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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Lib May 08. 2017

나는 나를 표현하고자 글을 쓴다

<표현의 기술>  by 유시민


자기 표현의 시대이다. 스스로를 브랜드화하여 알리지 않는다면 개인의 정체성 또한 드러나지 않는다.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법에는 제약이 없지만 그 중 가장 보편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은 글이다. 나의 경우 SNS와 블로그에 글을 올림으로써 내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자 하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이게 그리 간단치 않다. 우선 내 생각 그대로 글에 담는 일이 어렵다. 얼추 비슷하게 모양새를 갖추더라도 이 의견이 공감을 형성할 수 있을지, 논리적인 오류는 없는지, 술술 잘 읽히긴 하는지 몇 줄 안 되는 서평을 쓰는 데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 방문자 수 몇 안 되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마음이 이러한데 방송에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책을 쓰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순간 실감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JTBC '썰전'을 통해 많은 이들의 마음을 통쾌하게 대변하고 여러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는 저자 유시민 씨는 표현의 달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그가 출간한 책 누적 판매부수가 백만부가 넘는다).

전작 '유시민의 글쓰기 교실'이 글쓰기의 원리와 원칙을 주로 소개해 처음 펜을 드는 어려움을 덜어주었다면 이번 '표현의 기술'은 어떤 내용을 담아야 글로 스스로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 마음가짐 또한 조금 다른 듯하다. 교실을 열어 독자들을 가르쳐야 하는 부담감을 덜어내고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표현함으로써 '기술'들을 시범 보인다. 공저자인 만화가 '정훈이'의 삽화들도 글의 주제와 어우르며 깨알같이 웃긴다(기대감이 낮아서인지 생각보다 배를 잡게 했다). 

이제 엄연한 작가인 그의 표현들을 간단히 살펴보려 한다. 그는 본인의 글쓰기 이유를 여론 형성에 두었다. 이에 대해 누구는 그가 지나치게 정치적이어서 객관적이지 않다고 비판하고 누구는 글쓰기는 자기 표현의 수단 그 이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지적한다. 첫 번째 지적에 대해서 그는 쿨하게 자신이 '주관적인' 정치적 글쓰기를 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좁은 의미에서의 정치(권력투쟁)가 아닌 더 넓은 의미(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 찾기)로 정치적이며 그러기 위해서 나름의 생각을 갖고 정확하고 합리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두 번째 지적에 대해서는 글쓰기가 자기 표현에만 그쳐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넓고 깊게 교감하며 살아 숨쉬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또한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선 정치적 글쓰기에도 예술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글쓰기에 있어 정치와 예술을 완벽히 분리할 수도 분리할 필요도 없음을 주장한다. 


P.32

오웰과 비교하면 저는 아주 평범한 속물입니다. 세속적 성공을 인간적 실패로 여기지 않습니다. 정치적 목적과 예술적 성취, 둘 다를 이루고 싶어 합니다. 그런 글을 쓰면 상업적 성공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조지오웰이 성자처럼 살았다고 해서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고 해도 저는 오웰의 열혈 팬이 되었을 겁니다.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만든 사람이니까요.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소설가 김훈씨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에게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나를 표현하는 글쓰기와 여론형성을 목적으로 한 글쓰기를 선명하게 나눌 수 있을까요? 나를 표현하는 것과 세상을 더 좋게 바꾸는 것 사이에 울타리를 세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훌륭한 생각과 감정을 아름답게 표현한 글은 저절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정치적 목적을 잘 이루려면 아름답게 글을 써야합니다. 저는 그 둘을 굳이 나누려는 태도 자체가 특정한 정치적 편향의 표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쓸 때는 오로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고 실감나게 표현하는 것만이 중요한게 아닐까요? 무엇에 관한 어떤 내용을 무슨 목적으로 쓰든 모두 다! 

위 구절은 그가 글을 쓰는 개인적인 이유일뿐이지만 나는 '표현의 기술' 중 일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적하는 바에 대해서 두루뭉술 넘어가지 않고 논거를 가지고 정면으로 마주친다. 기호에 대해 논쟁하지 않고 꼭 맞은 단어와 표현으로 명확하게 전달한다. 비록 위에 서술된 문장들은 요약 발췌한 것이기에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전문에선 좀 더 친절하고 직관적인 이해를 돕는 설명과 예시가 등장한다.   




한편 '표현의 기술'은 각 장이 다소 두서없이 연결되었다는 생각이 들게 해 아쉬움을 부른다. 그러나 나름의 이유는 있어보인다. 전작 '글쓰기 교실' 이후 지방의 공공 도서관으로 강연을 다니고 다음(DAUM) 뉴스펀딩 게시판에서 글쓰기 관련 질문을 받으면서 그는 일반인들이 글을 쓰며 느끼는 현실적인 고민들을 알게 됐던 것 같다. 서론-본론-결론, 글의 구성을 논하는 막연한 이야기는 제쳐두고 자기소개서에서부터 블로그에 올릴 비평문, 회사 보고서, 회의록, 대학교 리포터까지 다양한 실용적인 글 양식에서 필요한 기술들을 소개한다. 그러다보니 각 장의 구성이 완벽한 유기성을 갖추진 못했다. 그러나 디테일할 부분에서는 충분히 디테일했고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예시들은 적극적으로 이해를 도왔다. 특히 제 3장 '악플을 어찌할꼬'에는 악플에 대응하는 방법뿐 아니라 악플을 쓰려면 어떻게 써야하는지 지도까지 해줘 실소를 자아낸다. 악플을 받아들일 수 있는 태연함을 강조하면서도 본인을 따라다니는 억울한 악플에 대해 진지하게 해명하는 부분에서는 그의 인간적인 '속좁음'이 드러나 흥미롭기까지 하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소개한 기술들을 통해 '감정이입'이 쉬운 글을 쓰기를 독려한다. 독자들을 진심으로 돕고자 하는 그의 열정을 글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린 꿈나무들이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자기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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