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이 맞는 사람

많은 사람보다 오래 갈 사람

by 결 Gyeol

나는 사람의 '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말투보다 먼저 느껴지는 기운,

표정보다 먼저 전해지는 태도,

오래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미묘한 방향성 같은 것.


나에게 사람의 결은 지문과 비슷하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가까이에서 보면 모두 다르다.

노력으로 다듬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시간이 지나며 유연해지는 면도 있지만,

어떤 깊은 결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함께 일했고, 함께 배우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능력이나 말의 세련됨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남는 것은 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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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이 고운 사람은 이상하게도 주변을 편안하게 만든다.

자기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 애쓰기보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으려는 여백이 있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고,

빠르지 않아도 방향이 분명하다.


그런 사람 곁에 있으면

괜히 나까지 차분해진다.

불필요한 긴장이 사라지고,

말을 덜 해도 이해받는 기분이 든다.


반대로 결이 거친 사람은

처음에는 강해 보일지 몰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을 소모시킨다.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태도에 날이 서 있고,

자기 중심의 확신이 관계를 조금씩 닳게 만든다.


나는 점점 많은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젊을 때는 관계의 넓이가 중요하다 느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결의 깊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결이 같다는 것은 취향이 같다는 뜻이 아니다.

생각이 모두 일치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다만, 세상을 대하는 방향과 태도가 닮아 있다는 뜻이다.

타인을 대하는 방식,

실패를 받아들이는 태도,

말과 행동 사이의 간격.


그 간격이 좁은 사람을 나는 신뢰한다.


사십 대가 되니

관계를 새로 시작하는 일이 조심스러워졌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알아가는 데에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도 마음이 쓰인다.


그래서 나는 선택한다.

많이 두기보다 오래 둘 사람을,

결이 고운 사람을 곁이 두고싶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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