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즐기면서 일할 수 있을까
말도 탈도 많았던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개인적으론 더 이상 선수들의 승리나 패배가
내 기분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듯하다.
내 인생에서도 몇 번의 올림픽과 같은 결전의 순간이 있었는데, 그 순간의 승패가 곧 내 인생의 승패를 결정짓지 못함을 경험으로 체득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올림픽을 볼 때도 승리나 패배보다는 선수들이 시합을 준비하며 느꼈을 감정과 노력을 떠올리게 되었고 시합의 순간에는 그 순간을 임하는 선수들의 표정을 살피게 됐다.
그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장면, 높이뛰기 대표 우상혁 선수의 경기 장면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뛰어다닌다.
그가 자신의 개인 기록 2m 31을 이미 성공한 후, 2m 33을 도전하는 순간이었다. 웃음기가 사라진 채 한껏 경직된 얼굴의 상혁 선수는 스스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되뇌며 스스로를 다그쳤지만, 긴장감 탓인지 1차시기를 실패하고 만다
그러자 실패 직후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로 출발 대기선에 그가 섰다. 그러고선 밝게 웃으며 박수 유도를 하기 시작해나갔다. 아마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이 순간을 즐겨보자고 다짐을 하지 않았을까.
‘와, 가자!!’
놀랍게도 힘찬 도움닫기를 거친 후 점프한 그는 새로운 개인 신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을 깨고야 만다. 5년을 준비한 최고의 무대에서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기록을 해낸 것이다.
이후 카메라 앞에서 흥 넘치는 세리머니를 보여주고, 소리도 맘껏 지르며 그 순간을 즐겼다. 이어지는 도전에서도 그의 에너지가 빛을 발해 2m 35의 기록까지 깨고 만다.
"와! 상혁아 했어! 렛츠고!"
스포츠는 한 편의 영화 그 이상이라 했다. 그 짧은 장면이 주는 메시지는 정말 강렬했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모두 끝난 후, 우리가 실전에 가져가야 할 태도는 바로 “스스로를 믿고,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상혁 선수는 정말 즐거워 ‘미칠 듯이’ 날아올랐고 긴장하는 자 위에 즐기는 자가 있음을 증명했다.
결과만 따지고 보면, 상혁 선수는 종목 전체 4위로 경기를 마감해 올림픽의 공식적인 승자는 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를 감히 패자라고 부르지 못할 것이다.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했을 뿐 아니라, 압도적인 부담감 속에서도 진실되게 웃었고, 관객들과 교감하며 그 순간을 만끽했다. 그 넘치는 활력은 나뿐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들까지 웃음 짓게 했으니 이보다 더 크게 이길 수 있었을까?
위 두 사진을 보니, 회사를 다닐 때 모니터 앞에서 퇴근시간만을 기다리던 작년의 내 모습이 오버랩된다. 열람실에 앉아 지리한 로스쿨 3년의 기간이 끝나기만을 바라는 지금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여러모로의 이유에서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우상혁 선수가 부러운 밤이었다. 침이 쫙쫙 마르는 순간에 쫄기는커녕 오히려 즐길 수 있었던 그의 용기에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렇게 글을 마무리한다면, 내 인생에선 내 일을 미칠듯이 즐기는 순간은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아 영 찝찝하다.
그래서 부러워하는 것에만 그치지는 않고 그의 에너지를 빌려 내 삶의 연료로 써보고자 한다. 과연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즐길 용기가 내겐 있었는지, 긴장감에 휩싸여 더 좋은 성과를 낼 기회를 쉽게 보내버리진 않았는지 덕분에 차분히 돌아보게 된다.
그리곤 다짐한다. 상혁 선수처럼 내가 맡은 일에서 마지막 순간에 웃을 수 있도록 후회 없이 해볼 것이다. 즐기면서 도전한 후에는 기쁜 마음으로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다!
“와, 가자!!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