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터호른 가는 길

삼각뿔처럼 생긴 유명한 빙산 마터호른도 스위스 여행에서 빼놓기 힘든 여행코스다. 그러나 이번에도 마터호른을 보러 가야 하는지 또 의문이 들었다. 비슷한 삼각뿔 모양의 빙산을 이미 많이 보았고, 유명한 곳일수록 혼잡한 데다, 막상 보려고 한 장면은 순간처럼 지나가기 때문에 생각보다 허무하다.


융프라우 지역에 오기 전 필라투스산에서 스위스 사람처럼 지내던 며칠이 참 좋았다. 남은 시간도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스쳐가는 여행보다는 실컷 지루할 만큼 머무르는 여행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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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투스(귀신) 산에서 며칠 동안 머물면서 스위스 사람이 되어 볼 수 있었다.

그래도 결국 마터호른을 가기로 했다. 그리스로 가는 국경지대라서 어차피 거쳐야 하는 길이라고 한다. 가는 길에 그림 같은 시옹 성도 구경하고 온천에서 여행의 피로도 좀 씻어내며 최대한 천천히 움직이기로 했다.


그림 같은 시옹성을 지나고

IMG_8955.JPG 멀리 설산이 보이고 길은 가을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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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호수에 떠있는 그림같은 시옹성도 멀리 보이는 모습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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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밤을 맞이 할 수 있는 것이 캠핑카 여행의 백미다.


대형 온천장이 있는 포도 농원을 거쳐

포도농원 속에 있는 온천 호텔 대형 주차장을 찼느라 좀 헤맸지만 보람이 있었다. 작은 마을은 아주 한적한 데다 드문드문 산책하는 사람들도 관광객보다는 주민들이 대부분 인 것 같았다. 아주 소박한 동네지만 반려견의 똥을 치울 수 있는 봉투가 곳곳에 비치되어 있어서 스위스가 선진국임을 실감할 수 있다. 마을 꼭대기에 자리한 성터에서 탁 트인 전망이 시원했다. 봉우리를 옮겨 다니며 붉은 등을 켜놓은 것처럼 보이는 빙산들의 파노라마는 가슴을 설레게 했다. 다음 날 별이님네와 만나 온천도 하면서 여행의 피로를 잘 풀 수 있었다.(온천 체험기는 따로 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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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농원 속에 온천 호텔,멀리 언덕 위에 작은 중세 성이 있는 마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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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도 온통 포도밭. 수확이 끝났지만 아직 남아있는 것들을 별이님이 따주셨는데 아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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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멀리 빙산에 해가 봉우리를 옮겨가며 붉게 타오르는 모습이 특별했다.

드디어 마터호른이 코앞에

마터호른이 있는 채르마트에는 전기차만 운행하게 돼 있어서 대부분의 외부차량은 진입을 못한다. 어쩔 수 없이 스위스 여행에서 유일하게 유료주차장을 이용하였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별이님네는 대형차라서 주차 가능한 곳을 찾지 못해 캠프장에 가셔야 한다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자전거로 채르마트까지 오신다고 했다. 낭떠러지가 바로 옆에 있는 오르막길을 60대와 70대 분이 자전거를 타고 오시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저녁에 채르마트에서 돌아오는 기차역에 내릴 때쯤 채르마트까지 무사히 다녀오신 두 분을 만났다. 생각보다 아주 생생한 모습이다. 너무 반갑고 고맙고 존경스럽다. 별이님네가 머무는 캠핑장에서 다시 아쉬운 작별을 했는데 조 선생님은 캠핑장 할인 티켓을 쓸 수 있게 되었다며 좋아하셨다. 마터호른은 다음날 우리처럼 기차를 타고 다녀오실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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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르마트처럼 작은 장난감 차들만 다닌다면 나도 자신있게 운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터호른을 호젓하게 즐기는 방법


마터호른으로 가는 산악열차 창밖의 풍경은 아이거 보다 압도적이었다. 우리도 이번에는 종착역 맞은편에 있는 마터호른을 보기 위해 정상에서 내렸다. 날씨도 화창하고 따스한 기운이 좋았지만 예상대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한적한 곳을 찾기 힘들었다. 그래도 좀 더 사람들이 드문 곳을 찾아 겉옷을 벗고 잠시 요가를 하니 기분이 좋다. 그리고 좀 더 호젓함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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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눈 벌판이 삼각뿔 마터호른을 돋보이게 한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열차를 타고 떠날 때 타지 않기로 했다. 산악 열차는 수시로 타고 내릴 수 있어서 잠시 망설였지만 정상에 머무는데 좀 더시간을 쓰기로 했다. 예상대로 사람들이 점점 많이 줄어들었다. 아이거만큼 만끽할 수는 없었지만 스위스 설산의 마지막 여행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드디어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마터호른에 도착했고 이제 곧 다시 떠난다. 내일 우리는 그리스에 있을 것이다. 설렘은 허무함, 아쉬움을 지나 그리움으로 매일 쌓이니 떠나는 발걸음이 점점 더 무거워진다.




끝까지 아슬아슬 스위스 여행

저녁에 체르마트에서 나와 조금 넓은 도로의 갓길에서 1박 하기로 했다. 그리스 국경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산길인 데나 곧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걱정했는데 역시 밤에 경찰이 문을 두드렸다. 갑자기 가슴이 철렁!(처음 겪는 일이라...) 그래도 남편이 당황하지 않고 너무 어두워져서 위험할까 봐 1박 하고 아침에 떠나겠다고 하니 경찰도 친절한 인사를 남기고 간다.


그리스로 넘어오는 길은 양 옆으로 설산이 절경을 이루었다. 진짜 아이거나 마터호른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이 길에서 스위스의 설원 풍경을 맘껏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땅이 얼면 위험해서 길이 폐쇄될 것이라고 한다. 남쪽으로 내려오는 길이라 안심했었는데 조금 늦었으면 큰 일 날 뻔했다. 아슬아슬 스위스 여행. 참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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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르마트(왼쪽)보다 남쪽인데도 고도가 높아서 11월 초에 설원을 이루는 그리스 국경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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