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화요일
살라 공원
어제부터 슬로바키아에 들어와 있다. 슬로바키아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곳은 살라 공원일 것 같다. 강가에서 숲에서 맘껏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 나도 어린 시절로 돌아간 갈 수 있을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놀이터에 초라해 보이는 정글짐 세 개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놀이터와 자연 놀이터를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노인들의 산책과 젊은 연인들을 위한 숲 길, 그리고 다양한 자전거 코스와 운동하는 이들에게 모두에게 안성맞춤이다. 우리는 아침에 숲 길을 산책하면서 노루까지 발견하였다. 난 어제부터 이 아름다운 숲 속에 나만의 영역표시를 할 비밀장소도 마련했다. 딱 내가 즐길만한 숲이라 더 있고 싶었지만 광민이 들어줄 리 없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살라공원을 떠나야 한다. 대신 아침도 먹고 차도 마시고 아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나가기로 했다.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 슬라바
도시 한 복판을 흐르는 다뉴브강이 이 도시에도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 강변에서 도시 전망까지 잘 보이는 주차장이 우리의 목적지였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빈자리가 없었다. 할 수 없이 근처에 무료주차가 가능한 숙소를 검색하여 다시 나가는 길에 우리 차를 세울만한 적당한 장소를 발견하였다. 한적한 길이었지만 다른 차들도 있어서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도시 여행을 마치고 저녁에는 우리가 처음에 주차하려고 했던 곳에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었다. 아침에 산책하면서 예쁜 풍경을 다시 한번 감상할 수 있었다.
브라티슬라바는 실속 있는 도시로 보였다. 구도시의 돌 길은 아예 사람들이 다니는 길로 만들어 걷기에 너무 좋았고 트램이 다니는 길은 아스팔트로 깔려 있어 승차감도 좋았다. 빨간 트램이나 파란색 노란색 선명한 기차들이 초록이 많은 도시와 어울려 더욱 생동감이 느껴진다. 건물은 대부분 페인트를 잘 칠했고 조금 큰 건물엔 조형물을 만들어서 아름답게 꾸미려고 노력한 흔적이 도시 곳곳에 가득하다. 꽃도 많이 심어서 헝가리 보다도 튤립을 더욱 적극적으로 많이 심어 놓은 듯 보인다. 도시가 튤립 천지다. 시골 마을에도 집집마다 튤립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오다가 들린 대형 마트에 화장실이 없었고 대부분의 카페가 와이파이가 되지 않아서 좀 난감했었다. 그러나 궁하면 통하는 법. 여행안내센터 앞에서 와이파이가 된다. 마침 건물 앞에 있던 벤치에 앉아 광민은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다운로드하고 나도 캠핑장 할인에 관한 정보를 검색했다. 그리고 근처에 유료화장실을 발견하였는데 30센트로 가격도 괜찮았다. (바로 근처에선 50센트인 곳도 있었다.)
급한 불을 끄고 조금 휴식을 취하기 위해 다시 카페를 찾았는데 착한 가격에 고급 레스토랑 분위기의 카페를 발견했다. 리넨이 깔린 식탁에서 아무도 없이 우리 둘만 있을 수 있는 곳이었다. 가끔씩 음식을 사러 오는 사람은 대부분 테이크아웃하러 온 손님들 뿐이었다. 아저씨가 아주 솜씨가 좋은 것 같아서 만일 하루 더 있었더라면 거기서 식사를 했을 것이다. 그린티와 카푸치노 당근케이크를 주문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맛있는 제대로 된 차를 먹은 것 같았고 당근케이크도 최고였다. 차와 함께 나온 일회용 꿀도 피로를 푸는데 안성맞춤이었고 맛도 좋았다. 마트에서 발견하면 사려고 사진도 찍어두었다. 광민은 다운 받아야할 정보를 모두 다운 받았다고 했다. 나도 오랜만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크로아티아에서 산 유심이 가격이 싼 대신 데이터가 적어서 아껴 써야만 한다.) 게다가 화장실까지 사용. 이렇게 하고 카페에 낸 돈은 5.2유로. 낼 때 미안한 감이 들었다. 너무 맛있었고 좋은 가격이라 감사하다는 말을 했지만 그래도 팁을 주지 못한 게 미안하다.
구경한 곳들
궁전, 대성당, 예술의 전당, 블루 처치
요리사 모자를 쓴 인형들과 드레스를 입은 커다란 귀부인 인형이 있는 제과점, 단체관광객들, 특히 노인들이 사진을 찍어대느라 정신이 없다. 우리는 들어갈까 망설였지만 마침 손님이 가득 차서 마감. 가격은 차와 케이크에 1인당 10유로다.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면 한 번쯤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우리 앞에 두 사람이 직원에게 물어보니 15분 후에 다시 오픈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래 여유로운 시간을 머무를 수 없다는 생각에 우리는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대형 쇼핑몰에 들러 서점에서 캠핑촌 할인북을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그래도 백화점 같은 이곳엔 초현대식 디자인이 시원해서 좋았다. 게다가 화장실이 무료다. 우리의 머리가 덥수룩해져 가고 있어서 미용실도 기웃거려 보았지만 나중을 생각지 않고 그냥 지나가기로 했다. 지하에 있는 빌라 슈퍼에서 세 종류의 빵만 사 가지고 나왔다. 이것으로 오스트리아에 갈 준비는 끝. 밖으로 나오니 해가 저물기 시작한다. 트램을 타기보다 예쁜 빛을 받고 있는 다리를 걸어서 건너기로 했다. 차표 두 장을 썩히는 것이 아깝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작은 도신인 줄 알았으면 차표를 미리 4장씩이나 살 필요가 없었는데.. 오늘 하루 걸은 길은 9.2킬로라고 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적어서인지 훨씬 적게 걸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