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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 탐험가 이숙경 May 18. 2022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마주치는 곳

4월 15일 월요일


에스테르 궁

 흐리고 바람이 불면서 가끔 비가 뿌리기도 하는 날씨지만 단체 관광객이 심심치 않게 찾아오는 곳이다. 어제는 저녁을 먹기에 이른 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간단한 먹을 것을 싸가지고 산책길에 나섰다. 성당은  다음날 보기로 하고 강변으로 갔는데 마침 일몰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었다. 맞은편 슬로바키아로 이어지는 철교가 황혼과 어우러져 낭만을 더해준다. 도나우 강은 어디서 시작됐는지 동유럽 여행 내내 우리를 따라다니는 것 같다. 강은 다시 작은 섬을 만들어내고 두 개의 물길에 나무 그림자가 아름답게 담겨 있었다. 




마을 한가운데 십자가에 힘겹게 매달린 예수님이 있고 그 앞에 꽃다발이 있다. 여행 중 곳곳에서 거의 매일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예수님을 만난다. 이곳 예수님은 다른 곳 보다 몸이 더 육중해서 더 힘겨워 보이는 것 같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의 모습을 얼마나 더 계속 보아야 인류가 예수의 뜻을 따르게 될까? (당시 일기에 있는 예수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놓지 않았는지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대신 고통스러울 만큼 고뇌하는 신부님의 표정이 예수님의 고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늘 새벽에는 새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에 종이 울린다. 시간을 확인하니 3시 36분. 이렇게 이른 시간에 종소리를 듣기는 처음이다. 다시 잠을 청했다. 어젠 깊은 잠을 못 잔 것 같아서 좀 피곤했다. 아침에 해가 예쁘게 떠서 빨리 나가고 싶은데 광민이 서둘지 않는다. 가장 이쁜 시간은 놓쳤지만 오랜만에 햇살을 한가득 차 안에 담아 젖은 빨래들 일광욕시키고 산책길에 나섰다. 성당에 올라가 보니 8개의 크고 굵직한 기둥에 좌우로 시계탑이 웅장함을 보태고 있다. 오스만이 지배를 하긴 어려워 약탈만 했는데 그로 인해 많은 시련을 겪었던 성당이라고 한다. 입장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성 전체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충분하다. 이렇게 따뜻한 햇살을 놔두고 차가운 돌 건물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 

화려한 에스테르 궁 맞은편에 아주 소박해 보이는 마을이 슬로바키아다. 그곳엔 또 어떤 다른 풍경이 있을까? 이렇게 가까이서 서로 다른 나라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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