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에 받은 선물들

11월 23일 일요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바람은 시원하고 햇살이 너무 따뜻하다. 이런 날은 선물 같은 느낌이 든다. 올해 내가 받은 선물들을 정리해 봐야겠다.



1. 무엇보다 연두와 초원이가 태어났다. 엊그제 11월 20일은 아이들이 태어난 지 100일이 되는 날이었다. 수연이가 많이 노산이라 걱정이었지만 쌍둥이 경우의 만삭이라는 37주까지 잘 버텨서 건강하게 태어났다. 연두는 거의 단태아 수준이었고, 초원이는 2.3킬로에 태어났지만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지 않아도 돼서 정말 다행이었다. 수연이가 출산 후유증을 겪고 있어 성두가 육아와 요리를 대부분 감당하면서도 아이들을 잘 키운다. 특히 부부가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듯 노래들 불러주며 아이들을 재우는 의식은 성스럽고 아름답게 보였다. 이런 분위기에선 어떤 아이라도 천사로 자라게 될 것 같다.

초원이는 다시 아기가 된 성두를 안는 느낌이 들정도로 성두를 닮았고, 연두는 수연이를 쏙 빼닮아 미소가 예쁘고 화사하다. 조카들을 보려고 여름휴가를 왔던 선영이가 두 조카를 다시 만나기 위해 12월에 또 온다고 하니 아이들이 가족을 더 자주 만나게 해 준다.


2. 내 인생에 가장 큰 선물일 수도 있는 좋은 이웃을 한꺼번에 둘이나 얻었다. 덕분에 우리 예쁜 온실이 3년 만에 사라졌지만 더 예쁘고 멋진 두 채의 집이 그자리에 새로 생겼다. 집주인들이 직접 지은 집들이다. 작은 목조 주택을 지을 설계사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나마 스스로 집을 지을 수 있다며 건축학교까지 운영했던 설계사를 만났지만 제대로 현장을 경험한 적도 없는 사람이었고, 기초공사부터 엉망이었다. 설계사는 기초공사팀이 따로 있다고 했으나 데려온 한 사람은 몸이 아프다면서 다음 날 가버렸고, 결국 전혀 기초공사의 경험이 없던 건축주들이 직접 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차례로 지으려 했으나 자재 오는 순서가 거꾸로 되는 바람에 한꺼번에 두 채의 집을 짓게 되는 심각한 사태를 맞이했었다. 모진 악조건 속에서도 두 건축주는 서로를 끝까지 배려하고 좋은 이웃으로 남을 수 있었으니 날개 없는 천사들이라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매력적인 이웃이 생길 예정이다. 러시아 여행 때 만난 분이 외국에서 방송을 보고 찾아와 우리가 여행 간 한 달간 우리 집에서 살게 되었고, 우리 마을 분들과 좋은 추억을 잊지 못해 우리 집 땅에 집을 짓기로 했다.


실은 광민이 우리 마을 공방과 새로운 집들이 지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건축학교를 꿈꾸고 있다. 귀촌인들이 스스로 지을 수 있는 에너지 자립형 작은 집 모델 하우스를 지어 보고 싶어 했다. 나는 두 채의 집을 가질 수 없다며 집을 지을 사람이 나타나거나 우리 집을 먼저 팔아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런 와중에 그 땅에 집을 짓겠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겨울부터는 건축학교를 열 것이고 내년엔 또 한 채의 집이 지어질 것이다. 땅이 더 있다면 오고 싶은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 같지만 땅이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사실 땅은 있으나 등기가 안되어 있거나 주인들이 팔고 싶어 하지 않는다. 땅값이 얼마 되지 않으니 큰돈이 안되기 때문인 것 같다.



3. 선영이와 제주 여행

덴마크에 사는 선영이가 긴 휴가 기간 중 많은 부분을 우리에게 할애해 주어 분토리에서 2박 3일, 제주도에서 또 3박 4일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스웨덴 사람인 핸릭은 우리나라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었고, 묵은지는 나보다 더 즐기는 등 선영이 보다 한국 음식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우도에 선영이가 예약해 준 호텔은 훈데르트 바써와 함께 일하던 설계자가 직접 함께 작업한 곳이었다. 훈데르트 바써는 캠핑카 여행직전에 전시회를 통해 감명받았었고, 여행 중에 직접 작업했던 건물을 방문 하기도 했었다. 그는 단순한 건축가가 아니라 평생을 환경운동을 실천한 사람이었다. 우도에 마치 그가 직접 작업한 듯한 호텔이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그렇게 예술적인 집에서 머물게 될 줄은 몰랐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황홀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선영이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바로 내 앞에 며칠이나 있었다. 멋진 풍경을 바라보거나 걸었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예쁜 간식들의 사진을 찍거나 재밌는 카드놀이로 함께 시간을 보냈다. 호텔이라기보다는 별장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고, 나중에 손주들이랑 함께 다시 가보고 싶다.

며칠 후 우리는 성두네서 다시 만나 내 생일과 아이들 태어난 기념으로 작은 케이크를 나누었었다.

4.. 5주간 여름 여행

손주들이 태어나기 직전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기 직전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고자 꽤 긴 휴가를 떠났다. 중국 4주와 베트남 사파 1주 5주간 시원한 여름을 보냈다. 백두산을 제외하고 제대로 된 중국 여행은 처음이었는데 무엇보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천국처럼 시원한 날씨를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여행지가 있다는 것이 너무 맘에 들었다. 내년엔 손주들 돌봐주는 일에 손을 보태 주려고 국내 여행만 가기로 했는데 중국에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5. 중국어 배우는 팀과 중국 여행

일주일에 두 번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 몇 달 안 되었는데 한국인과 결혼 18년째인 중국인 선생님의 열정으로 양국의 문화교류 차원에서 여행을 준비해 주셨다. 무엇보다도 마을에 함께 사는 친구와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신청했고, 생각보다 훨씬 더 재밌게 보냈다. 사실 대학 동창인 그 친구 덕분에 이곳에 내려와 살게 되었는데 막상 관계가 소원했었다. 그 친구는 계속 직장에 출근을 하고, 주말엔 손주나 아이들을 돌보러 혹은 여행으로 마을에 있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6. 귀여운 온실

예전 온실의 5분의 1밖에 안 되는 작은 온실이지만 집 앞에 있어서 쓰임새가 훨씬 다양해졌다. 빗물이 새지 않아서 빨래 말리기도 좋다. 깜빡 잊고 빨래를 못 걷어도 걱정이 없다. 게다가 아주 앙징맞은 모습이 정말 귀여운 이곳은 차가운 계절에 햇빛 샤워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광민이 남은 자재들을 얼기설기 붙여 만들어서 세련되진 않았지만 더 낭만적이긴 하다. 모자란 자재 덕분에 생긴 마루 바닥의 틈으로 먼지를 쓸어내기 좋고, 그 틈을 이용해 화분을 올려놓으면 물 빠짐이나 통풍이 도움이 되어 식물에게도 좋다. 이곳에서 오늘 반나절 정도는 소꿉장난을 하듯 정리 정돈을 하였다. 광민은 늘 DONE IS BETTER THAN PERFECT 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청소나 정리가 내 몫이 되곤 한다. 화분들을 깨끗이 씻어주고 정리해 주니 더 좋은 냄새가 나는 것 같다.

7. 넓은 데크 뒷마당

지난번 온실을 철거하면서 우리 집 뒤쪽은 완전 변신을 하였다. 먼저 비가림 시설이 되어서 부엌 쪽 창문을 날씨와 상관없이 열 수 있게 되었다. 작은 창고도 없애고 커다란 데크 뒷마당이 완성되었다. 사실 창고 속에 들어가는 물건들이 거의 쓸모없다는 생각에 점점 창고를 비우고 있었기 때문에 창고는 거의 비워져 있었다. 필요 없는 것을 더 없애면 여유 있는 공간이 선물로 나온다. 데크 끝에는 벽도 만들었는데 실은 철거 후 남은 건축자재들의 자재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은 완전히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공간이고 바람이 부는 날도 아늑한 느낌이 든다. 찾아온 손님과 이곳에서 자주 차를 마시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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