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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Lib May 08. 2017

혐오의 성지, 일베를 생각하다

혐오없는 세상을 꿈꾸며


서로 혐오하지 않을 순 없을까?


국민대통합이란 환상을 믿지 않는다. 대한민국에는 5 천만 명의 개인이 존재한다. 어떻게 이들을 하나의 가치나 이념으로 묶을 수 있을까. 설령 그것이 긍정적인 방향성을 띤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파시즘도 처음엔 그렇게 시작했다. 이래저래 투덕거리며 시끄러운 게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다. 서로 다른 이들이 공동체 속에서 각자의 소리를 내다보면 싸움도 많이 나기 마련. 싸움도 충분히 건전할 수 있다(함께 죽지 못해 안달인 꿀 떨어지는 커플/부부들도 때론 아득바득 싸우지 않는가). 단, 서로 혐오함이 없을 때까지만 맞는 말이다.

인류진화학적으로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자신과 다른 이들을 적으로 삼고 그들을 굴복시키기 위해 공격했다. '혐오감'은 그 공격을 더 적극적이고 수월하게 이끌어내기 위한 아주 중요한 도구였다. 그 역사가 오랜 세월 반복되고 또 반복되었기에 누굴 미워하고 싫어하는 '혐오'의 감정이 인간 본능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슬픈 생각이 든다.


그러나 설령 그것이 인간 본능이라고 한들 나는 여전히 '서로 혐오하지 말자'라고 주장하고 싶다. 본능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라고 쉽게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 그것이 쉽지 않음 정도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자연스러운 감정인 '혐오감'을 왜 없애자고 주장하냐고? 그것이 필연적으로 갈등과 폭력을 낳기 때문이다. 우선 '혐오감'은 대부분 일방향적 발산에 그치지 않고 서로를 겨눈 총구처럼 곧 쌍방을 위협한다. 또한 전염성이 있어서 또 다른 혐오의 대상을 찾아 부유한다. 결국에는 겨눠진 수 많은 총구들 중 어느 한 곳에서는 총알이 튀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혐오감이 갈등과 폭력을 낳는 과정이다.

세월호 유가족 단식 현장 앞에서 '폭식투쟁'을 벌였던 일베인들

혐오의 성지, 일베


그런데 이런 혐오 감정의 결론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멈추기는 커녕 더욱 활발히 혐오감을 퍼뜨리는 집단이 존재한다. 온라인 유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가 바로 그곳이다. 필자는 '일간베스트'를 감히 혐오의 성지라 부르려 한다. 온갖 감정의 배설물이 모이고, 더욱 자극적인 배설물이 추앙받는 곳. 이 괴이한 공간의 구성원들은 스스로 대한민국의 극단임을 자청하며 끊임없이 사회적인 갈등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최근 유승민 후보 딸 유담 씨를 성희롱한 가해자도 일베유저로 밝혀졌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일베에서 선화예고 학생을 성폭행하겠다고 예고한 글이 올라왔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 글은 신고되었고 범행을 저지르기 전에 글쓴이가 체포됐다. 피의자 홍 씨는 협박 및 업무방해 죄로 징역 8개월 선고받았다(http://www.munh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7584). 이 사건은 피의자가 강력하게 처벌받으며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만약 경찰의 검거 전에 실제로 사건이 발생되었다면?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진다.

과연 이런 반사회적 행동으로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개인에 대해서도 혐오감을 거두어야 하나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너무 비현실적인 이상에 사로잡힌 건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반이성과 조롱으로 무장한 일베를 극복할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버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에 어떤 사람과의 대화가 원활하지 않았을 때 소통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되돌아 보듯, 한국 사회는 일베라는 집단과의 소통에서 무슨 문제가 있는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커뮤니티를 폐쇄하는 식의 극단적인 조치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느껴진다. 그곳에 정주하며 사회를 조롱하며 혐오문화를 조성하는 기존 회원들, 그리고 구렁텅이임을 알면서 계속해서 그곳을 향해 기어 들어가는 유입자들. 무엇이 그것을 괴물로 만드는가 공부하고 소통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 때, 박가분 씨의 책 '일베의 사상'이 내 눈을 사로 잡았다.


출처: http://blog.naver.com/enneaplus/220344552843


한국 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일베만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책은 시중에 없었다. 출판된지 3년도 지난 책에 대해 이런 평을 내리는 것은 자칫 우스울 수 있으나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이만큼 '일베'라는 특이 집단에 대한 통찰을 보였던 책은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무엇보다 이 책이 신선했던 점은 기존의 일베를 하나의 사상주체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일베라는 집단에 대한 궁금증에도 불구하고 직접 연구가 꺼려지는 탓에 그곳의 담론들을 항상 간접적으로만 접했다. 대부분은 사건/사고 뉴스에 해당하는 것들이었다. 심도 있는 이해로 이어질 리가 없다. 반면, 저자는 일베에 대해 편향적인 비난으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자세로 그들을 관찰/연구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일베에 사상은 무엇인가? 과연 그들에게 정말 사상이라고 할만한 게 있을까?

무엇보다 일베 유저들에게 윤리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자율적인 사상에 입각한 존재로 간주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사상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에서 사상성의 존재를 포착해야만, 비로소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비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일베의 사상, 서문 中

 

이 책 속에서 그 대답을 찾아보자. 여러분들과 같이 읽고 함께 고민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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