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방앗간 진풍경

2025년 9월 14일 일요일


"너무 뜨겁기 전에 방앗간에 다녀오자."

한옥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시골에 내려온 지 7년 만에 고추를 빻러 갔다.

마침 앞에 온 손님이 있었지만 금방이라고 했고, 우리 뒤에 고추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떡을 주문하려고 몇 번 왔었지만 그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기계들이 보인다. 특히 고추를 빻는 무쇠솥들과 방망이들이 참 신기했다. 관심이 없어서 안 보이는 건지 아니면 고추를 빻지 않을 때는 넣어 두는 건지 모르겠다.


작은 방앗간의 빼빼 마른 주인은 허리에 복대를 차고 쉴 새 없이 고추를 빻고, 참깨를 볶고, 참기름을 짠다.

어찌 혼자서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가만히 보니 각자 자신의 고추는 기계만 빌릴 뿐 거의 스스로 한다.

이런 줄도 모르고 나의 옷차림은 흰 바지에 거의 흰 티셔츠 차림.


손님들은 자기 앞 손님이 고춧가루를 빻고 담는 동안 자기의 고춧가루를 담을 비닐봉지를 2개씩 겹쳐서 만들어 놓는다. 자기 고추가 기계에 들어갈 차례가 되면 스스로 고추를 기계에 넣고 주인은 긴 막대기로 잘 들어갈 수 있게 하거나 일차 빻진 고춧가루를 넓은 플라스틱 함지박에 담는다. 그리고 고추 빻는 무쇠 솥에 담는다. 이때 무쇠 솥이 여러 개인데 정말 아무렇게나 순식간에 담고, 손님은 자루처럼 묶여진 빗자루로 흩어진 고춧가루를 솥에 쓸어 담고, 막대기를 이용해서 골고루 빻지게 한다. 이건 정말 상상해 본 적이 없는 광경이다. 솥에 방망이가 오르락 내리락 직접 작동하는 것도 몰랐고, 그것을 손님이 직접 한다는 것은 더더욱 몰랐다. 심지어 적당한 시점에 주인에게 알려서 기계를 멈추게 하는 장면에선 언니가 존경스러웠다. 이 정도 실력이면 방앗간을 차려도 될 것 같다.


잠시라고 했지만 우리 앞 손님을 꾀 오래 기다렸고, 우리 마을 분들 고추랑 마을 회관 고추 90근을 빻고 집에 돌아오는데 3시간이 걸렸다. 철없이 흰 옷을 입고 따라갔던 내 손과 팔뚝은 고춧가루로 물들었다.


고춧가루를 빻는 이 고단한 공정에 대해 가격은 한 근에 300원, 어찌 이리 싼가?


이 방앗간 주인 다음 주인도 이런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 방앗간 이런 일을 기까이 할 수 있는 다음 손님들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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