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생각, 감정 너머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감정이란 건 조용히 스며들어왔다가,
어느 순간 제자리를 찾아 나가는,
처음엔 선명했지만 결국 스스로 희미해지는 빛 같은 게 아닐까 하고.
따뜻한 햇살이 들어올 땐
그 온기를 오래 품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그 마음이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 마음이 너무 가까워졌을 땐
그 온기는 어느샌가 조용히 나를 가두는 벽이 되어 있었다
감정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 일은
어쩌면 나에게 주는 선물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 감정을 너무 오래 쥐고 있을 때 생긴다.
이제는 안다.
감정은 원래 정리하는 게 아니라
조금씩 가라앉히는 거라는 걸.
그리고 시간이란 건
그걸 도와주는 가장 조용한 도구가 되어준다.
거리가 생기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이 있다
감정은 처음 그 자리에 고요히 머물러 있었고,
변한 건 그 감정을 마주하는 내 자세였다
시간이 지나야 그 감정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어느새 마음 한 켠이
예전보다 조금은 평평해졌다.
감정이 나를 덮는 게 아니라,
내가 감정 위에 앉아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