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4일 월요일 뮤지엄 휴일
투둥..월요일 대부분의 뮤지엄이 쉬는 날인데 우리 둘 다 미처 생각을 못했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기술박물관이나 타일 박물관 같이 시간이 많은 사람들만 본다는 박물관에 가서 아주 천천히 꼼꼼히 구경을 했다. 기술 박물관에서는 견학 온 학생들과 함께 앉아서 박물관에서 틀어주는 영상을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구경삼아 보기도 했다.( 시간이 남아도는 느낌이 확실히 드는 게 왠지 나쁘지 않았다.)
아침에 긴급하게 짠 다음 스케줄은 아시아 지역으로 페리호를 타고 다녀오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그냥 다녀오기만 할 줄은 정말 몰랐다. 밥이라도 먹고 왔으니 위안을 삼아야 하나? 사실 페리를 타고 다녀오는 일 조차도 아주 쉽지는 않았다. 교통카드를 사는 데도 작전이 필요했고, 구글 지도가 안 되는 복잡한 시내에서 페리를 타는 장소를 알아내는 것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스탄불 교통카드는 1회권이 5리라 카드로는 3리라다. 그러나 카드는 보증금 6리라가 필요하다. 그런데 둘이서 같이 사용할 수 있다. 그럴 경우 환승할인은 한 명만 된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놓고 어느 것이 유리한 지 따지는 것에 난 한계를 느꼈다. 이럴 때 골치 아픈 계산은 단순한 판단의 달인 광민의 몫. 교통카드를 하나만 사기로 했다.(지금 카드엔 3리라가 남았다. 언젠가 이스탄불에 오게 되면 쓰게 될까?) 우리에게 이렇게 골치 아픈 계산을 하게 만드는 이스탄불. 박물관의 유물에서 확인했듯이 역시 계산이 빠른 사람들이다.
페리를 타는 장소를 알아내고 페리에 올랐을 때까지만 해도 너무 좋았다. 일반 교통수단으로 페리를 이용한 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버스비와 같은 요금을 내고 심지어 환승할인도 된다. 콩나무 시루처럼 보이는 관광용 배에 비해 훨씬 크고 여유 있는 실내에는 카페가 있어서 차도 팔고 심지어 자리까지 가져다주는 서비스도 한다. 배가 버스나 지하철처럼 금방 떠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갑판 위에 올라가 주변을 구경할 수 있는 여유도 있다.
정말 재미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다리 위에서 낚시를 내려 고기를 잡는 풍경이었다. 그 아래에 있는 식당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동안 바쁘기만 한 도시로 보였는데 이렇게 보니 이 곳이 천국 같은 기분이 든다.
잠시 뱃놀이가 끝났는데 우리는 유럽을 건너 아시아에 왔다. 아시아에 왔으니 당연히 난 한국 식품을 구입할 수 있는 마트를 기대했다. 우리 둘 다 아시아 지역과 가장 근접해 있는 터키에서 당연히 아시안 마트를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혹시 저렴하게 파는 부탄가스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러나 광민은 내가 아시안 마트를 찾는 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 모른 다며 기막혀한다. 구글 지도가 안되더라도 난 사람들에게 물어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광민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사실 한국식 음식을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광민이다.) 우리는 결국 뷔페식 카페에서 점심만 먹고 허무하게 돌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걸은 걸음이 지금까지 중 최고 기록인 16.5킬로. 오는 길에 광민에게 신경질과 짜증도 많이 부렸다.
돌아와서 샤워에 뜨거운 수건 마사지로 피곤도 풀고, 맛있는 닭볶음 탕 먹고 기분이 좋아져서 환하게 웃으니 광민이 찰칵.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 왠지 로맨틱해지는 날이다. 당신과 함께면 소박한 음식도 맛있고 작은 캠핑카 안도 호텔로 변신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 마음껏 즐길 수 있게 오늘도 건강한 몸과 맘이 허락되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