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 온다면 또 오고 싶은 곳

아나톨리아 박물관

2019년 2월 28일 목요일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터키 여행이 끝났다. 광민이 소금 바다에서 폼 잡다 빠지는 바람에 숙소에서 신발도 말끔하게 빨아서 발걸음이 더 가볍다. 나오는 길에 남은 돈으로 얼떨결에 용도도 알 수 없는 터키석 장식품을 3개 샀다. (일반 관광객들이 다니는 곳이 아니라서 그런지 면세점이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팔찌보다 크고 목걸이보다 작은데 이것들을 이으면 혹시 목걸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면서...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점점 도시와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복잡한 도시에 들어가면 사람들의 얼굴에 여유가 없어 보이고 빨리 여유로운 곳으로 가고 싶어 진다. 그래서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 대해서는 거의 기대가 없었다. 오랜만에 주인과 함께 나눠 쓰는 집을 구했기 때문에 터키 문화를 좀 더 접할 수 있기를 기대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역시 여행은 늘 뜻밖의 선물이 준비되어 있다.


첫 번째 선물은 아타튀르크 영묘에서 우리나라에 살았던 경험이 있고 유창하게 한국어를 잘하는 유쾌한 청년을 만난 것이다. 지금 군 복무 중이라는 그는 우리에게 터키 문화와 역사, 음식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해 주었고 가성비 좋은 맛집도 알려 주었다. 두 번째 선물은 앙카라 성에서 만난 소년들의 흥겨운 춤과 연주였다.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도 좋았지만 소년들의 신나는 춤과 노래와 연주가 오래된 성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세 번째 선물은 기대보다 더 친절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주인장을 만난 것이다. 우리가 도착하고 주인이 여행을 다녀와서 우리는 좀 더 자유롭고 편하게 묵을 수 있었고 첫날과 마지막 날 친절한 주인장이 정성껏 준비해 준 터키 식 아침식사를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주인장이 소개해 준 멋진 식당에서 터키 여행 중 가장 맛있고 훌륭한 터키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 보다 더 좋았던 것은 아나톨리아 박물관이었다.

안탈리아에 머물 때 오스만의 뿌리를 알고 싶어 뒤지다가 그들이 아나톨리아의 한 부족이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이 중앙아시아 유목민의 후예였는데 몽골의 침입으로 이곳까지 오게 되어 한 부족을 이루었고, 이곳의 술탄을 도와 동로마를 견제하거나 전쟁에서 공을 세워 세력을 형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나톨리아는 아주 풍요로운 땅인 데다가 비단길이나 중요한 무역로가 지나는 길 이어서 여러 문명이 들어왔던 곳이다. 그렇다면 아나톨리아의 원래 주인이 누구였을까? 나의 궁금증은 오스만의 뿌리에서 아나톨리아 문명을 이룬 더 오래된 주인에게로 옮겨가고 있었다.


아나톨리아 박물관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흥미로웠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선한(?) 유물들로 가득했고, 함무라비 법전보다 훨씬 오래된 법전들의 생생한 내용들을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이 박물관은 투르크계가 주류인 터키 역사와는 좀 동떨어졌을지도 모른다. 아나톨리아란 그리스 어로 '동쪽'이다. 동쪽의 끝에서 온 내 입장에서는 매우 서쪽인 이곳이 서양인에겐 아시아가 시작되는 곳이다. 동쪽과 서쪽의 끝에서 여기에 오는 동안 점점 발달된 문명은 이곳에서 만나 거침없이 증폭되었을 것이다. 당시 사람들이 만들어낸 조각과 유물들 앞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왠지 감동적이었다.



앙카라 성에서 소년들이 흥겹게 리듬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터키인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역사 박물관


내가 만난 박물관중 가장 흥미로왔던 아나톨리아 박물관

여행 중에 수많은 박물관을 갔지만 다시 한 번 가고 싶을 정도로 흥미 진진했던 곳은 터키 앙카라의 아나톨리아 박물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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