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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좋은 날

직장인으로 25년, 그리고 나의 미래는 무엇일까?

by 나만의 결

올해 첫, 눈이 온다. 스펀지처럼 밟히는 느낌이 꽤나 쾌감을 준다. 아직 이른 새벽인데 이렇게 수북한 걸 보면 새벽에 많이도 내렸나 보다. 하얗게 눈 모자를 쓴 자동차의 보닛 위로 여섯 알파벳을 적어본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의 이니셜을 새기는 것처럼, MOJIRI.


차에 오르면 생각한다. 출근하는 삼사십 분 동안 어떤 생산적인 일을 할 것인가? 물론 몽롱한 정신 상태로 유익한 강의를 듣는 것은 쉽지는 않다.


'그래, 오늘은 달달하거나 센티멘탈하거나, 뭐든 그냥 느껴보자.'

오랜만에 랜덤으로 돌려본 음악 앱에서 꽤나 듣기 좋은 노래가 흘러나온다. 꽤 오래


오래전에 함께 듣던 노래가 발걸음을 다시 멈춰 서게 해
이 거리에서 너를 느낄 수 있어 널 이곳에서 꼭 다시 만날 것 같아
너일까 봐 한 번 더 바라보고 너일까 봐 자꾸 돌아보게 돼
어디선가 같은 노래를 듣고 날 생각하며 너 역시 멈춰 있을까
- 오래된 노래, 스탠딩에그 -


머리는 사랑 노래라고 인식했지만,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과거의 어떤 시간으로 - 뚜렷한 시간을 인식한 건 아니었다 - 난 데려다 놓는 느낌이 들었다. 원곡자들의 뮤직비디오를 찾아보다가 동영상 하나가 눈에 밟힌다. 초등학생들이 음악을 배우며 부르는 영상이었고, 그 짧은 시간에 갑자기 코 끝이 찡해 옴을 느낀다. 눈가가 뜨거워진다. 그렇게 몇 분을 보냈다.


'아 씨, 도대체 왜 눈물이 나는 건데…'


그 아이들의 목소리에 감동한 것이 아니다. 옛사랑이 생각나는 것이 아니다. 노랫말이 슬퍼서 우는 게 아니다. 그저 보컬 수업을 받는 예닐곱 아이들의 모습이 나를 자극했다. 어린, 아니 적어도 젊은 날의 내 모습을 소환하고 기억을 더듬게 했다.


코 끝은 찡하고 눈시울은 뜨거웠다. 구체적인 생각이나 느낌이 없이 그냥 그런 채로, 무언가의 감정에 휩싸여서 출근을 했다. 누군가 내 얼굴을 보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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