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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 들의 의미

직장인으로 25년, 그리고 나의 미래는 무엇일까?

by 나만의 결

주변을 둘러싼 것들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가 20년을 날마다 다닌 출근길, 하루 10시간 이상을 투자했던 업무들, 그리고 지금 현재의 나에 대해. 의미를 찾는 것 그 자체가 의미를 잃어버렸기 때문일까?


창업자부터 현재에 이르는 리더들까지, 회장부터 말단사원까지, 이 거대공룡은 어떤 의미일까? 흔들리는 이 거대한 조직은 사실 그 누구에게도 실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특히 이 안에 들어와 살아왔던 20만의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기본적인 삶을 제공했고, 한편 미래에 대해 기대하게 했던 내가 속한 이 조직이 시간이 갈수록 퇴색해진다. 적어도 나에겐. 안타깝게도 이젠 방향을 잃어버린 타이타닉 같은 느낌은 …




언젠가부터 모든 것에서 본질을 찾게 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일을 하다 문제가 생기면 당장은 해결책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과거의 잘못이나 실수를 회피하기 위해, 또는 남에게 잘못을 전가하거나 남을 질책하기 위해 원인을 찾는 것을 대부분 시간 낭비다. 하지만,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진짜 원인을 찾아야 한다. 현재와 미래에 집중하기 위해


'적당히'라는 말에 나를 끼워 넣지 못하겠다. 하지만 삶의 반을 보내는 이곳에 이곳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깎아내야 한다. 이곳에서 느꼈던 열정은 어디로 갔을까? 정치를 바라보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안타까운 현상에 대한 점점 무덤덤해진다. 성심을 다하지 않으려고 하니 답답하고, 최선을 다 하자 하니 머릿속에서는 갈등이 휘몰아친다.




외면하기 쉽지 않은, 매우 적당한 수준의 당근을 포기하기 어렵고, 한편으론 안락함을 주고 안전함을 느끼게 하는 이곳에 젖어 있기에 이를 떠나 얼마나 많은 여유를 부릴 수 있을지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거다. 안타깝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하면서도 안락함에 젖어 있기 때문에.




지천명에 가까워 가는 요즘, 총기(聰技)*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많은 분야에서 나의 총기가 최대치에 가까워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잘났거나 똑똑하다고 느끼는 게 아니다. 인생을 횡으로 펼친 수직선을 그려 종으로 점을 찍어 본다. 이 총기가 최대치가 되는 그때, 사라져 가는 그때는 언제 즈음일까? 



* 총기(聰技)는 총명함과 기술을 의미하는데, 지식과 지혜를 모두 아우르는 말이다. 요즘의 나를 생각할 때 그냥 이 단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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