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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굥굥 Oct 23. 2023

ㄴㄱ 21_2

가벼운 각오로 간 술자리는 결코 가볍게 끝나지 않아 새벽 4시에 이르렀다.
언제부터 이렇게 술을 찾았던가. 나이가 든 것인지 술에 기대어 사는 것인지 싶을 때도 종종 있다.
술자리야 원체 좋아했지만 술에 나를 담그고, 가눌 수 없게 만드는 상황이 잦아진 것은 오래지 않았다.
낯선 사람과 그저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자리들을 찾았지만 그런 자리는 이면의 외로움을 더 증폭시켰다.
원 없이 웃고 돌아선 그 걸음은 눈물로 채워졌다.
잔뜩 웅크려 나를 끌어안아도 그 메워지지 않는 틈새를 어찌 비집고 들었다.
엄마는 종종 술을 마시고 나면 술한기가 든다고 말했다. 어쩌면 엄마도 가끔은 이렇게 헛헛했던 것이 아닐까.
나는 어느새 내가 싫어하던 아빠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어쩌면 아빠의 몸에서는 외로움의 냄새가 묻어났을 수도 있겠다.
나는 발에 차이고 채이는 시시한 어른이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아, 오늘도 결국 살아남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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