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자체로 가치 있고 싶다는 마음
사십 대가 되면
타인의 시선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줄 알았다.
누가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얼마나 인정해주는지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다.
불혹이라는 말처럼,
이쯤 되면 스스로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인정받지 못했다 느낄때가 있고,
아직도 인정받고 싶다.
성과를 칭찬으로 받고,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싶고,
누군가에게 "당신은 필요한 사람" 이라는 표현을 듣고 싶다.
가끔은 이 마음이 부끄럽다.
왜 아직도 이런 욕구가 남아 있을까?
왜 나는 여전히 평가의 언어에 민감할까?
결핍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 안에는 하나의 공식이 있다.
"쓸모=가치=인정"
쓸모 있는 사람이 가치 있는 사람이고,
가치 있는 사람이 인정받는 사람이라는 믿음.
이 믿음은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성과와 결과로 사람을 나누는 환경 속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배웠다.
한때는 이런 틀 속에서의 삶이 숨 막혀
해외로 도피하다 싶이 떠났던 적도 있었고,
그곳에서 한동안은 자유로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다시 돌아와
'인정'을 갈구한다.
가정에서 나는 엄마다.
아이를 돌보고, 일정을 챙기고,
집안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아내로서의 자리도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 역할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꼈다.
무엇보다
해도 티가 나지 않고
내가 갈아넣은 나의 노력과 시간에 고마워 할 줄 모르는 가족에게 상처를 받고,
내 존재 유무의 가치를 곱씹으며, 괴로워했다.
나는 사회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는 인적 지원이고 싶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존재도 아니고,
누군가를 보살펴야 하는 존재도 아닌,
나 자체로 인정을 받고 싶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도전한다.
지원서를 쓰고, 공부를 하고,
작은 성취에도 마음이 크게 반응한다.
그 반응 속에는
단순한 성공의 기쁨이 아니라
"나는 아직 유효하다." 는 확인이 있다.
그리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자존감이 약해서가 아니라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쓸모 있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저 존재 자체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스스로의 기준으로 확인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나와 같은 사십 대를 보내는 분들도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린 어쩌면,
대단한 평가를 통한 인정이 아닌,
존재 자체로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