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여행의 시작점

성당의 연주회와 백조의 호수

오랜만에 자연 속에서 푹 쉬다 만난 도시여서인지 탈린이 반가웠다.

세련된 신도심과 예쁜 구도심이 대비를 이루며 서로를 빛내준다. 아직도 완성되지 못한 부분들이 눈에 띄었지만 아름답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가득 찬 신도심 거리는 그대로 갤러리다. 시간을 멈추어놓은 듯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구도심도 관광객으로 활기가 넘친다. 전통의상을 입고 인형 같은 화장을 한 소녀가 꿀을 바른 너츠를 팔고 있었는데 그 위에 벌들이 몇 마리 앉아있다. 신기한 모습에 우리도 벌이 먹던 너츠를 먹으며 장난감 도시처럼 아기자기한 탈린을 구석구석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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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지친 다리를 쉬기 위해 우연히 들린 작은 성당에서 아주 조용한 가락이 흘렀다. 두 명의 연주자가 이름을 알 수 없는 전통 악기로 연주를 하고 있었다. 가끔씩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 것이 연습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우리는 홀린 듯이 자리에 앉아 연주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심히 음악을 듣고 있던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갑자기 눈물이 흐르는 이유를 알 수 없는데 멈춰지지 않았다. 무의식의 내가 흘리는 눈물이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전통악기에서 아주 작고 가냘프며 맑은 소리와 단순한 가락이 흘러나와 서로 화음을 이루며 나의 몸과 마음 구석구석 토닥여 준다. 너무 황홀하고 아름답고 감사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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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몸과 마음이 치유받는 경험을 하고 러시아 여행에서 미처 관심을 갖지 못했던 연주회나 오페라 포스터에 눈길이 갔다. 우리가 찾아간 오페라 국립극장에서 우리의 일정에 맞는 공연은 발레 뿐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그냥 음악 감상이라도 한다는 마음으로 큰 기대 없이 예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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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발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사도라 던컨의 발을 보며 저렇게 몸에 고통을 주며 춤을 추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의를 품은 적이 있었고 그래서인지 발레에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다. 오페라도 아주 즐기는 편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연극을 좋아하고 대학시절을 온통 연극반에 바쳤을 만큼 연극을 좋아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처음 접했던 오페라 공연은 남의 옷을 입은 것 같은 배우들이 어딘가 어색해 보였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너무 비싼 관람료가 부담스러웠다.


공연시간에 맞추어 극장에 도착하니 해가 짧아져서 벌써 어둑어둑하고 추워졌다. 그러나 실내는 가볍고 화사하게 멋을 부린 사람들의 생기로 가득하다. 북쪽에 사는 사람들은 춥고 긴 겨울을 보내며 우울해질 수 있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아름답고 화려한 외출이 필요한 것 같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 이상이었다. 성당에서의 연주와는 완전히 정반대로 극장을 통째로 울리며 우리를 극 속으로 끌어들였다. 막이 끝날 때마다 사람들의 박수갈채와 부라보 소리가 극장에 울려 퍼졌고 끝날 때는 많은 사람이 일어나서 무용수들에게 오랫동안 박수를 보내주었다.


참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온몸을 혹사해야 박수갈채를 받을 수 있는 무용수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더 보상해 주기 위해, 그리고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발레 공연 관람을 축하하기 위해 더 열심히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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