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2일
작년에 우리 마을은 으뜸 마을 사업에서 받은 우수상 상금 백만 원으로 마을에 페인트를 칠하기로 했다. 작년 11월에 처음으로 마을 담장에 페인트를 칠하기 시작해서 지난주에 2차, 그리고 어제 마무리가 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이 연로하신 데다 페인트칠 경험도 없었고, 거기에 마을 단위의 작업을 어떻게 수행해야 할지 걱정이 많았다. 색깔을 내는 것도 처음이라 익숙지 않아 얼룩덜룩했는데도 마을 사람들의 만족도는 의외로 매우 높았다.
겨울 내내 마을 회관을 오가며 사람들은 환해진 담장에 대해 얘기했다. 다시 따뜻한 봄기운이 가득해질 무렵 마을 페인트 작업은 다시 시작되었고, 몇 번 경험 한 덕분인지 어제는 한결 여유롭게 진행되었다.
어깨나 허리 다리 어디 한 군데 성한 곳 없고, 수술한 자리에 쇠심이 박혀 있는 허리 굽은 아짐들이 혹시나 무리할까 봐 문득문득 걱정이 되었었다. 잠시 쉬라고 도구를 빼앗아야 겨우 쉬게 할 수 있었다. 일을 보면 몸이 부서지더라도 끝장을 보는 근성으로 살아오신 분들이다. 그 얼굴들이 환해지는 담장보다 더 찬란하다.
화투판에서는 100원짜리에 속상해지기도 하는 분들이 내 것이 아닌 남의 집 단장에 이렇게 흐뭇해하고 신나 하시니 여기가 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