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 그런 거죠?

-(으)ㄹ 래요?/ -(으)ㄹ 래요.

by 온새미 결



다섯 개 동으로 이루어진 아파트 단지는 ㅁ자 형으로 건물이 서있었다. 중앙에 지상 주차장, 지하로 들어가는 주차장 입구가 있고 건물 바깥쪽으로 지상 주차장과 화단과 나무들이 서있는 구조였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시간도 없었고, 돈도 없었다. 일단 엉덩이를 붙일 수 있는 곳을 정하는 것이 급했다. 그리고 너무 더웠다. 집을 알아보러 그 먼 거리를 다시 왔다 갔다 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어떻게든 오늘 결정을 하고 내려가야 했다.


하루 종일 다섯 개의 집을 보았다. 그 마지막 집. 할머니 혼자 살고 있는 집은 가구도 물건도 별로 없어 훤했다. 앞에 가리는 건물도 없어 전망도 시원했다.


8월 15일이면 더위가 좀 가시겠지 싶어 그 주말로 이사 날짜를 잡았다. 그런데 맹렬했다. 그 여름의 더위는. 우리는 그날 집에서 자지 못하고 근처 숙박업소를 찾아 잠을 잤다. 도저히 에어컨 없이는 죽을 것 같은 날 나는 이사를 했다.



아마도 처음에는 4동과 5동 뒤쪽에 재활용 분리수거장이 있었던 듯했다. 냄새도 나고 보기에도 좋지 않았을 테니 4동, 5동 주민들은 불만이 있었겠지. 1, 2, 3동은 또 너무 멀다고 불만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1, 2, 3동 앞 주차장 한쪽에서 분리수거를 하기로 정했던 모양이었다. 그랬더니 이번엔 1, 2 ,3동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불만이었다. 불만 민원이 폭주하는 아파트였다.


나는 그 아파트에서 5년 넘게 살았다.



그녀의 남편은 내가 태국어를 할 줄 아는지 물었다. 서비스의 수준을 너무 높게 본 것 아닌가?

태국 사람에게는 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연계되는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니면 그 나라 사람이 한국에 와서 한국어교원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그럼 어떻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지 물었다.

한국어는 당연히 한국어로 가르친다. 태국어를 할 줄 모르는데 태국 사람에게 가르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들 부부는 영어로 대화를 한다고 했다. 아주 짧은 영어였지만 그들은 잘 통하는 것 같이 보였다.


회기가 끝나면 다음 단계는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그녀는 아이가 둘이므로 생애 주기에 따라 임신/출산기에 40회, 유아기에 40회, 학령기에 40회 수업을 받을 수 있고, 5년이 넘지 않았다면 한국어 서비스를 80회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어떻게 가르치는 지를 물었다.

이런 질문은 흔치 않다. 당연히 책을 가지고 공부하지.

그렇지만 친절하게 "동영상도 보고, 음성파일도 듣고, 말하기/듣기/읽기/쓰기를 단계에 맞춰 공부합니다. 발음을 먼저 익히고 발음 규칙을 배우고 동화책 읽기도 합니다."라고 알려주었다.


"수업이 끝나면 한국어를 잘할 수 있게 됩니까?"

이쯤 되면 그냥 얘기가 하고 싶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나는 자세를 고쳐 잡고 그간 어떤 사례들이 있었는지 실컷 이야기를 했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그보다도 그녀가 더 정확한 문법을 구사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고 나는 말해 주었다.


그녀의 남편은 교대 근무여서 낮에 집에 있는 날이 많았다. 집에 들어서면 부부가 같이 현관까지 나와서 인사를 했다. 좀 민망했지만 하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다.



장담한(?) 것 과는 달리 그녀의 실력은 일취월장하지 않았다. 태국에서 대학을 마친 학력이어서 글을 쓰고 내용을 정리하는 것은 좋았다. 글씨도 참 예쁘게 썼다. 대체로 쓰기를 잘하는 사람들이 말하기가 좀 늦다. 그녀가 그랬다.


지난 시간에 배운 것을 물어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슨 말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했다. 책장을 과거로 넘기면 "아, 미안 미안." 했다. 말은 잘 늘지 않았지만 그녀는 한국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청소는 로봇이 했고, 요리는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았고, 주말엔 언제나 온 가족이 '키즈 카페'로 출근을 하고, 문 앞엔 택배가 도착해 있었다.


피부과에 가서 미용시술을 하고 성형외과에서 지방제거를 하고 계속 머리 모양이 바뀌었다. 금붙이를 주렁주렁 걸고 차고 수업을 했다. 다이어트를 한다며 여러 가지를 먹고, 여러 가지를 먹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아이들이 감기에라도 걸리면 그는 그녀가 공부할 수 있도록 집에 있었고, 아이들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쉬는 날은 오토바이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고도 했다.


그러던 그녀의 남편이 집을 나갔다. 여행을 간 것일까 했지만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계속 이렇게는 살 수 없어."라고 했다. 그녀는 당황했다. 그토록 친절하고 다정했던 남편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그 부부의 다툼은 시작이 되었다.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녀는 자신의 어느 부분이, 어떤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느냐며 반발했다.


한국어로 다툴 수 없었던 부부는 각자의 언어로 다툼을 이어갔다. 남편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아졌고, 그녀는 더 이상 좋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여기가 그 부부의 '진짜 부부'로서의 시작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다툼이 있더라도, 도무지 맞지 않는 것 같아도 대화를 이어가길 바란다.


옳다 옳지 않다로 규정지을 수 없는 각자의 생각과 생활방식은 결국 같아질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우리 인생이 처음이니까 잘 모르는 것은 경험자에게 물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겠다.

서로 다른 건 다르다고 말해야 알 수 있고, 의견이 충돌할 때는 조금씩 양보해야 해결점이 보이게 된다.


나는 조금도 손해 보기 싫고, 나는 나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싶고, 어떤 경우든 내 생각이 옳고, 남이 잘되는 것은 보기 싫으면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없다.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해 보실래요?"




-(으)ㄹ 래요? : 동사 뒤에서 상대방의 의사를 묻거나 미래의 어떤 일에 대한 자신의 의사나 의향을 나타낼 때


어간의 받침이 없을 때 '-ㄹ 래요'/ 어간의 받침이 있을 때 '-을 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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