라는 컨텍스트를 놓고 자료를 찾고 사내에서 서로 이야기를 계속하다보니 '전주는 성곽도시'라는 것을 발견했고 그 성곽을 모티브 삼지만 길게 잇는다면 긴 평면의 기존 건물을 관통하는 길이 되면서 거기서부터 서로 다른 영역을 탐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디자인원칙'이라는 것을 설정한 것이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때 중심을 잡고 해석을 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 '길'은 후에 '트윈가로'라는 이름으로 명명을 하게 되었고 길에서 친구를 만나듯 소통의 장소가 될 것이고 각 영역을 벽과 방으로 나누지 않아도 느슨하게 구분되고 연결되게 하는 장치가 되었습니다. 그 트윈가로를 '집'모양의 구조물로 반복되게 배치하여 이곳이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닌 '전주'에 있다! 라는 것을 의미하게도 의도했습니다. 이 트윈가로는 공간을 가로질러 가기도 하고, 때로는 매달린 구조물로 대치되기도 하며, 창가를 따라서 공간을 감싸기도 합니다. 아울러 이 프로젝트를 하며 총 43군데의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국내외 도서관들을 답사 다녔는데 어느곳도 '가로'를 모티브로 해서 지어진 곳은 없었기에 고유한 개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GRADATION: 모두소통 / 함께발산 / 같이창작 / 혼자사색"

트윈가로는 네개의 영역을 관통해 지나가는데, 평소에 'Gradation'(점진성)을 주제로 작업을 해오던 저는 트윈세대들의 다양한 활동과 생각과 에너지와 소통을 점진적인 네개의 영역으로 배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각 영역에 맞는 이름을 붙여야 되겠다 생각했어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되었다'라는 어느 시 처럼 이름이 그 공간의 의미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주말 밤 야근하며 구상해 낸 영역 이름들은 사람의 명수와 정도를 나타내는 수식어와 각 프로그램 종류를 더해서 점진적인 변화가 생기도록 네글자로 만든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추후 영역의 이름은 실제 사이니지를 계획할때 좀더 기억하기 쉽고 부르기 쉽게 바꾸었지만 추진단 내에서는 한동안 이 이름들로 각 영역을 지칭했습니다) 모두소통 / 함께발산 / 같이창작 / 혼자사색 이라는 네개의 이름이 점점 에너지와 활동의 스펙트럼이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겁니다. 각각의 영역 안에는 훨씬 더 다양한 활동과 개성들이 존재 함은 물론이고 동시에 타인과 함께 쓰는 공공공간이라는 질서도 담고 있습니다.

디자인원칙은 수평면에서 뿐만 아니라 단면 상에서도 존재했다.

보통 공간을 만들때 수평면 상에서 배치를 하는 것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놀이풍경을 디자인하면서 늘 강조했던 '입체적인 공간'을 이 도서관 공간에도 적용하기 위해서 단면상의 디자인 개념도 설정을 하였고 그것은 주로 활동의 정도를 표현하는 요소로 구체화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 완성된 공간을 이 디자인 원칙과 요소를 다시 보면서 하나하나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생각합니다.

6월에 만든 발표용 모형을 영역별로 찍었다. 대부분 실제 시공까지 디자인이 유지되었지만 이중에 특히 많이 바뀐 영역도 있다.

공간 디자인은 어느경우나 변화, 발전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구체적인 비용을 계산해 보면서, 클라이언트와 컨설턴트와 협의를 하면서, 현장 상황에 따라서 등등 요인들에 의해서 그렇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전에 사례가 거의 없었던 프로그램의 공간에서는 건축가 생각의 발전에 의해서 그런 경우가 더 많이 생깁니다. 

몇 달 간격의 디자인 뷰에서 변화, 발전된 부분이 보일 것이다.

큰 그림을 그리면서는 각 부분 부분에서 일어날 활동의 구체성을 예상하지 못하여 다소 추상적인 형태였지만 조금씩 그 공간 안으로 건축가가 들어가면서 좀더 합리적인 배치와 대안들이 떠올랐습니다. 특히 바닥부터 천정까지 수직적인 창문이 연속된 기존 건물의 패턴을 이용하여 더 재미있는 공간들이 생길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다양한 세대가 어울릴 수 있는 라운지 공간 "모두소통"

'모두소통' 영역의 디자인 발전과정
'모두소통' 영역의 실제 완공사진 (사진 EUS+ Architects)

트윈세대전용 공간이 전주도서관 3층에 자리잡고 있기에 엘레베이터나 계단을 통해 올라오면 처음 만나게 되는 곳입니다. 모두소통 영역의 설계과정중 가장 큰 변화는 사서 영역이 생기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었는데, 공간의 중심에 사서 데스크가 있지만 이곳에도 무언가 안내를 위한 스테이션이 필요하다고 협의가 되어서 집 한채가 더 들어섰습니다. 대신 이곳은 좀더 캐주얼하게 사서가 오가면서 트윈세대들이 자유롭게 이용 가이드등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영역으로 설계되었습니다. 


트윈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공간 "함께발산"

'함께발산' 영역의 디자인 발전과정
'함께발산'에서 함께한 우주인과 지구인들 (사진  space T추진단 / 917스튜디오)

무언가 트윈세대들의 에너지를 물리적으로도 발산 할 수 있는 '함께발산'은 놀이와 함께하는 활동이 가능하도록 계획 되었는데, 비교적 초기에 방향이 결정되어 크게 디자인이 바뀌지 않은 곳이기도 합니다. 바닥과 창가는 이곳의 원 지형을 은유하여 다양한 높낮이의 언덕들로 구성되어 집합적으로 풍경이 만들어지도록 했습니다. 학교 등에서 단체 이용객이 올때 수업도 진행이 가능할 것이고 천정에 매달린 구조물을 이용해서 운동과 해먹이나 그네 등을 설치할 수 있고 반대편에서 공연이 벌어질 수 있는 작은 무대가 있는데 그곳의 활동을 같이 감상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함께발산' 영역의 무대와 스텐드 부분 디자인 발전과정
'함께발산' 영역의 무대와 스텐드 부분 최종 완공사진 (사진 EUS+ Architects)

이곳은 전체 공간에서 가장 큰 창문을 가진 곳으로, 바로 앞의 화산체육관 공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입니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낄 수도 있고 다양한 행사를 할 수도 있는 곳이지만 무엇보다 트윈세대들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끼가 답답한 방들로 이뤄진 상업 장소들에서 발산되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크게 소통할 수 있는 곳에서 벌어진다면 더 좋겠지요. 우주선 조종석 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서로 자극받는 창작의 공간 "같이창작"

'같이창작' 영역의 디자인 발전 과정
'같이창작' 영역의 최종 완공사진 (사진  space T추진단 / 917스튜디오)

가장 정의내리기 어려운 곳이기도 한 곳이 '같이창작' 영역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활동을 할지 컨텐츠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창작'을 하는 메이커 스페이스 개념도 있으면서 서로서로 영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택한 방식은 창가에서 부터 안쪽으로 활동의 레이어를 달리 한 것입니다. 창가는 '함께발산'처럼 초기에는 단단이 쌓여있는 방식으로 계획했다가 어느날 평면도를 펼쳐놓고 한참을 보다보니 그 방향이 아니었음을 깨닳았습니다. 기존 건물의 평면이 꺾이는 각도를 이용해서 날개처럼 뻗어나간 테이블들을 일렬로 배치하고 신을 벗고 올라가서도, 의자에 앉아서도, 휠체어에 앉아서도 쓸 수 있게 했고 벽에는 화이트보드를 배치 했습니다. 안쪽에는 이동식 테이블을 두고 이 곳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이동식 파티션겸 화이트보드를 중간중간 배치 해서 트윈세대들이 자유롭게 이동해가며 쓸 수 있게 했습니다. 그 다음엔 사서 영역이면서 재료바를 두어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같이창작"의 다양한 공간 레이어 계획
메인 사서 영역과 이어져 있는 재료바+계단식 공간 완공사진

공간을 계획한 건축가의 입장에서 앞으로 그 변화와 다양한 활용이 가장 기대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서로가 코치가 되어 줄 곳이기도 하고, 창작이 외부와 닫힌 곳에서 벌어진다면 집착일 수 있겠지만 끊임없이 주변을 돌아보고 건물 밖 세상을 보기도 하면서 언젠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만한 생각이 움트고 서로 시너지를 이뤄가며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곳은 '트윈가로'가 관통하지 않고 뒤로 돌아가며 이들이 만들 어떤 것들을 전시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아울러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따라 더 갖춰질 장치들이 공간만큼 중요한 곳일 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받아 줄 수 있는 현재의 인프라는 갖춰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미세먼지, 플라스틱 오염으로 부터 지구를 구해줄 청소년이 나올지도요. 


감성과 이성이 만나는 공간 "혼자사색"


"혼자사색"의 디자인 변화 과정
'혼자사색' 영역의 최종 완공 사진 (사진  space T추진단 / 917스튜디오)
'트윈가로'가 '혼자사색' 영역을 지나갈때 (사진  space T추진단 / 917스튜디오)

네개의 영역 가운데 가장 많은 변화가 있었던 곳은 '혼자사색' 영역이었는데, 처음에는 가운데에 커다란 원형의 계단 언덕을 계획하고 주변으로 트윈가로가 이어져서 서서히 올라가 다락이 되고 하부에는 모임 영역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6월에 전주에서 발표회 자리에서 전주 시장님이 그 원형 언덕이 움직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길 하셨고, 전주도서관 측의 건축담당 공무원이신 강명기 주무관님은 다락이 생기면 면적이 늘어서 법규적으로 곤란하다는 이야기를 전해왔습니다. 그래서 여러 방식을 고민하다가 비어있던 현장에서 아이들이 창가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했던 사진을 봤습니다. 그 창가의 모습을 좀더 입체적으로 담을 수 있으면서 다락이 아닌 그물 공간으로 만들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트윈세대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입면적으로 표현이 되는 개념이지요. 

여정의 가장 마지막 공간을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이냐. 그 문제는 트윈가로의 '집' 모습이 실제 집 공간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풀렸다.

한편, 영역의 한가운데의 원형 계단 언덕을 바퀴를 달아서 분리할 수 있게 구상하다가 아예 이 가구를 공간이 되게 하고 그것을 타고 네트공간에도 올라갈 수 있게 발전 시켰습니다. 가운데는 거실과 같은 역할을 하기위해 좀더 편안한 가구를 고르기 위해서 건축가들 뿐 아니라 추진단 내에서도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 영역은 가장 전통적인 '도서관'의 모습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가장 많은 책이 배치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혼자 사색에 빠질 수 있는 구석구석이 가장 많습니다. 같이 모여서 토론을 하고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영역도 있습니다. 가장 창문이 많은 곳으로 도시에서 시간이 흘러가는 것과 계절이 바뀌는 것이 감성이 메마르지 않게 다독일 것이며 장소와 함께 이들의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이동식 가구들은 (빈백을 제외하고는) 무겁게 보이지 않게 다리로 떠 있는 것들을 택하였고, 영역의 변화에따라 바닥과 벽 그리고 천정의 마감재가 다르게 선택되어 있으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12월이 되어 정식 개관을 하게되어 이용하게 될 트윈세대 친구들이 건축가의 작은 의도들을 읽어낼 수 있고 그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컨텐츠를 채워넣고 이용한다면 그보다 기쁜일은 없을것입니다. 다음 번 글에서는 시공과정의 여러가지 이야기와 재료와 사이니지의 개념, 그리고 구석구석 작은 공간의 이야기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유에스플러스건축 지정우 소장이 서민우 소장, 이소림 매니저를 대신하여 글을 썼습니다. 

I 이유에스플러스건축 홈페이지: www.eusarchitects.com  

I 이메일: eus@eusarchitects.com

I 이유에스플러스건축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eusarchitecture

I 놀이공간과 다음세대 공간 이야기: https://blog.naver.com/eusplusarchitect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