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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굥굥 Apr 03. 2023

23, 리스본여행

언젠가의 너에게

무계획으로 출발한 여행은 미루고 미루 오후께가 되어서야 저녁 7시 반 버스 끊었다.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너무 행복해했고 이러다 버스 놓쳐도 그거마저 행복할 거 같아 했는데 진짜로 놓친 거 까지 너무 웃겨서 정말로 그마저 행복이 되었다.

진짜 오늘 너무 벅차게 하루종일 행복했다 내 삶에 이렇게까지 행복한 날이 있었던가 생각될 정도로. 나만이 행복한 게 아니라 함께 너무 같은 느낌으로 행복해서, 서로가 행복한 게 느껴지는 게 정말 정말 정말 행복했던 하루. 진짜 무슨 말을 하든 행복했고, 오늘의 기분은 행복으로 정할래 라는 오글거리는 말이 딱 어울리는 하루였다. 오늘 다 다른 도시로 떠나고,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것까지 그래서 더 완벽했다.

우리가 오늘 만난 게 아쉬웠지만 그래서 더 완벽한. 내일은 각자의 하루가 시작된다는 것이. 우리 리스본에서 나눈 순간순간들을 오래 곱씹어 기억하자. 그리고 너네 너무 멋져 많은 것들이. 나처럼 살고 싶다던 너네가 내 나이가 되면 얼마나 더 반짝일까.

때마침 한국에서 연락 주는 친구들까지 정말 아낌없이 사랑받고, 행복하구나 생각돼서 조금 찡한 마음이 들쯤 창밖으로 너무 별 같은 도시의 밤이 보였는데 찍히진 않았다. 도시의 야경은 언제나 별이 내린 것 같다. 그렇게 기억해야지.

떠나기 전에 한국에서 너무 불안정해서 굳이 무슨 여행이나 싶었고, 가기 싫은 마음도 그래서였고, 떠나는 순간까지도 힘들었는데 이래서 여행하지 싶었다. 물론 여행하는 매일이 행복했던 적은 없고, 오히려 떠나서 힘들거나 더 외로웠던 날이 많았다. 그런데 그럼에도. 매번 고민하면서도 결국은 떠나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는 그런 게 있는 거 같다. 진짜 이번엔 정말 마지막 여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마 또 떠나게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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