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겨울비 오던 어느 날
오늘은 혼자서 해남읍에 다녀오기로 했다.
밴드로 주문이 가능한 식료품 점이 있는데 다양한 재료를 살 수 있어서 좋으나 우리 캠핑카로 일일이 다니기에는 탄소 배출이 너무 심하다.
나는 시간 부자니까 버스 타고 여행하듯이 다녀오면 된다. 처음으로 하는 일은 언제나 두렵고 설렌다. 몇 년 전 여행 다니며 장 볼 때 쓰라고 언니가 준 바퀴 달린 쇼핑가방을 드디어 처음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60일이나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연말연시를 바쁘게 보냈다. 기록하고 싶은 많은 일이 있지만 서랍 속에 넣어 놓았던 나의 감정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아 주기로 했다.
2023년 1월 21일
원래 이 글의 제목은 '혼자서 해남읍에 버스 타고 다녀오기'였다.
위 글을 쓰고 막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원고를 쓰고 있던 광민이 나갈 채비를 한다.
"어디 가려고?"
"해남읍에 데려다주려고."
"나 혼자 갈 수 있는데."
"그래도 비가 오잖아."
글까지 쓰면서 혼자 갈 결심을 했으면서도 같이 가자는 그 말이 얼마나 달콤한지 내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모습이 내 눈에 보이는 것만 같다.
그런데 막상 상점에 도착해서 물건을 받았을 때는 달콤함을 넘어서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주문한 물건들의 양이 내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게다가 주문해 놓고도 기억하지 못했던 물건까지...
돌아오는 길 차를 타고 오기 잘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한편으로 서글퍼졌다.
주문하고도 기억하지 못한 물건들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남편이 아니면 시장 보는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자괴감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
장록 속 면허를 이제라도 꺼내야 하나?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지는 찰나를 틈타 문득 생각지 못한 번뇌들이 내 마음을 온통 차지해 버린다.
생각보다 물건이 크고 양이 많으면 기뻐야 정상 아닌가?
사실 기쁜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주 짧았다.
순식간에 서글픔이 내 마음을 차지해 버렸다.
나의 새해 소망
내 에너지를 내가 쓰고 싶은 일에만 쓰자.
그러기 위해선
*정신 잘 차리지 않으면 서글픔, 자괴감, 상실감이
언제든 내 마음을 차지할 기회를 노린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할 것!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면 마음과 정성을 다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