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중국 상하이여행

언젠가의너에게

by 굥굥

모든 것의 의미와, 의미를 상실하는 때가 있다.
그 무엇도 의미를 갖지 않게 되면 그 무엇도 남는 것이 없다.
습관적으로 의미를 부여해야지만 살아가는 이유가 생겨나는 기분.
그렇다면 삶은 왜 이어져야만 하는 것인가.
버거운 하루는 의식하기도 전에 저물어버려 그 답조차 찾을 수가 없다.
이제는 의미를 갖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아서, 발 끝에 찰랑이는 물의 온기는 오히려 차가움을 인지하게 만들었다.

겨울은 그래서 유독 더 시렸다.
감각을 집중하면 몸서리치게 차가웠고, 애써 외면한다한들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결핍되어 갈수록 결여를 들키고 싶지 않아 몸을 잔뜩 웅크린다. 그 채로 경직된 몸은 온 신경을 긴장시켜 외마디 비명을 지르지만, 차마 그 비명을 듣기나 할까. 들은들,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그저 무미 건조하게 갇힌 듯 흘러가는 하루는, 손 끝을 꿈틀거려야 깨어날 수 있는 악몽보다 더 지독하게 무거웠다.

너와 함께 있을 때면 많은 말들이 형태를 만들지 못했다.
수학의 이진법처럼 때론 '아'와 '어'따위로도 하루종일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불안을 삼켜 서로를 이해했고, 서로에게 의미를 두지 않아 모든 순간이 의미가 되었다.
애정이란 실낱보다 더 얇아서, 형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쉽게 바스러지지만 타래와 같은 애정들이 입안에서 뭉쳐진다.
가만히 불러보는 네 이름이 간지럽다.

그렇게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동화 같은 마무리였다.
평면은 그 이면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래,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겠지. 언젠가 우리는 함께가 아닐지 모른다. 차마 그 불안을 뱉어내지 않지만 영원의 허무를 우리는 믿는다.
그럼에도 행복했습니다.
그래, 오늘의 우리는 그걸로 충분하니깐. 우리는 그 행복에 몸을 뉘어 영원의 무위를 기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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