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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Lib May 08. 2017

건강한 욕심

다치지 않게 욕망하는 법


모든 요일의 여행, 김민철


이 페이지를 읽다가 우리 엄마가 자주 하시던 말이 떠올라 시선이 멈췄다.


가난해도 좋으니 내 아들이 욕심 부리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 엄마 생각엔 너무 많이 가지려 하면 사람은 불행해지는 거 같아. 나랑 너 아빠는 어차피 알아서 적당히 먹고 여행 다니며 적당히 잘 살 테니까 혹 우리 걱정 마


우리 엄마 진심이었다. 생각해보면 나한테 평생 뭘 좀 해보라고 부추기신 적 없었으니. 아, 있었구나. 방청소 잘해라 약속시간 잘 지켜라 물건 잘 챙기고 다녀라 이런 얘기들 귀찮다고 흘려 들었더니 지금 고생하고 있구나...

아무튼 이런 소박한 엄마 밑에서 어째서 이렇게 탐욕스런 돌연변이가 나왔을까. 생각해보면 내게 생기는 모든 문제들, 모두 과도한 욕심과 조급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항상 알면서도 스스로 머리를 후려치면서도 뒤돌아서는 다르게 행동하는 내 자아가 이젠 뭔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안쓰러운 목소리로 이 구제불능 괴물, 어떡하면 좋냐고 자책했더니 하시는 말 "엄마도 평생 싸우고 있어. 아예 버릴 순 없으니 우리 건강한 욕심으로 키워보는 걸로~" 귀여운 우리 엄니. 이말은 아마 잊기 어렵겠지.

근데 건강한 욕심이라. 사실 그 때 잘 안 와닿았다. 그냥 고개 끄덕일 뿐. 이런 이유때문인지 오늘 이 구절에서 내 시선이 멈춘 것이었다.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는 욕심이 있다. 그저 나를 무럭무럭 키우는 욕심이 내겐 있다.

누군가 다치지 않게, 그리고 나도 다치지 않게 욕망하는 길. 그렇게 욕망하는 방법 고민해야지, 그래야 나 불행하지 않겠지. 싶은 오늘.
시험 공부 하는 내 친구 녀석들도 정신 건강 챙기며 스스로 다치지 않게 마음 먹었으면. 같이 있으며 열 내진 못하니 서늘한 말로 머리 식힐 수 있었으면. 싶은 오늘.

오늘의 생각들이 나를 더 '큰' 어른으로 만들어줬으면.


사람이 부자가 되었을 때 자신의 교양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그가 가난했을 때 품었던 계획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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