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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Lib May 08. 2017

사랑의 동물, 인간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소설


글자가 눈에 안 들어와 집어든 
이 책이 내 취향을 저격해 버렸다.
빌려준 걸 까먹은 돈을 받은 듯 예상 못한 기쁨을 느꼈다

흔하디 흔한 사랑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도대체 식상하게 느껴질 틈이 없었다. 뛰어난 현실감과 현장감, 25살의 드 보통은 무섭다...한참 후에 그가 쓴 뉴스의시대 는 끔찍히도 재미없었는데 말이다.
화자 '나'는 어떤 상황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을 것 같은 어투로, 일상을 묘사한다. 심지어 자살시도하는 순간까지도. 


롤러코스터를 타는 감정선을 따라가는 와중에도 어지럽지 않은 이유는 '나'가 순간순간의 감정을 흘러가는 대로 두지 않고 철저히 직시하여 설명하려 하기 때문이다. 철학을 가미한 이런 설명들이 다소 현학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덕분에 사랑이 인간에게 주는 미묘한 감정이 훌륭히 언어화되어 전달된다. 쉽게말해 직관적이다. 


우리는 '500일의 썸머'와 같은 로맨스 영화를 볼 때 배우의 눈빛과 손짓, 떨림을 통해 그러한 미묘함을 잡아내려고 하지만, 그 표현의 섬세함을 비교하자면 이 소설을 따라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심지어 드 보통은 대단히 유머러스해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생각지도 못한 비유 때문에 지극히 슬픈 상황에서도 웃음이 새고, 달달한 장면인데 왠지 모를 씁슬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수많은 커플들이 로맨틱 코메디에서 스릴러를 거쳐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휴먼 다큐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우리는 이런 불운한 결말을 예측 못하지 않으면서도 이 불가항력적인 딜레마를 또, 또, 또 시작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정도면 사랑, 혹시 과학이 아닐까.



사랑의 동물인 인간을 분석한 알랭 드 보통의 통찰력은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그는 사랑과 인간관계에 주목하는 소설을 계속 써 내려가는 중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그가 쓴 첫 번째 사랑 소설. 

<우리는 사랑일까>, <키스 앤 텔>가 그 뒤를 이어 '보통 3부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는데

최근 작으로는 작년에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발표했다. 

나머지 책들에게서 영화 비포 시리즈가 내게 선사한 감동을 감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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