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두 번째 날
이탈리아에 도착해서 이틀 째가 되었지만 우리는 화장실을 찾을 수가 없었다. 첫날 캠핑카의 오폐수를 버리는 시설을 만나서 걱정도 안 했는데 거기가 끝이었다. 아름다운 공원이 호수를 따라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곳에 화장실이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아주 가끔 보이는 곳은 비수기여서 그런지 그나마 잠겨. 있다 이탈리아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나타내는 것일까? 그래도 제법 큰 기차역이 있어서 당연히 화장실이 있을 거라 기대하고 역으로 들어갔다. 화장실 표시가 있었지만 찾기 어려웠고 겨우 찾아낸 곳은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화장실이 없는 기차역이라니!
다시 광장으로 나와 도시 구경을 하다 우리의 발길이 머문 큰 건물 앞. 알고 보니 시청이다. 아직은 이른 시간인데 사람들이 많이 드나든다. 주저하는 남편의 손을 잡아끌었다. 아로나 시청엔 개방된 화장실이 있는지 체험해 봐야 한다며. 마지못해 남편 광민이 내 말을 따라준다.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좁은 통로에 있는 긴 의자에 사람들이 앉아있다. 우리의 넓은 민원실과 달리 여러 개의 사무실 문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옆에 한 개의 화장실이 눈에 들어온다.
이탈리아에 들어온 지 이틀 만에 발견한 단 한 개의 무료화장실이었다.
이후에도 이탈리아의 화장실 인심은 야박했다. 우리나라 서울역보다 몇 배나 큰 로마 역에는 화장실이 있으나 1유로나 한다. 맥도널드 커피 한 잔 값보다 비싸다. 그래서인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공원의 아름드리나무 속엔 똥들이 많이 있었고 여름이라면 냄새가 심했을 것 같다. 같은 종류의 나무속을 스위스 호숫가 공원에서 들여다봤을 때는 생각지도 않았던 앙증맞고 깜찍한 조각들이 기분 좋았었다. 이탈리아보다 그리 잘 산다고 할 수 없는 바로 옆 나라 그리스는 화장실이 넉넉지는 않지만 있으면 모두 무료고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었다.
고속도로는 유료라서 화장실이 무료이고 샤워를 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우리는 고속도로와 무료 야외 온천, 캠핑장을 통해 샤워를 해결했고 3주간의 이탈리아 여행 내내 숙소에는 들어가지 않았다.