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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Lib Aug 09. 2021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가 부러운 진짜 이유

나도 즐기면서 일할 수 있을까

말도 탈도 많았던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개인적으론 더 이상 선수들의 승리나 패배가

내 기분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듯하다.

내 인생에서도 몇 번의 올림픽과 같은 결전의 순간이 있었는데, 그 순간의 승패가 곧 내 인생의 승패를 결정짓지 못함을 경험으로 체득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올림픽을 볼 때도 승리나 패배보다는 선수들이 시합을 준비하며 느꼈을 감정과 노력을 떠올리게 되었고 시합의 순간에는 그 순간을 임하는 선수들의 표정을 살피게 됐다.


그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장면, 높이뛰기 대표 우상혁 선수의 경기 장면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뛰어다닌다.


그가 자신의 개인 기록 2m 31을 이미 성공한 후, 2m 33을 도전하는 순간이었다. 웃음기가 사라진 채 한껏 경직된 얼굴의 상혁 선수는 스스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되뇌며 스스로를 다그쳤지만, 긴장감 탓인지 1차시기를 실패하고 만다

그러자 실패 직후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로 출발 대기선에 그가 섰다. 그러고선 밝게 웃으며 박수 유도를 하기 시작해나갔다. 아마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이 순간을 즐겨보자고 다짐을 하지 않았을까.


‘와, 가자!!’


놀랍게도 힘찬 도움닫기를 거친 후 점프한 그는 새로운 개인 신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을 깨고야 만다. 5년을 준비한 최고의 무대에서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기록을 해낸 것이다.


이후 카메라 앞에서 흥 넘치는 세리머니를 보여주고, 소리도 맘껏 지르며 그 순간을 즐겼다. 이어지는 도전에서도 그의 에너지가 빛을 발해 2m 35의 기록까지 깨고 만다.


"와! 상혁아 했어! 렛츠고!"



스포츠는 한 편의 영화 그 이상이라 했다. 그 짧은 장면이 주는 메시지는 정말 강렬했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모두 끝난 후, 우리가 실전에 가져가야 할 태도는 바로 “스스로를 믿고,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상혁 선수는 정말 즐거워 ‘미칠 듯이’ 날아올랐고 긴장하는 자 위에 즐기는 자가 있음을 증명했다.


결과만 따지고 보면, 상혁 선수는 종목 전체 4위로 경기를 마감해 올림픽의 공식적인 승자는 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를 감히 패자라고 부르지 못할 것이다.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했을 뿐 아니라, 압도적인 부담감 속에서도 진실되게 웃었고, 관객들과 교감하며 그 순간을 만끽했다. 그 넘치는 활력은 나뿐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들까지 웃음 짓게 했으니 이보다 더 크게 이길 수 있었을까?

위 두 사진을 보니, 회사를 다닐 때 모니터 앞에서 퇴근시간만을 기다리던 작년의 내 모습이 오버랩된다. 열람실에 앉아 지리한 로스쿨 3년의 기간이 끝나기만을 바라는 지금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여러모로의 이유에서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우상혁 선수가 부러운 밤이었다. 침이 쫙쫙 마르는 순간에 쫄기는커녕 오히려 즐길 수 있었던 그의 용기에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렇게 글을 마무리한다면,  인생에선  일을 미칠듯이 즐기는 순간은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아  찝찝하다.

그래서 부러워하는 것에만 그치지는 고 그의 에너지를 빌려 내 삶의 연료로 써보고자 한다. 과연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즐길 용기가 내겐 있었는지, 긴장감에 휩싸여  좋은 성과를  기회를 쉽게 보내버리진 않았는지 덕분에 차분히 돌아보게 된다.


그리곤 다짐한다. 상혁 선수처럼 내가 맡은 일에서 마지막 순간에 웃을  있도록 후회 없이 해볼 것이다. 즐기면서 도전한 후에는 기쁜 마음으로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다!


“와, 가자!!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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